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4.19 16:42 수정 : 2012.04.19 16:42

로리 립턴의 ‘감시’라는 제목의 드로잉 작품.

[매거진 esc] 민간조사, 해킹, 도청 전문가에게 듣는 뒷조사의 뒷이야기

분명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데, 현실은 독재국가를 그린 판타지영화와 종종 겹쳐 보인다. 민간인, 연예인의 뒷조사를 마다 않고 행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 감시의 눈길이 ‘감찰’에서 ‘사찰’로 내려오며 찔릴 것 없고 주목받을 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조차 순간 머뭇거리는 일이 늘어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민간인 사찰 내용 가운데는 분 단위로 대화 내용과 사찰 대상자의 표정 등을 담은 것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뒷조사를 했길래? 뭔가 민간인은 알아채지 못할 최첨단 기술이 있을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사찰 또는 뒷조사의 기술은 어디까지 온 걸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모두 ‘앞일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름을 밝히길 꺼렸다.

“평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적 없는 사람이
미행 따위 신경쓰겠어요?
그러니까 더 쉬운 거죠”

“정말 초보적인 수준이면 가능한걸요.”

국가의 정보수집기관 등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민간조사 전문가 문아무개씨에게 물었다. “뭔가, 첨단 도청 기술을 쓴 거 아닌가요?” “음, 이번에 공개된 민간인 사찰 내용을 다 훑어봤는데 단순 미행 정도로 파악 가능한 내용이에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평소 남에게 숨길 일을 하거나 죄를 지었다고 생각을 한 적 없는 민간인이 미행 같은 거 신경쓰겠어요? 그러니까 더 쉬운 거죠.” 허를 찔린 느낌이다. 이렇게 궁금증은 쉽게 풀려버렸다.

그렇다면 초보적인 수준의 미행이란? “대상자를 스치면서 들을 수 있다. 도청 장치를 쓸 필요도 없다. 계속 같은 사람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는 사실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일반인이라면 당연한 거다”라고 문씨는 말했다.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물산의 직원들도 ‘초보적인 수준’의 미행 정도였다는 얘기다.

그는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미행이나 염탐 따위가 자극적인 내용이어서 더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아마 사찰과 관련해서는 실제 행한 방법이 더욱 치밀했을 것으로 보여요.”

2. 휴대용 도청 및 카메라 감지기. 3~5. 계산기, 열쇠고리, 우산으로 위장시킨 도청장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요.”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사찰 대상에 오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 <쥐코>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익명으로 올린 것도 아니기에, 대상자는 쉽게 특정이 됐다. 비단 김씨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24시간 동안 인터넷에 접속한 채 살아가는 요즘은 ‘혹시 모를 감시’에 노출되기 쉽다.

인터넷 보안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화이트해커 오아무개씨는 “사찰에 첨단 해킹 기술이 악용됐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며 “아마 정부가 공공을 위해 이행하는 감찰 정도라면 해킹까지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신소 종사자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간단한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불법 해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앱에 허가된 권한 확인하고
필요없는 인터넷 기능
조심해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 등은 내려받지 않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 해킹 위험이 있는 앱이 깔리는 경우다. 완벽하게 걸러낼 수는 없지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오씨는 “앱에 허가된 권한을 확인해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한다. 거울 앱이나 스케줄 앱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게 아닌데 사용하는 권한이 있고, 개인정보를 얻어 특정 서버에 전송하는 기능이 있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청기는 어떤 목적이든, 루트든 상관없이 무조건 불법”

티브이나 영화에서는 ‘도청’이 흔하게 나온다. 심지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도청기 구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당연히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뒷조사 또는 정보수집의 용도로 쓰이는 도청기라는 ‘창’은 끊임없이 최신 기술로 무장해 발전하고 있고, 이를 막는 ‘방패’인 ‘도청감지 기술’도 이를 뒤쫓고 있다. 감시카메라는 또 다르다. 보안을 위해 설치하는 감시카메라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이 감시카메라를 “숨기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게 도청감지 전문업체 김아무개 부장의 설명이다.

멀티탭에 내장된 도청장치를 전문가용 주파수 감지기를 써서 확인하는 모습.
도청감지 전문업체의 누리집에선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도청기와 ‘숨기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위장 감시카메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열쇠고리, 시계, 심지어 우산으로 위장한 도청기도 있다. 게다가 도청기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단추 정도 크기의 것도 여럿이다. 방패인 도청감지를 위해서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휴대용 도청감지기’를 쓰는 것 정도다. 사업 기밀 등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도청감지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check list

자나 깨나 보안 조심!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도청감지 전문가가 보내온 개인 보안 체크리스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가? 안 해도 된다. 그러나 당신도 민간인이다.

① 사생활 보호에 대한 주의 및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② 전화통화 후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은 뒤 수화기를 내려놓습니까?(전화기에 내장된 인피니티 도청기는 수화기를 먼저 내려놓는 순간부터 실내 대화까지 도청된다.)
③ 통신시설 등 사무집기 유지보수는 확실한 업체에 맡기고 부품 교체 시에는 공사 중 입회하고 있습니까?(전화기 부품 교체를 위장한 도청기 설치 예방)
④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선물, 신변잡화 또는 화분 등은 주의하고 있습니까?(소형 도청기의 은폐·위장 예방)
⑤ 전화 회선 보안기(또는 단자함)에 열고 닫은 흔적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있습니까?
⑥ 도청 방지기 또는 탐색, 방어 장비를 구비하고 있습니까?
⑦ 식당이나 커피숍과 같은 곳에서 언행이나 행동에 주의하고 있습니까?
⑧ 집 주변에 수상한 사람(차량)이 서성이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신고를 하십니까?
⑨ 집안에 무인경비 시스템이나 자동 도난경보 시설이 되어 있습니까?
⑩ 동사무소 직원 등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신원 파악을 하고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까?

0~3개 방관자형 보안은 무슨! 깨끗한 당신, 맘 놓아라. 그래도 지구는 돌고 낮말·밤말 염탐하는 새와 쥐는 24시간 활동중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길.

4~7개 반신반의형 불안은 한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가? 일단 전화기는 먼저 내려놓기 있기? 없기? 없기! 8~10개 철통보안형 사찰·뒷조사 다 나와~ 내 보안은 내가 지킨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