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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3 18:29 수정 : 2012.06.13 18:51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연필돌리기·동전축구용 스틱·침 발사기 등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펜 놀이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 르네 마그리트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코멘트가 적힌 파이프 그림을 발표해 미술사에 획을 긋는다. 그리고 오늘날 필자는 모나미 볼펜 사진에 ‘펜은 필기구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과거를 추억한다. 왕년, 모나미 볼펜이 필기구만은 아니던 시절, 지금보다는 학교가 순진하던 그 시절을.

연필돌리기용 스틱 통상 ‘연필돌리기’라 불리던 펜 돌리기는 가히 입시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을 위한 최고의 핸드스포츠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었다. 당시 교사진이 시각적 교란 및 주화입마를 이유로 이 애크러배틱 핸드 스포츠를 규제 탄압하지 않았다면, 펜은 손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청소년 흡연율이 현재와 같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만.

동전축구용 스틱 동전축구라 함은 ‘연습장’이라는 스프링형 갱지공책이 중고생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던 당시 대유행하던 게임이다. 비닐 덮개가 있는 연습장의 맨 뒷면에 가로 여섯 줄, 세로 세 줄의 줄을 긋고, 볼펜 끝으로 선에 걸리지 않도록 동전을 드리블하여 상대 ‘골대’(양쪽 끝 줄 가운데 칸)에 넣는 이 게임은 교내 월드컵(전교 규모의 대항전)이 개최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더랬다.

덕분에 동전을 막거나 드리블하는 스틱으로 사용되었던 모나미 볼펜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침 발사기 모나미 볼펜이 반드시 이런 평화적 도구로만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들의 눈을 피해 ‘침(針) 발사기’를 만들었는데, 제작법은 대략 이랬다.

제작법 | 사진 1. 핀 침의 끝에 깔때기 모양으로 종이라벨을 붙인다(셀로판테이프로 보강).

사진 2. 모나미 볼펜의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테이프로 구멍을 막는다.

사진 3. 침의 종이라벨을 볼펜 지름에 맞춰 잘라낸다. 침을 장전하고, 입으로 강하게 불어 침을 발사한다.

보기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 덕분에, 이 볼펜 침은 당시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아주 약간 보였을 정도로 위험한 무기였다만, 어디 요즘 학교 분위기만 했겠는가.

테러도구 자꾸 평화를 위협하는 용도를 얘기해서 안됐다만, 모나미 볼펜을 이용한 가장 강력하고도 무시무시한 공격은 ‘볼펜 똥 테러’였다. 볼펜 끝에 맺힌 볼펜 똥을 고이 간직해, 테러 대상이 얼굴이나 손을 댈 것 같은 곳에 슬며시 묻혀놓는 공격 방법에 대해선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텐데,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보충설명 드리자면, 왕년의 볼펜 똥은 거의 쌀알 크기에 육박하는 가공할 만한 사이즈를 자랑하였더랬다.

당시엔 그나마 이 정도가 가장 강력한 테러였으니, 현재의 사이버 왕따 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모쪼록 학교에 평화와 숨 쉴 공기를….

글·사진 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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