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20 18:31
수정 : 2012.06.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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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1동 오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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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바다보다 시원하고 상큼한 해안 용천수
제주도 바닷가 마을이면 어디든 ‘산물’(담물)이 있다. 비 올 때 한라산 자락으로 스며든 뒤 땅속을 흐르다가 해안에서 솟는 용천수다. 주민들은 ‘산에서 온 물’ 또는 ‘살아 있는 물’이란 뜻으로 산물이라 부른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먹을 물로 쓰고 빨래하고 목욕도 해온 생명수다.
산물이 솟는 산물통 옆엔 흔히, 산물의 시설을 확장하고 보수하는 데 기여한 분들의 공을 기리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산물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공물·두머니물·장수물·두말치물…, 이름도 정겨운 산물들은 이제 수돗물 보급으로 용도를 잃어가고 있다. 훼손되고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곳도 많다. 일부 해수욕장 주변의 산물은 샤워시설로 요긴하게 쓰인다. 산물 탐방도 흥미로운 제주 여행의 한 테마가 될 수 있다.
예래동 논짓물 “옷 벗고 한번 들어가 봐. 꼬치가 쑥 들어갈 테니까.” 용천수가 얼마나 차가운지를 설명하는 서귀포 예래동 한 주민의 말씀이다.
서귀포시 예래동엔 산물을 막아 아예 아담한 물놀이시설을 만든 논짓물이 있다. 물이 차고 깨끗한데다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주로 찾아와 몸을 담근다. 물놀이시설 뒤쪽엔 남녀 목욕탕이 마련돼 있다. 족욕카페도 생겼다. 민물·바닷물을 섞어 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주인은 “비 오는 날 손님이 많다”고 했다.
도두1동 오래물(사진) “아주 오래되고, 가물어도 끊어지지 않으니 오래물이지.” 도두1동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춘자(80)씨가 오래물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지금도 먹엄수다게. 사먹는 물보다 더 좋아마씸.” 물맛이 좋아 한라산 중산간지역 마을 주민들도 허벅으로 길어다 먹었다고 한다. 마을에선 10여년 전 용천수를 이용해 대형 목욕탕을 지었다. 여탕에서 빨래하던 한 주민은 “여름엔 차갑지만 겨울엔 미지근해 손이 시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선 해마다 여름철 도두 오래물축제를 열어왔다. 요즘엔 한치축제와 함께 열린다.
이호테우해변 문수물 해수욕장 오른쪽 끝 바닷가에 울타리처럼 널찍하게 돌을 둘러싼 원담이 있다. 원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제주도의 전통 어업 방식(독살·돌그물)이다. 원담 안 모래밭 쪽에 또 하나의 작은 돌담이 있는데 이것이 문수물로 불리는 산물통이다. 다시 이 담 안에 설치된 두개의 둥근 통 안에서 차가운 용천수가 솟는다.
삼양해변 큰물 삼양검은모래해변 오른쪽에 있는 수량 풍부한 용천수다. 대형 빨래터, 남녀 욕탕이 있다.
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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