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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립턴의 ‘감시’라는 제목의 드로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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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민간조사, 해킹, 도청 전문가에게 듣는 뒷조사의 뒷이야기
분명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데, 현실은 독재국가를 그린 판타지영화와 종종 겹쳐 보인다. 민간인, 연예인의 뒷조사를 마다 않고 행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 감시의 눈길이 ‘감찰’에서 ‘사찰’로 내려오며 찔릴 것 없고 주목받을 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조차 순간 머뭇거리는 일이 늘어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민간인 사찰 내용 가운데는 분 단위로 대화 내용과 사찰 대상자의 표정 등을 담은 것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뒷조사를 했길래? 뭔가 민간인은 알아채지 못할 최첨단 기술이 있을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사찰 또는 뒷조사의 기술은 어디까지 온 걸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모두 ‘앞일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름을 밝히길 꺼렸다. “평소 죄를 지었다고생각한 적 없는 사람이
미행 따위 신경쓰겠어요?
그러니까 더 쉬운 거죠” “정말 초보적인 수준이면 가능한걸요.” 국가의 정보수집기관 등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민간조사 전문가 문아무개씨에게 물었다. “뭔가, 첨단 도청 기술을 쓴 거 아닌가요?” “음, 이번에 공개된 민간인 사찰 내용을 다 훑어봤는데 단순 미행 정도로 파악 가능한 내용이에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평소 남에게 숨길 일을 하거나 죄를 지었다고 생각을 한 적 없는 민간인이 미행 같은 거 신경쓰겠어요? 그러니까 더 쉬운 거죠.” 허를 찔린 느낌이다. 이렇게 궁금증은 쉽게 풀려버렸다. 그렇다면 초보적인 수준의 미행이란? “대상자를 스치면서 들을 수 있다. 도청 장치를 쓸 필요도 없다. 계속 같은 사람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는 사실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일반인이라면 당연한 거다”라고 문씨는 말했다.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물산의 직원들도 ‘초보적인 수준’의 미행 정도였다는 얘기다. 그는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미행이나 염탐 따위가 자극적인 내용이어서 더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아마 사찰과 관련해서는 실제 행한 방법이 더욱 치밀했을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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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대용 도청 및 카메라 감지기. 3~5. 계산기, 열쇠고리, 우산으로 위장시킨 도청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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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 인터넷 기능
조심해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 등은 내려받지 않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 해킹 위험이 있는 앱이 깔리는 경우다. 완벽하게 걸러낼 수는 없지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오씨는 “앱에 허가된 권한을 확인해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한다. 거울 앱이나 스케줄 앱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게 아닌데 사용하는 권한이 있고, 개인정보를 얻어 특정 서버에 전송하는 기능이 있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청기는 어떤 목적이든, 루트든 상관없이 무조건 불법” 티브이나 영화에서는 ‘도청’이 흔하게 나온다. 심지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도청기 구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당연히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뒷조사 또는 정보수집의 용도로 쓰이는 도청기라는 ‘창’은 끊임없이 최신 기술로 무장해 발전하고 있고, 이를 막는 ‘방패’인 ‘도청감지 기술’도 이를 뒤쫓고 있다. 감시카메라는 또 다르다. 보안을 위해 설치하는 감시카메라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이 감시카메라를 “숨기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게 도청감지 전문업체 김아무개 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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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탭에 내장된 도청장치를 전문가용 주파수 감지기를 써서 확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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