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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플로리스트 지망생 열일곱 성민우군과 카트린 뮐러의 만남
11살 때 엄마 따라꽃꽂이 학원 간 민우
중학생 때 각종 자격증 따 특별한 만남이었다. 11살에 본격적으로 플로리스트의 길을 꿈꾸기 시작한 성민우(17·군자공고·사진 오른쪽)군과 16살에 꽃을 공부하기 시작해 20년 동안 한길을 걷고 있는 카트린 뮐러(왼쪽)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카트린 뮐러의 강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까사스쿨 실습장에서 이 둘은 인사를 나눴다. 민우는 중간고사가 이틀 뒤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도 아랑곳없었다. 세계적인 플로리스트이자 교육자인 카트린 뮐러를 만날 수 있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망설임 없이 학교를 뛰쳐나왔다. 그것도 등교 시간보다 한참 전인 7시에 양재동화훼시장을 함께 가보기로 한 상황이라, 졸린 기색이 역력했다. ‘학교에 안 간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어 갔을 것이다. 분명히 졸린 듯했는데, 카트린 뮐러를 만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가 강의를 시작하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정식 참가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강의는 곁에서 들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놓을 수 있는 꽃 장식물을 만드는 강의가 이어지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1시간 정도 이어진 강의를 마치고 난 뒤, 둘은 빈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힘들지는 않으세요?”라고 민우는 카트린 뮐러에게 물었다. “플라워 아트가 상당히 여성적인 직업으로 알고 있지만, 육체노동도 많이 필요해요. 날마다 아침 5시에 꽃시장에 나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부모님이 걱정도 많이 했어요.” 민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민우에게는 육체적인 고됨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시선이 더욱 신경 쓰일 법했다. 국외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가운데 남성들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는 11살 때부터 꽃꽂이 학원을 다녔어요. 엄마가 다니던 곳을 따라다니다가 시작한 건데, 이제는 제일 즐거운 일이에요.” 민우는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이미 중학생 때 화훼장식기능사와 독일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고 도전하고 싶어 택한 길이었다. 원래 다니던 고등학교도 관련 분야 전공과가 있는 수원농생명과학고였다. 집이 너무 멀어 학교를 옮기기는 했지만, 플로리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요?” 뮐러가 물었다. 민우는 쑥스러워하며 “직선적인 구조물을 만들고 꽃장식을 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카트린 뮐러의 내추럴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그랬어요”라며 카트린 뮐러는 웃는다. “처음에 꽃을 배울 때는 비슷했는데, 5~6년 정도 지나 두번째 선생님을 만나고 스타일이 확 바뀌었지요. 아무래도 기초 지식이나 기술을 배울 때는 비슷한 경향이 있나봐요. 그런 뒤에 내추럴한 스타일에 반하게 됐어요. 점점 내가 추구하는 플라워 아트의 개성도 뚜렷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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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Opera Garnier)를 수놓은 카트린 뮐러의 꽃장식. 그는 꽃다발 같은 작은 꽃장식물부터 옛 성이나 교회, 오페라 극장과 같은 넓은 공간의 꽃장식 디자인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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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우군이 만든 구조물을 활용한 꽃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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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패션 등
닥치는 대로 보고 연구하죠” 아직은 플로리스트 걸음마를 떼고 있는 민우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즐거움을 이 분야의 최고 장점으로 꼽는다. “꽃을 꽂는 꽃병과 같은 빈 화기가 있고, 꽃이 있으면 채워넣고 싶어져요. 새롭게 뭔가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거요, 그게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는 민우. ‘크리에이터’, 창조자의 길을 걷는 카트린 뮐러는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끊임없이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영감을 스스로에게 불어넣는다.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 쪽의 새로운 트렌드를 항상 주시하고 있죠. 특히 패션쇼는 새로운 작품을 위한 영감을 주는 흥미로운 분야예요. 어떨 때는 향수병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죠. 어디서든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생활 곳곳에서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과 같아요. 그만큼 재미있고요. 이런 활동이 새로운 플라워 디자인을 생각하는 데 힘이 된답니다.” 한 움큼 쥔 꽃보다는 정밀한 구조물을 만들어 꾸미기를 좋아하는 민우와 달리, 자연 소재로 색다른 조합을 창조하기를 좋아하는 카트린 뮐러. 그런 그지만, 플라워 디자인에 치밀한 생각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할 때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종이 위에 1차 디자인을 한다. “종이 위에 자연을 새로 만드는 것처럼 여기면 돼요. 나도 내가 어떻게 하는지 모를 정도로 후다닥, 빠른 시간에 해내지만요.(웃음) 새로운 꽃 디자인을 할 때는 주로 꽃과 과일, 야채로만 하죠. 이색적인 조합을 실험하고 또 실험해서 정말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요. 이런 실험과 도전 끝에 색다른 디자인이 나오면, 파리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위해 한 주 더 강의를 추가해서 하기도 해요.” 힘든 점과 보람된 점. 직업 탐색의 기본 질문을 민우는 빼놓지 않았다. “가장 보람있었던 작업은 어떤 거였나요?”라고 물었다. “꽃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보람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플라워 디자인을 꼽으라면, 프랑스에 있는 ‘폴리냐크’(Polignac)라는 성에서 치러진 결혼식 꽃장식이 기억에 남네요. 옛 성을 장식하는 것은 다른 세기로 시간여행하는 것 같았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작업이었어요.” 민우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앞으로 플로리스트나 조경사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대학을 들어가려고 한다. “꼭 플로리스트가 아니라 조경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좀더 남성적이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니까요. 플로리스트가 된다면, 기초를 잘 닦아서 나중에 프랑스로 와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카트린 뮐러는 조언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했다. “네! 그럼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나?”라는 민우. 처음 인사를 할 때 어색함은 사라지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의 대화처럼 편안해졌다. 이 둘은 강의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꽃을 다듬는 작업을 함께 했다. “자, 꽃 얼굴을 이렇게 펴주세요. 옳지, 그렇게!”라는 카트린 뮐러의 말에 민우의 눈은 다시 반짝였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봄날 꽃잔치 지천에 널렸네 가볼만한 꽃박람회·축제·꽃시장들 꽃은 햇빛이 피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일조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요즘 내리쬐는 5월의 햇빛을 흡수한 꽃들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꽃을 찾으러 꽃가게에 가면 싱그럽고 화사한 꽃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꽃가게가 다가 아니다. 가지각색의 꽃과 식물들의 항연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장 성황을 이루고 있는 곳은 ‘2012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이다. 지난 3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의 꽃박람회 행사장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40개 나라에서 온 다채로운 꽃들은 자그마치 2억 송이나 된다.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꽃 얼굴들이 저마다 특색 있다. 그냥 전시장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꽃향기와 섞여 아찔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꽃전시도 펼쳐지고 있다. 헐크와 킹콩 같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꽃으로 꾸며 선보였다. ‘캐릭터 정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다. 2억 송이 꽃의 보금자리는 25만㎡의 실내외 전시장에 마련했다. 꼼꼼하게 박람회장을 훑어보고 싶다면 편안한 신발은 필수다. 13일까지 열린다.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 일대의 사설 수목원에서는 봄꽃 축제들이 한창이다. 굳이 봄이 아니라도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있는 ‘세계꽃식물원’(asangarden.com)에서다. 이곳은 실내 온실에서 365일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딱 이맘때 가장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꽃시장이다. 도심 외곽과 중심에 다양한 꽃을 볼 수 있으면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서울 지하철 3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에는 꽃상가가 자리잡고 있다. 터미널 건물 3층에 있다. 꽃병과 같은 부자재를 사기에도 알맞다. 다만, 본래 도매상가의 역할을 하는 곳인지라 새벽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남대문시장에는 옷과 먹거리뿐 아니라 꽃시장도 있다. 회현역 4번 출구로 나서면 있는 ‘대도상가’ 3층에 꽃시장이 있다. 월~목요일에는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금~토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휴무이다. 충정로역 인근 서소문공원 지하에 있는 서소문 꽃도매시장은 숨겨져 있다시피 하다. 주변을 지나다녀도 꽃시장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50여개 꽃상점이 모여 있지만, 생화부터 부자재까지 모두 구할 수 있는 꽃시장이다. 생화를 파는 곳의 영업시간은 대도상가 꽃시장과 같다. 화분이나 조화를 파는 곳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에는 쉬지만, 평일에 든 공휴일에는 오후 1시까지 영업한다. 국내 최대 화훼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양재동 꽃시장. 꽃뿐만 아니라 선인장과 관엽식물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에누리는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꽃의 질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생화를 파는 상점은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서울 근교 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주교동에 걸쳐 있는 ‘고양화훼단지’이다. 연중무휴이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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