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5.30 18:23 수정 : 2012.05.30 18:23

충북 음성 채제천 교수(사진 왼쪽)의 고단열주택 내부

[매거진 esc]
음성에 고단열주택 짓고 은퇴 후 삶 꾸려가는 채제천 단국대 명예교수

근사한 모양은 아니어도 과학적 기능성이 겉으로 드러날 거라는 기대는 허물어졌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 안터마을에 위치한 채제천 단국대 명예교수의 집은 성냥갑처럼 볼품없었다. 엉성한 뗏장 사이로 누런 황토가 흐르고 주변에는 폐자재가 흩어져 있어 을씨년스럽기조차 했다. 허걱! 저것이 고단열주택이란 말인가.

“경유 한 드럼 27만원으로 겨울을 났어요. 이웃집 할머니 집은 8드럼 230만원어치 기름을 땠다는데 난방비가 8분의 1만 든 셈입니다. 선택에 만족합니다. 유지비가 적게 드니 무엇보다 아내가 좋아해요.”

채 교수의 권유로 슬리퍼를 신고 들어간 실내는 초여름 외부 날씨와 달리 서늘했고, 밖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채 교수는 지난해 말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의 기술지원을 받아 구조단열패널(SIP: Structural Insulated Panel)과 삼중 시스템 창호를 기본으로 한 구조에다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식으로 9600만원을 들여 이 집을 지었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떨어지고 최장 열흘을 비워두기도 했지만 실내온도는 6~7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채 교수가 지난해 11월16일부터 5월15일까지 나흘에서 열흘까지 집을 비웠다가 처음 들어와 측정한 기록을 보니 온도는 6.7~20.9도, 습도는 45~69% 수준을 유지했다.

고단열주택 외부(위) 전기레인지를 설치한 부엌(가운데) 별도로 설치한 태양열 온수기(아래)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겨울
며칠 집 비워도
7~20도까지 온도 유지

“공기가 깨끗하고
외풍이 전혀 없어
아침 일어날 때 무척 개운해요”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그는 퇴임 뒤 전원에서 노년을 보낼 계획이었다. 수원에서 1시간반 안쪽의 지역에 땅값과 건축비가 적정한 전원주택을 짓기로 하고 3~4년 동안 발품을 판 결과 선택한 것이 평당 22만원대의 음성 안터마을에 평당 350만원대로 지은 고단열주택이다. 쌀 이외의 부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텃밭도 100m 떨어진 곳에 마련했다. 내년에 시판할 예정인 소형 전기차를 장만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가 단열주택을 지은 데는 그의 전공이 작물생리학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농업은 공업 못지않게 에너지 개념이 예민한 분야입니다. 광합성이란 태양에너지를 녹말로 전환하는 것이죠. 거저 주어지는 태양에너지를 100이라 하면 우리나라 벼농사 에너지효율이 평균 4%대입니다. 이론적으로 실험실의 최적 조건에서 광합성 효율이 40%까지 나올 수 있어요. 현재 내연기관의 효율이 최고 40%가량인 점과 비슷하죠. 40%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영역입니다. 품종, 비료, 농약 등의 기술도 한계점에 이른 현재 기술을 잘 조합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입니다.”

유한한 화석연료는 공업용 원료로 돌리고 운송, 난방 등 태워서 없애는 분야는 절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생활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어야 하고 겨울이 긴 우리나라는 난방효율을 높이려면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구조단열패널. 스티로폼의 일종인 네오폴(NEOPOR)을 분쇄합판(OSB)으로 감싼 225㎜ 두께의 패널인데, 단열성이 높고 구조적으로 튼튼해 별도의 기둥 없이 사방 벽을 둘러치고 지붕을 씌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난연성 소재라고 하지만 화재에 취약해 석고보드로 마감하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안방과 거실 중간벽을 흙벽돌로 쌓아 축열기능을 확보했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이 또는 창문을 열었을 때의 급격한 실내기온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별도로 기름보일러를 설치해 여러 날 해가 나지 않는 겨울 날씨를 대비했다.

“실내온도가 19~20도라고 해서 춥다고 할지 모르지만 기온이 균일해 추운 느낌이 들지 않아요. 평상복 차림으로 지내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공기가 깨끗하고 외풍이 전혀 없어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무척 개운해요.”

그는 기존 한옥을 ‘숨쉬는 집’이라고 치켜세우는데, 그것은 한옥의 단점을 얼버무리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불 속은 따뜻하지만 코가 시리다거나, 안방과 거실의 기온 차가 심한 것은 몸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겨울에 한번쯤 걸리는 감기도 비켜갔다고 했다. 겨울을 그렇게 지내고 보니 노년에 뜨끈한 방바닥에서 몸을 지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옅어졌다. 기존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 외양은 볼품없어요. 하지만 에너지 효율만 좋다면 성냥갑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좋다고 합디다. 하지만 건축비가 비싼 줄 알고 엄두를 못 내더군요. 결코 비싼 게 아닙니다. 난방비가 절약되니 초기 투자비는 몇 년 만에 빠질 거예요. 집 짓는 비용에 앞으로 들어갈 냉난방비도 반영해야 합니다.”

평당 50만원 정도 비싸게 들었지만 난방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해 기름값으로 200만원을 절약하게 되니 6년이면 ‘초과’ 건축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같은 설계도면으로 벽돌시공한 이웃집 주인이 들러보고 “기름·장작 겸용 보일러를 설치했다가 장작 값으로 80만원이 들었다”며 “채 교수를 따라 지을 걸 잘못했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타일 대신 비닐장판을 깐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접착제를 써 냄새가 좀 나지만 여름 되면 없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중저가 부엌가구. 엄청나게 냄새가 나 거의 한달 동안 창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습기.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도 유리창에 성에가 끼지 않았어요. 창문 아랫부분에 약간의 물기가 맺히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샤워를 하고 나니 습도가 70% 가까이 올라가 찜통처럼 바뀌더군요. 열교환 환기장치가 내부의 탁한 공기를 걸러주지만 습기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쪽에서는 습기가 많이 차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제습기를 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두 시간씩 돌리는 이유다.

채제천의 전원주택

주소 충북 음성군 생극면 안터마을/대지 650㎡(196.6평), 건평 90.88㎡(27.5평), 지상 1층 목조 건축비 턴키방식 9625만원(평당 350만원) 시공자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에서 추천한 목수팀 설계 2010 농어촌주택 표준설계도서-저에너지친환경주택 중 (04)농림-10-29-가 채용, 농어촌공사에서 개발하여 무료공개 공사 기간 2011년 8월29일~12월4일(약 3개월)

음성=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