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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의 알페디시우시 대자연 속의 여행자들(왼쪽) 부라노 운하의 거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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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테마별로 즐기는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지 베스트 저마다 독특한 색채를 내뿜는 이탈리아의 소도시들. 이 깜찍하고도 유서 깊은 마을들을 짜임새 있게 둘러보는 방법 중 하나는 지역별, 테마별로 묶어서 여행하는 것이다. 작은 도시라고 해서 볼거리나 맛볼거리가 부족할 거라는 편견은 일찌감치 분리수거해 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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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돌로미티 산맥에 속한 해발 2000m의 알페디시우시는 무려 축구장 8000개 크기인 56㎢에 이르는 평평한 초원이다. 여름철이면 알프스의 수많은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바람결에 다채로운 색깔로 군무를 펼치며 향기를 발한다. 시우시에서 콤파초에 이르는 4300m 케이블카 구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공중 케이블카 구간이다. 평탄한 초원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 종종 자연이 빚어낸 대성당으로 비유되기도 하는 돌로미티의 장엄한 형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북부 이탈리아의 알프스, 아오스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4807m의 몬테비앙코(몽블랑)와 4685m의 몬테로사 등 고봉들이 즐비한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3차원적인 입체감이 느껴지는 지역이다. 아오스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몬테비앙코를 체험하기 위한 전초기지 쿠르마유르에 닿는다. 바로 인근의 라팔뤼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서 케이블카만 타면 바로 3000m가 넘는 전망대 푼타엘브론네르(푸앵트엘브로네르)에 도착한다. 그 전망대에 서기만 하면 장엄한 대자연이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이탈리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호수마을, 코모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에 인접한 코모는 로마시대 이래로 수많은 귀족들과 부유한 사람들의 인기 있는 휴양지로 각광받아 왔다. 오늘날도 마돈나, 조지 클루니, 베르사체,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유명 인사들의 별장들이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다. 호수 주변 어디에서든 마음 내키는 곳에 내려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여유로움, 도시의 탁한 공기에서 벗어나 알프스의 대자연을 넘어온 신선한 공기의 청량감. 이게 바로 코모 호수의 매력이 아닐까. 중부지역 슬로푸드 소도시 여행 이탈리아 중부에는 분주하던 마음을 평온케 하는 근사한 자연과 사람의 호흡에 가장 적합한 기후가 숨을 탁 트이게 해주는 움브리아주가 있다. 이 비옥한 땅에는 슬로푸드 미식 기행지로 삼을 만한 소도시들이 즐비하다. 움브리아의 부엌, 페루자
페루자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려면 일명 ‘페루자의 부엌’으로 불리는 보르고에 가면 된다. ‘주방의 위대한 마에스트로’ 칭호를 부여받은 주인장 루이기가 주방을 책임진다. 동그란 수제 면발의 중부지방 전통 파스타인 탈리아텔레는 갈아 만든 고기 소스와 치즈가 살짝 버무려져 아주 탱탱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안주인이 추천한 전통요리 ‘회향풀을 곁들인 페루자의 돼지고기’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든다. 후식으로는 순한 크림치즈 마스카르포네와 달걀노른자를 휘저어 섞은 크림을, 커피에 담근 비스킷으로 싼 뒤 술과 코코아로 맛을 낸 수제 티라미수를 추천한다. 한 스푼 입에 넣자마자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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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자 보르고 식당의 회향풀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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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초록 심장’이라고 불리는 움브리아의 와인은 명성이 높다. 마테오티 광장의 ‘에노테카 프로페르치오’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윤기 나는 대리석 바닥, 커피 머신, 풍성한 치즈와 햄, 그리고 2200여병의 와인들, 올리브유, 꿀, 마멀레이드, 각종 소스, 블랙 트뤼플 등 움브리아의 전통 음식들이 가득 채워진 프로페르치오는 와인 애호가에게는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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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식당에서 만난 음식. 볼로냐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미식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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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볼로냐의 풍성하고 기름진 음식을 빗대어 ‘뚱보들의 도시 볼로냐’라고 부른다. 볼로냐 시민들에게 식당을 추천하라면 탐부리니를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탐부리니는 1932년에 처음 문을 연 셀프 레스토랑이자 와인바 겸 델리카트슨이다. 온갖 파스타, 리소토, 고기류, 생선 그리고 샐러드와 야채 요리들이 펼쳐진다. 매장 한쪽에 진열된 살라미, 살시차, 모르타델라(볼로냐 오리지널 소시지), 파르마의 프로슈토 등 수제 햄들과 파르마산 치즈들은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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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스타의 야생화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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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땅’을 뜻하는 친퀘테레는 그림 같은 해안 길과 깎아지른 산비탈에 늘어선 포도밭들과 올리브나무, 그리고 그 절벽 위에 아찔하게 둥지를 튼 파스텔톤의 집들, 넉넉한 마음의 어부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다섯 마을 중 리오마조레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작은 길’은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다. 가다가 지치면 바닷가 마을답게 안초비(젓갈) 피자를 한번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남부 아말피 해안의 꿈의 장소, 포시타노와 라벨로
최고의 전망 포인트인 동쪽 스피아자 그란데의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포시타노는 한 폭의 그림이다.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집들이 늘어서 있고, 눈부신 티레니아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어느 수채화보다 아름답고 눈부셔서 잠시 백일몽을 꾸는 듯 황홀함을 준다. 라벨로는 ‘시인들이 죽음을 맞을 때 찾아오는 곳이 바로 라벨로다’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특히 빌라 침브로네의 ‘무한의 테라스’에서 비명 같은 감탄사를 터뜨리지 않는 여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곳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으면, 아말피 바다의 힘찬 테너와 바람의 고운 소프라노, 경쾌한 꽃들의 화음이 여행자들의 영혼을 감싸 안는다. 색채의 마술사가 사는 도시, 부라노
유럽의 대부분 낡은 건물들과는 대조적으로 부라노의 색채는 너무나 밝고 선명하고 깨끗하다. 부라노 사람들이 밝은 색채로 외벽을 칠하게 된 건 이 지역 어선들이 알록달록하게 배를 칠하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집주인이 정부에 신청을 하면 담당 기관에서 몇 가지 색을 알려주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칠한다. 부라노의 색채를 보고 있으면 마음엔 작은 기쁨의 물결이 일고, 행복의 기운이 불어온다. 글·사진 백상현/여행작가, <유럽 같은 국내 여행지>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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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로의 꽃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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