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5.02 17:23 수정 : 2012.05.02 17:23

봄빛 가득한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의 야산 풍경

[매거진 esc]

이름난 백제 유적지 구경에 반교리 돌담마을 산책, 홍삼 제조과정 체험 곁들인 충남 부여 여행

제주 떠올리게 하는
낮은 돌담 사이로
살구꽃 복숭아꽃 그늘

국내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은 어딜까? 이런 질문이 우문임을 드러내주는 게 계절의 순환이다. 해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되풀이되는 우리나라에서 굳이 경치의 아름다움을 따지려면, 장소가 아닌 시기를 놓고 대봐야 한다. 산과 들이 온통 싱그러운 연초록으로 치장을 시작하는 봄. 바로 지금이, 가장 경치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때다. 방방곡곡에 싱그럽고 화사한 봄빛으로 물든 최고의 경치들이 숨어 있다. 그곳에, 앞서 봄날을 즐긴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가 될 터다.

백제 유적 즐비한 충남 부여도 그런 곳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유적도 둘러보고 봄 경치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온 가족 여행지로 선택할 만하다. 부여에 백제 유적만 있는 건 아니다. 이름난 백제 유적지 탐방을 전후해 가볼 만한 숨은 볼거리·체험거리들이 수두룩하다.

“워디든 근다리기먼 허문 죄 돌이여. 돌이 자꾸 나오니께 워디다 처치를 못허구 담을 쌓는 겨.”

으름덩굴 뒤덮인 돌담 앞에서 반교리 청년회원 김익환(62)씨가 말했다. 노인회원 김세열(77)씨가 거들었다. “이런 건 몇백년은 된 겨. 마을 생길 때부터 쌓아온 것이니께.”

만수산자락의 고찰 무량사 천왕문을 통해 바라본 극락전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는 돌담 골목도, 주민들도 정겹고 따스한 마을이다. 굽이치는 돌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제주도의 한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색깔은 다르지만, 나지막하고 다소 헐거워 보이는 모습이 닮았다. 집을 지을 때 땅을 파면, 거기서 “뺑 돌아 담을 쌓을 만큼의 호박돌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오죽하면 마을 옛 이름이 도팍골(돌팍골)이었다. 집에서 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총 2.5㎞ 길이의 이 마을 돌담은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돌담을 빛내주는 것들이 제철 제빛을 내뿜는 꽃나무들이다. 담 안팎으로 사과·복숭아·살구나무 꽃그늘을 드리우지 않은 집이 드물다. 흙벽담에 걸린 지게·망태기·쇠스랑 들이 내다보는,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거닐며 과일나무 꽃들과 으름덩굴꽃·민들레·냉이꽃 올려다보고 또 내려다보노라면, 아름다운 경치란 게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언덕에 울창한 대나무밭도 논밭도 봄빛이다. 밭을 수놓는 건 흰 무꽃과 샛노란 배추꽃들이다. 수확용이 아니라 “모두 씨를 받아서 종묘사에 넹길 것들”이다.

70여호에, 절반 이상이 65살 이상 어르신들인 15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이 한층 푸근하게 여겨지는 건 마을을 감싸안듯 솟은 아미산(635m) 때문인 듯하다. 연초록·진초록 새순들로 덮인 나무들과 활짝 꽃피운 산벚나무 무리가 뭉게뭉게 산기슭을 타고 오르며 마을을 환하게 밝혀 준다. 모판에 흙을 담던 신구섭(66)씨가 산을 가리켰다. “저 아미산을 자세히 좀 봐유.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이잖유.” 산 좌우로 길게 흘러내린 능선이 팔과 무릎을 닮았다. 아미산 골짜기에서 야생 두릅과 가죽나물을 채취해 내려오던 주민 김의환(67)씨는 “저 골짜기 양쪽에 옛 성터가 있고, 절터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70년대까지 석탄 광산 개발로 옛 성터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한다.

마을 앞산 옆산은 온통 밤나무밭이다. 주민 허돈(66)씨는 “오뉴월이면 밤나무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고 자랑했다. 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로 큰샘·작은샘이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물동이로 져다 먹었다는, 버들치 바글거리는 큰샘은 이제 허드렛물로 쓰지만, 아미산 밑 작은샘은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약수터다. 은산면 고부실에서 60년 전 시집왔다는 박갑례(79)씨가 말했다. “조짝 애미산 밑에 작은 시암이 1등 시암이여. 약터라고도 허는디, 마을에서 아주 위하는 시암이유.”

만나는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며 돌담 골목길·밭길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기만 했는데도, 봄 한철을 제대로 누린 듯이 푸근해졌다. 정치인 김종필씨의 고향이기도 한 반교리엔 지금,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씨가 들어와 터를 잡고 ‘5도2촌’(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농촌에서)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여덟칸 돌집(휴휴당)이 인상적이다.

반교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만수산 자락 무량사는 꼭 들러볼 만한 절. 내부가 트인 2층 법당인 극락전(보물)과 무량사오층석탑(보물)이 신록 속에 눈부시다. 매월당 김시습이 이 절에 와서 세상을 떴다. 영정각에 자화상이라 전하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의 초상화(보물)가 있고, 부도밭에는 사후 2년 뒤 세운(1495년) 팔각원당형의 아름다운 부도가 있다. 만수산 자락엔 솔숲 울창한 휴양림도 있어 찾아가 거닐 만하다.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제조공장 인삼 자연건조실(위) 반교리 돌담길(아래)
위생복 입고 공장체험
홍삼 박물관 돌고 나면
화장품·사탕 선물도

봄기운에 흠뻑 젖은 마음 추스르며 부여 읍내로 들어서면 즐비한 백제 유적들이 기다린다. 낙화암·고란사, 부소산성, 정림사지오층석탑, 국립부여박물관 등 숱한 유적과 박물관들을 둘러보기 전후로 가볼 만한 숨은 볼거리가 있다. 한국인삼공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2만2000평)의 첨단 홍삼제조공장인 ‘고려인삼창’과 홍삼박물관이다. 온 가족이 함께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씻고 찌고 말리는 ‘정관장’ 홍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가공 역사, 효능 등 인삼·홍삼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주말·공휴일 휴무). 예약 필수(누리집 견학신청란 또는 041-830-2241).

홍삼이란 수삼을 쪄서 익혀 말린, 붉은빛을 띠는 삼을 말한다. 이곳에선 해마다, 전국 2500여 농가에서 계약재배한 6년근 인삼 7000여t을 이용해 캔으로 포장한 홍삼 뿌리삼과 농축액·분말·환·드링크제 등 ‘정관장’ 제품을 만들어낸다.

탐방객들은 먼저 홍삼 소개 영상을 관람한 뒤 수삼 세척, 증삼, 다듬기, 선별, 압착, 포장으로 이어지는 뿌리삼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인삼의 생태, 인삼·홍삼 관련 역사자료 등이 전시된 박물관을 둘러본다. 씨름·왈츠·발레리나 등의 이름을 붙인, 사람을 닮은 인삼도 볼 수 있다. 해설사 이영은씨는 “7000여t의 수삼 중 400t이 뿌리삼으로 가공되고, 이 중 60%는 일본·미국·중국 등 60여 나라로 수출된다”고 했다. 견학 때 오염 방지를 위해, 모자·위생복·덧신 등을 착용해야 한다. 견학을 마치면 홍삼화장품·홍삼캔디·홍삼음료수 세트를 준다.

부여 일대에서 들를 만한 또다른 체험 여행지로 농촌체험마을 은산면 거전리, 다양한 식물 체험학습장인 백제원, 백제토기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백제요 등이 있다.

부여=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나물 반찬 한번 푸짐하네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남공주분기점~대전·당진고속도로~서공주분기점~공주·서천고속도로~부여나들목~부여. 서해안고속도로~당진분기점~대전·당진고속도로~서공주분기점~공주·서천고속도로~부여나들목~부여. 2시간20분 소요. 부여읍에서 반교리까지 차로 약 30분.

먹을 곳 부여읍 부소산성 들머리 백제의집(041-834-1212) 연잎밥·연냉면·쌈밥 등. 외산면 무량사 들머리에 표고버섯전골·산채비빔밥·도토리묵·메밀전(사진) 등을 내는 식당이 세곳 있다. 은혜식당(041-836-5186)·광명식당(041-836-5176)·삼호식당(041-836-5038). 세곳 모두 푸짐한 산나물 반찬을 기본으로 낸다. 표고버섯을 넣어 만든 도토리묵 맛도 좋다.

묵을 곳 롯데부여리조트(041-939-1000), 삼정부여유스호스텔펜션(041-835-3101), 백제관(한옥)(041-832-2721), 만수산휴양림(041-830-2348).

백제 테마여행 부여문화원에서는 5월5일과 6월2일 ‘유홍준과 함께하는 백제 역사문화 탐방’을 진행한다. 장하리삼층석탑, 비인오층석탑, 무량사, 반교마을 돌담길, 정림사지오층석탑 등을 둘러본다. 참가비 1만원, 80명. 부여문화원(041)835-3318, 종합관광안내소 (041)830-2330.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