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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미루마을 전경. 인하대 동문 54가구가 귀촌을 목표로 조성한 고단열 목조주택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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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최소 에너지로 실내온도 유지하는 ‘패시브하우스’…멋부리기보다 공간 최소화가 중요
패시브하우스가 화두다. 패시브하우스는 최소의 에너지로 생활하기에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난방비가 기존 일반주택의 10% 미만밖에 들지 않는다. 실내 면적 1㎡당 경유로 치면 한해 1.5ℓ, 전기로 따지면 15㎾h 미만을 쓸 따름이다. 66㎡(20평) 주택의 경우 한해 경유 99ℓ, 즉 18만원이면 난방비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적게는 냉난방비를 현격하게 줄여 가계의 구멍을 막고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고부가 산업자원으로 돌려 국가에 기여할 수 있으며, 크게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지구가 더워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일석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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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마을에 입주한 한 주택에서 어린이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위) 다섯 집을 한 단위로 한 지열냉난방 시스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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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주택이 아니라
쾌적하게 살기 위한 주택 패시브하우스는 1991년 독일의 볼프강 파이스트가 다름슈타트 북쪽의 크라니히슈타인에 세운 것이 처음이다. 92년부터 99년까지 8년 동안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순수 난방을 위한 가스의 소비는 1㎡당 평균 12㎾h로 기존의 건물에 비해 약 20분의 1이었으며 온수, 환기, 조명, 전열 기기 등을 포함해 전체 전기 소모량은 1㎡당 33㎾h였다. 그런 성공에 힘입어 패시브하우스 열기는 북유럽, 캐나다, 미국 등지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한국에는 이대철씨가 2008년 강원도 홍천에 실험적으로 지은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가 최초다. 패시브하우스는 특별한 디자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온병의 원리와 구조를 주택에 반영하여 기능적으로 짓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체의 열 손실을 없앰으로써 별도의 에너지 공급 없이도 애초의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짓는 것이 핵심이다. 패시브하우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주인이 ‘쾌적하게 살기’ 위한 주택이다. 전문가들은 평면도상으로 단순한 사각형의 형태를 권장한다. 외부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동일한 면적이라고 해도 ㄱ자 또는 ㄴ자로 모양을 내면 표면적이 늘어나 한기의 유입 또는 내부의 열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건물 모양에서도 뾰족지붕, 이중지붕 등 겉보기 아름다움을 배격한다. 벽과 벽, 벽과 천장, 지붕과 지붕, 창틈 등 틈새가 발생할 소지를 최소화하고 하자발생 원인을 없애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간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다. 생활필수품 외에 간헐적으로 쓰이는 잡동사니를 위해 냉난방을 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과시용 물건은 별도의 창고를 지어 보관하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예술주택’을 지어 ‘예술인’이 되고자 한다면 패시브하우스의 꿈을 버려라. 단열재·창호 등
국산제품 기능 한계로
높은 건축비는 단점 패시브하우스의 열원은 조명, 취사에서 발생하는 열, 거주자의 체온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다. 이 가운데 창문은 외부의 열을 받아들이는 통로인 동시에 내부의 열이 새나가는 구멍이다.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함으로써 남쪽으로 창을 내고 동서 및 북향의 창문을 최대한 배격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북반구에서 남쪽으로 낸 창문은 햇볕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만 동서향은 과열을 초래하고 북향은 열의 유입보다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남향이라고 꼭 열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낮에는 열이 유입되지만 밤이면 일교차에 의해 열이 새나간다. 창문을 바닥면적의 10~15% 또는 벽면적의 40%로 내도록 하고 이중 또는 삼중의 시스템 창호를 쓰는 것은 ‘낮 통로’와 ‘밤 구멍’ 사이에서 중용을 택하기 위한 방식이다. 패시브하우스는 숨 쉬는 주택이 아니다. 출입문과 창문을 여닫아 일시적으로 환기를 할 수 있지만 패시브하우스는 밀봉이 기본이다. 하지만 꽉 막힌 보온병에서 살 수 없는 노릇. 가스레인지를 쓸 수 없으며, 호흡과 취사로 혼탁해진 공기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되 폐열을 재활용해야 한다. 고효율의 열교환기를 갖춰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외부의 열원이 없이도 항온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완벽한 단열은 불가능하다. 10%의 여유를 둔 것은 그 때문이다. 10%는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보조난방 장치를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패시브하우스는 제로에너지하우스로 가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현재까지는 화석 에너지가 고갈돼가는 시기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주거공간이다. 문제는 일반주택보다 건축비가 비싸다는 점. 단열재가 국산화돼 있지 않으며 국산 시스템 창호가 완벽하지 않다. 또한 대기업에서 사업에 뛰어들면서 건축비 인상의 빌미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구상에서 자신의 집을 남의 손에 맡기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참에 패시브하우스 개념을 도입한 집을 지어보면 어떨까.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화보] 반값등록금 약속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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