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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0 18:25 수정 : 2012.06.20 18:25

한라산 북쪽 자락 한천 중상류의 방선문 계곡.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3일째 계곡 숨겨진 바위경치 품은 계곡들…서귀포 일대 계곡은 물놀이로도 최고

제주관광협회가 뽑은
제주 숨은 비경
방선문계곡

제주도에도 멋진 계곡이 있냐고 묻는 분들, 여전히 적지 않다. 한라산 빼곤 해수욕장만 있는 줄 아는 모양인데, 오해하시지들 마라. 계곡 많다. 제주 사람들도 계곡물에 발 담그고, 짜장면 시켜 먹고 통닭도 시켜 먹는다!

그렇다. 제주도에도 아주 멋진 바위골짜기가 있고, 들여다보기만 해도 가슴 서늘해지는 짙푸른 소도 있다. 사실 제주도의 계곡은 비 올 때 말고는 물이 말라 있는 건천이 많다. 이른바 ‘비와야 폭포’ ‘비와야 계곡’들이다. 하지만 한라산 남쪽 자락 서귀포 일대엔 특이하게, 사철 얼음처럼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과 수려한 바위경치를 갖춘 골짜기가 적지 않다. 땅속에 스며 흐르던 물이 서귀포 해안지역 지하에 깔린 불투수층 암반을 만나 솟아 흐르기 때문이다. 바위경치가 아름다운 골짜기 몇곳을 둘러봤다. 어르신 아이 할 것 없이 편안하게 가벼운 산책 겸해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마른 암반 골짜기에 뚫린 거대한 바위문 방선문계곡 제주시 오등동. 제주도관광협회가 ‘제주의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꼽은 곳이다. 제주시내로 흘러드는 한천 중상류 계곡의 바위경치다. 비 와야 물이 흐르는 마른 계곡이지만, 웅장한 바위들과 골짜기 전체가 암반인 계곡 풍경이 아름다워 보고 즐길 만하다. 한라산 북벽에서 발원한 탐라계곡(동탐라·서탐라계곡) 물길이 내려와 움푹 팬 바위골짜기를 이뤘다. 평상시엔 말라 있지만 폭우 땐 수량이 급격히 늘어 거센 물살을 이루며 골짜기를 메운다.

나무계단을 따라 잠시 골짜기로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 무리 우거진 바위골짜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상류 쪽은 골짜기가 훤히 뚫린 모습이고, 하류 쪽은 골짜기 가득 거대한 바위들이 굴러내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방선문(訪仙門)이란, 신선이 찾아온 곳이란 뜻이다. 골짜기 한쪽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 아래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한라산 백록담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할 때, 한라산 신선이 잠시 이 계곡으로 몸을 피해 찾아왔다거나, 효성이 지극한 나무꾼을 만나러 신선이 찾아왔다는 전설이 있다.

방문객들 반응은 두 갈래다. 골짜기는 멋진데 물이 없어 재미없다는 이들과, 물이 있든 없든 이 정도 웅장한 계곡이 제주도에도 있다는 게 기쁘다는 이들이다. 옛 선인들의 반응은 후자 쪽이었던 듯하다. 골짜기 바위들에 새긴 시들과 이름들이 즐비하다. 숱한 풍류객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뜻이다. 모두 50여개에 이르는 경치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과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1600년대 초반부터 175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새긴 것이 많다고 한다.

골짜기 주변엔 봄에 영산홍이 많이 피어나는데, 비 온 뒤 흐르고 고인 물에 꽃이 비친 모습을 선인들은 ‘영구춘화’라 하여 ‘영주10경’의 하나로 꼽았다.(영구는 신선이 사는 곳이란 뜻으로 방선문의 별칭, 영주는 제주도를 일컫는 별칭이다.)

냇물이 계곡을 휩쓰는 걸 제주 주민들은 ‘내친다’고 표현한다. 비가 쏟아져 ‘내칠’ 우려가 있을 땐 골짜기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다. 제주교도소 지나면 방선문 입구가 나온다.

서귀포 돈내코의 원앙폭포와 푸른 소.
천연기념물 지정
안덕계곡
팔뚝만한 물고기 구경도

그윽한 숲길과 폭포, 서늘한 물웅덩이가 한자리에 돈내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고 또 좋아하는 서귀포 효돈천 하류의 골짜기다. ‘돈내코’란 멧돼지가 많이 내려오는 곳(돗드르)에 흐르는 냇물의 입구란 뜻이다. 상록수림 울창한 골짜기에 나무데크 산책로가 설치돼 있어 누구나 편하게 숲길과 계곡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끝에 원앙폭포라 이름 붙은 한쌍의 폭포가 있고, 폭포 아래 시퍼런 소가 자리잡고 있다. 5분 정도면 폭포에 이르는 짤막한 숲길이지만, 탐방객들은 폭포 앞 바위에 앉아, 오랫동안 깊은 소를 내려다보며 물소리를 듣는 이들이 많다.

초입에 왼쪽 산책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얕아진 깨끗한 냇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다. 나무에 ‘통닭 배달’ 팻말들이 걸린 길이다.

바위경치 좋고 물도 흐르는 골짜기 안덕계곡 울창한 숲길, 거대한 바위절벽, 그리고 꽤 풍부한 수량의 물길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안덕면 감산리 창고천의 골짜기(천연기념물)다. 양치류 등 300여종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절벽 곳곳에서 선사시대인들의 주거지였던 동굴(그늘집터)을 볼 수 있다.

탐방로는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가 계곡 바닥을 거쳐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주변엔 사스레피나무·감탕나무·참꽃나무·종가시나무 들이 울창하다. 나무데크 탐방로에서 물길을 내려다보니, 잉어로 여겨지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노니는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서귀포 베릿내 물길. 천제연폭포 하류다.
깎아지른 벼랑 따라 흐르는 냇물 중문 베릿내 하류 물길 베릿내는 천제연폭포를 거쳐 서귀포 중문 앞바다로 흘러드는 냇물 이름이다. ‘별이 내리는 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주변에 높은 벼랑(벼루·베리)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후자가 더 본뜻에 가깝다. 성천(星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베리’를 ‘별’로 생각해 한자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좌우간 천제2교 밑에 조성된 나무데크 탐방로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잠시 들러 쉴 만하다. 수풀 우거진 물길과, 깎아지른 벼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천제연폭포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사철 흐른다. 베릿내는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 서식지이기도 하다.

천제2교 다리 밑은 그늘이 시원해, 여름이면 주민들이 간식을 준비하고 찾아와 쉬는 장소다. 냇물 하구엔 성천포구가 있다. 다리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데크가 있다.

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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