등록 : 2012.04.19 16:04
수정 : 2012.04.19 16:04
나의 첫 화장
진한 화장을 하면 주민증 없어도 당당히 술집에 들어갈 수 있던 고2 때, 김혜수 입술 화장이 유행이었다. 난 작고 얇은 내 입술 콤플렉스를 립라이너로 극복하리라 다짐했고, 남자친구와 진도도 나가고 싶어 거금을 들여 화장품을 샀다. 초콜릿색 립라이너로 조심히 입술 라인을 그리고, 오렌지 펄 들어간 브라운 립스틱을 바르며…. 나이트에 들어가 논 뒤 집에 돌아오는 길, 남자친구가 “오늘 화장했네?” 하며 힐끔 쳐다보는 게 뿌듯했다. 집 앞에서 쭈뼛거리며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그의 입술도 내게 다가왔다. 초짜 둘이서 힘겹게(?) 키스를 나눈 후 마주봤는데 그가 어색한지 고개를 돌리고, 어색한 정적 속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첫키스에 뛰는 가슴을 붙잡고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는데 오마이갓! 립스틱은 온데간데없고 라인만 남아 <달려라 하니>의 고은애인지 피에로인지 모를 인간이 서 있었다. 침대에 다이빙하며 ‘그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 못 이룬 것이 내 만신창이 첫 화장이다.
이정희/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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