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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6 17:11 수정 : 2012.06.07 20:44

보령 외연도 ‘노랑배’ 해안절벽에서 바라본 해넘이.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끝부분이 매바위, 왼쪽 뒤쪽 산은 무인도인 대청도·중청도다.

[매거진 esc] 충남 보령의 서해 끝 외딴섬 외연도…두세시간이면 아담한 해안과 울창한 숲 여유있게 즐겨

포구 하나, 학교 하나
산봉우리 세개
몽돌해안 여섯개

여행하기 좋은 섬은 어떤 섬일까. 흔히 여름철 피서하기 좋은 곳을 떠올리지만, 그런 섬이라면 서남해안에 부지기수다. 이런 섬은 어떨까. 두세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경치 좋고 아담한 섬. 상록수림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어두컴컴한 숲과 투명한 물살 비벼대는 몽돌해안이 번갈아 나타나는 섬. 그 산책로 끝 절벽에서, 포개진 바위섬들 너머로 잦아드는 황금빛 해넘이가 기다리는 섬. 여객선 타고 2시간 남짓 달려야 닿는 섬다운 섬. 서해바다 외딴섬, 외연도(외연열도)가 그런 섬이다. 충남 보령시에 속한 70여개 섬 중 육지에서 가장 먼 섬이다.

상록수 울창한 당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외연도 구성 요소를 보자. 130여가구 400여명이 사는 포구마을 하나, 20명이 공부하는 초등학교 하나, 교회 하나, 노래방 하나, 구멍가게 두개, 숲길 상쾌하고 전망 좋은 산봉우리 세개, 둥근 호박돌 깔린 아름다운 몽돌해안이 여섯개, 섬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무인도가 열다섯개다. 그리고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울창한 숲(상록수림·천연기념물)과 주민들이 다소 부담스러워하는(공간을 많이 차지해) 대형 까나리액젓 공장이 있다.

“그러고 요상허게 생긴 고래조지 바우가 있지. 해녀들 물질허는 사학금 해변 옆으로 보이는 누런 바위여.”(주민 안상철씨·62)

‘고래조지바위’는 급경사 풀밭이 바다를 향해 흘러내린, 망재산(171m) 자락 끝 바위 사이에 길게 뻗은 노란색 바위를 말한다. 바다 쪽에서 보면 고래 수컷 성기를 닮았다고 한다. 해녀들 말에 따르면, 이 바위 띠가 바다 밑으로 이어져 앞 섬(오도)까지 뻗쳐 있다고 한다.

망재산 오르는 길에 풀밭 끝 이 바위에 서서, 좌에서 우로 고개를 돌리니 석도와 코앞의 당산양도, 오도(머금), 외오도, 횡견도(빗껸이·비깽이), 대청도·중청도가 차례로 펼쳐졌다. 낮게 깔린 바위섬에서부터 높이 솟아 울창한 숲을 이룬 커다란 섬까지 다채로운 섬 무리가 아침 안개 속에 각양각색의 자태를 드러낸다. 오른쪽 절벽 밑 사학금 연안에선 물질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새소리처럼 청아하다. 해삼·전복이 깔린 곳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외연도 해녀 7~8명과, “일손이 달려 제주도에서 불러온” 해녀 10여명이 함께 물질을 하는 곳이다.

벽화로 장식된 외연도 마을 담벽.
돌삭금·노랑배절벽·고라금…
이름도 정겨운 해안경치들
자갈밭 파도 쓸리는 소리 예술

망재산 정상에 서면, 전망은 한쪽으로만 틔어 있다. 마을과 포구로 드나드는 배들, 포구 한쪽에 쌓인 수많은 까나리액젓 통들, 그리고 포구 너머 수수떡섬이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좋기는 외연도 최고봉인 봉화산(279m)이다. 마을 쪽에서 오르거나,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엔 위기 때 봉홧불을 올리던 봉화대가 남아 있다. 여기서 포구와 망재산, 주변의 섬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 상록수림 울창한 당산이다. 후박나무·동백나무·붉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팽나무·고로쇠나무 등 낙엽활엽수들이 뒤섞여 우거진 아름다운 숲이다. 숲길 들머리부터 아름드리 팽나무와 동백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 사이로 설치된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면 주민들이 대대로 수호신으로 모시는 전횡 장군 사당이 나타난다. 중국 제나라 왕의 동생이었다는 전횡 장군은 한나라에 대항하다 패한 뒤 부하 500명을 이끌고 외연도로 피신했다고 한다. 한나라 고조가 섬을 토벌하겠다고 하자, 그는 항복하지 않고 부하들과 낙양으로 건너가 자결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이를 기려 해마다 2월 보름(본디 정월 보름)에 제를 올린다. 주민들은 4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풍어당제, 산신제 등을 해마다 지내오고 있다. 2010년 태풍 곤파스는 이 섬의 수많은 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당산 숲의 유명한 연리목(줄기가 이어진 두개의 나무)도 이때 부러져 말라죽었다. 하지만 울창한 숲은 끈질긴 자생력을 보여주고 있다. 외연도에서 ‘가고 싶은 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정환씨는 “당시 적잖은 피해를 봤지만, 오히려 간벌효과를 가져와 초본류 등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쓰러진 나무들은 치우지 않고 방치해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외연도 몽돌해안인 명금.
이 섬의 경관을 가장 확실하게 둘러보는 방법이 3㎞에 이르는 섬 탐방로를 거니는 것이다. 5월 말 현재 찔레꽃, 엉겅퀴꽃들이 탐방로변에 한창이다. 어둑한 숲길에선 아기 주먹만한 집을 끌고 가는 큼직한 산달팽이도 만날 수 있다. 그윽한 숲길을 오르내리며 굽이마다 새로운 경관과 마주하게 되는 멋진 산책로다.

돌삭금·작은명금·큰명금·노랑배절벽·고라금·누적금…. 이름도 정겨운 해안 경치가 눈을 사로잡는다. 둥글어진 거대한 바위들에다 호박돌·자갈돌이 깔려, 파도에 쓸릴 때마다 차르르르 아련한 해조음이 들려오는, 아담한 해안들이다. 외연도에 모래해안은 없다. 본디 포구 쪽이 모래밭이었지만, 선착장 개발로 사라졌다고 한다. 모래밭보다 아름답고, 모래해변보다 투명한 몽돌해변에서, 고둥·게 등 해산물 채취체험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큰명금 위 산자락엔 산책길에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위 봉화산 자락에 ‘해막’이란 곳이 있다. 해막은 주민들이 당산에 제를 올릴 때, 임신부나 생리중인 여성들이 피신해 있던 산막(피막)을 말한다. 당제 날짜가 잡히면 임신부 등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땔감·음식 등을 준비해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맑은 날 저물녘, 산책로 따라 걷다 봉화산 밑 바위절벽인 노랑배 부근에 다다르면, 청도 무리와 매바위·상투바위 쪽으로 넘어가는 눈부신 해넘이를 만날 수 있다. 나무데크 전망대나 계단을 따라 위치를 옮겨가며 해 떨어지는 지점을 달리해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나무데크와 납작한 돌을 깐 탐방로는 봉화산 산행 코스와 이어져 있다. 봉화산 둘레길과 망재산 길은 주민들이 옛날 땔감을 해 지게로 져나르던 길이다. 망재산 길은 비좁은데다 경사가 심해 위험하므로 홀로 산행은 삼가야 한다. 길 정비가 마무리(7월)될 때까지는 주민들의 안내를 받는 게 좋다.

마을 담벽에는 외연도를 드러내는 여러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구경할 만하다. 20명의 외연도 초등생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화가들이 물고기, 고래, 봉화산 경치, 바닷가 풍경 등을 그렸다고 한다. 어린이들 그림을 따로 모아놓은 ‘담장갤러리’도 볼 수 있다. 외연도 도착 뒤 여행정보는 포구 해양경찰서 옆 외연나들터(방문자센터)에서 얻을 수 있다. 6월 말이면 주민 28명으로 구성된 해설사 양성이 완료돼, 여기서 섬 안내와 해설을 신청할 수 있다.

travel tip

세모국 시원하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대천나들목에서 나가 대천항 여객선터미널로 간다. 외연도행 여객선이 6~9월 하루 2회 운항된다. 10~5월엔 하루 1회. 호도·녹도에 기항하므로 2시간 남짓 걸린다. 뱃삯은 갈 때 1만6500원, 올 때 1만5000원. 외연도는 대천항에서 53㎞ 거리. 면적 0.53㎢.

먹을거리·묵을곳 외연도의 민박집(21곳)에서 제철 해산물이 곁들여진 식사를 할 수 있다. 방값 성수기 7만~8만원, 백반 7000원. 충남 서해안에 자생하는 ‘가시리’ 또는 ‘세모’라 부르는 해조류를 넣고 끓인 세모국(사진)이 별미다. 씹는 맛이 약간 거칠면서 상큼하다. 홍합이나 굴 또는 조개를 넣고 함께 끓이는데, 외연도에선 김도 함께 넣어 부드러운 맛을 낸다. 채취량이 적어 여느 곳에선 맛보기 어려운 음식. 보령 동대동과 오천항에도 세모국을 내는 식당이 있다. 동대동 대화식당은 세모국과 자연산 생선요리를 내는 식당. (041)932-5109.

여행정보 외연도 어촌계여관(민박) (041)931-5750, 외연도 어촌계 (041)936-5085, 대천항 여객선터미널 (041)934-8772~5,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3541.

외연도(보령)=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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