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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치킨’의 노릇노릇 익은 전기구이 통닭(왼쪽). 전주 ’꼬꼬영양통닭’ 의 전기구이 통닭 반 마리. 외국인들이나 혼자 오는 이들을 위한 것(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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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의 전기 통닭구이 맛집들
40년 전통 꼬꼬영양통닭한때 약혼식 연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는 데 2년 걸렸다. 때로 최고의 작품은 시간이 만든다. 40여년 이상을 버텨온 전기구이 통닭집의 맛은 촘촘한 시간만큼 아름답다. 집집마다 맛도 사연도 다르다. 추억을 담뿍 담은 전기구이 통닭 명가를 찾아 〈esc〉가 길을 나섰다. 전주에는 콩나물국밥과 비빔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로 마흔살이 된 ‘꼬꼬영양통닭’(전주시 완산군 경원동)은 전주 사람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한때 홀에서 약혼식을 할 정도로 거창했던 이곳은 “88올림픽부터 (영업이) 안 되기 시작”했다. 양념치킨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다. 주인 장월주(60)씨는 “언젠가 건강 음식을 찾을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기름 쏙 뺀 전기구이 통닭을 놓지 않았다. 직원들이 하나둘 떠난 자리에 남편 김금술(64)씨를 끌어들였다. 장씨의 예상은 맞았다. 요즘 ‘꼬꼬영양통닭’은 다시 빈자리가 없다. 이 집 맛의 비결은 다른 집보다 2배 시간을 들여 닭을 손질하는 것이 첫번째, 두번째는 초벌구이 한 뒤 장씨가 개발한 닭기름을 재벌구이에 활용해 바삭한 맛을 만드는 것. 일반적으로 전기구이 통닭은 기계에 1시간가량 익힌 다음 2~3분 식용유에 튀긴다. 속은 잘 익었으나 겉은 바삭하지 않다. 수분이 남아 있어서다. 기름을 공급해 수분을 빼면 바삭해진다. 조리업계의 일반적인 기술이다. 김씨가 직접 담근 무절임도 큼지막하다. 대량생산돼 크기가 같은 공장 무가 아니다. 3년 전부터는 한 대기업의 베이커리사업부에서 일했던 아들 김동환(35)씨가 서울에서 내려와 거들고 있다. “1년간 설거지만 했어요. 이제 겨우 닭 요리법을 알려주시네요.” 부부와 아들, 3명이 운영하다 보니 하루에 만드는 전기구이 통닭의 양은 정해져 있다. 그야말로 150마리 한정판매다. 40년 전 850원으로 시작한 가격은 요즘은 1만6000원이다. “1.5㎏ 크기의 닭을 조리하다 보면 완성된 통닭은 1.1㎏이 돼요.” 아들 동환씨의 말이다. 보통 통닭용 닭은 700~900g이다. 얼큰한 닭곰탕도 인기다.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비 오는 날이면 첫사랑 만난 곳이라며 낭만에 젖어 찾아오는 예술인들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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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꼬꼬영양통닭’을 지켜낸 김금술(사진 왼쪽)과 장월주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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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나온 남녀커플
아침식사로도 인기 김현, 이청준, 황지우
문인들 단골이었던
반포치킨 “아르바이트하고 월급이 나오면 통닭을 꼭 사서 집에 갔다”고 그 옛날을 회상하는 음식칼럼니스트 김학민씨가 즐겨 찾던 영양센터는 ‘신촌영양센터’(서대문구 창천동)다. 고려대 앞에 ‘삼성통닭’이 있었다면 연세대 앞에는 ‘신촌영양센터’가 있었다. 41년 전 문을 연 이 집은 초창기 창업자 허길남씨에서 송송심씨로 이어졌다가 4년 전 퇴직 공무원인 김인규(56)씨가 맡았다. 900g 닭에 생강가루, 마늘 등 여러가지 양념을 바르고 1시간 굽는다. 식용유에 2~3분 튀긴다. 김씨는 “모텔 등이 많다 보니 이른 아침에도 통닭을 먹으러 오는 연인들도 있다”고 한다. 가격은 1만3000원. 1970~80년대 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곳으로 ‘반포치킨’(서초구 반포동)이 있다. 1977년 이정덕(65)씨가 문을 연 이 집을 김현, 이청준, 황지우 등이 단골로 다녀갔다. 가난한 문인들은 카드도 없던 시절 외상 장부에 휙 이름 갈겨 넣고 책이 나오면 갚았다고 한다. 750~800g 닭에 마늘 양념을 넣고 바르는 것이 맛의 특징. 하루 4㎏ 이상의 마늘이 없어진다고 한다. 오랜 세월만큼 기계도 낡아 5번이나 교체했다. 가격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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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영양센터’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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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통치킨’ 막 꽂은 닭이 뱅뱅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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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치킨’의 마늘 전기구이 통닭. 다 익은 통닭에도 마늘 소스를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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