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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뮤지엄 옥상정원의 ‘하늘 지붕 아래서’ 전시장. 천연 잔디에 아웃도어 가구를 놓아 자연 속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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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규격화된 아파트살이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함께 주목받는 ‘아웃도어’ 가구들
햇빛이나 비바람에강한 소재 이용
집 안에서도 활용 가능 ‘가구, 집안 살림에 쓰는 기구.’(표준국어대사전) 집 안에서 쓰는 물건이렷다. 그런데 이 가구가 집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가구 디자인에도 투영되고 있다. 아웃도어 가구가 서서히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드는 중이다. 아웃도어 가구에 대한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 등산을 비롯한 ‘아웃도어’ 활동 열풍이 부니, 어떤 단어 앞에든 이 말을 붙여 쓴다. 그런데 아웃도어 가구는 아웃도어 광풍 속에 한철 반짝할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국외 가구 디자인 역사에서 이러한 종류의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사는 적지 않다. 공공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벤치 등도 아웃도어 가구에 포함된다고 하니, 생소한 느낌보다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친근한 가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주거 문화가 일반적인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아웃도어 가구를 진짜 ‘가구’로 대하기 어려워진다. 심리적인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욘드뮤지엄 옥상정원에서 열리고 있는 ‘하늘 지붕 아래서’라는 가구 전시회가 바로 그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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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의 카프리 소파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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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후스에서 들여온 아웃도어 가구 페르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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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소재 가구들
개인주택용 문의 늘어 작품이 아닌, 아웃도어 가구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꼭 전원주택에 사는 소비자들을 위한 것만도 아니다. 노천 카페나 호텔이나 리조트의 꾸밈새를 보고, 이를 집 안에도 녹여보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그것 역시, 대형 평형의 아파트나 빌라에서 가능한 일 아니냐고? 아니다. 디자인 의자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에이후스(A·HUS)는 올해 프랑스에서 ‘페르몹’이라는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를 들여왔다. 페르몹의 아웃도어 가구, 그중에서도 ‘비스트로 체어’를 본다면, ‘어? 이거 여기저기 있는 카페 의자 아니야?’랄 수 있겠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하다. 그 이유는 이 의자가 세상에 처음 나온 지 12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에펠탑과 나이가 거의 같다. 가구는 ‘나무로 만든 것’이라는 공식을 처음으로 깬, 파격적인 실험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철제 의자라고, 칙칙한 색깔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원색부터 파스텔톤에 이르는 24가지 색으로 제작해 판다. 에이후스의 정다움 담당자는 “접히는 의자와 테이블이라 실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값도 다른 디자인 체어에 견줘 합리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등나무 가구’ 역시 전통적인 아웃도어 가구에 포함된다. 이 가구는 ‘라탄’이라는 잘 구부러지는 목재를 활용해 만든다. 그러나 진짜 라탄으로 만든 제품들은 밖에서 쓰기는 곤란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인조 라탄’으로 만든 가구들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브랜드 ‘웨스트코스트’는 인조 라탄 등으로 만든 아웃도어 가구를 만든다. 본래는 리조트나 호텔 등에 놓는 야외용 가구를 주로 납품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소비자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게 김국성 대표의 설명이다. “아파트 투자 가치가 떨어지면서, 집을 투자 목적이 아니라 실주거 공간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집을 꾸미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소비자의 분포도 꼭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점차 전국적으로 퍼지는 추세이다. 전남과 경남 등지에서도 아웃도어 가구에 대해 문의하고 실제로 구입하기도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가장 전통적인 아웃도어 가구는 뭘까? 요즘은 시골집 마당에서나 볼 수 있는 대나무를 짜서 만든 평상 아닐까. 아웃도어 가구가 평상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고, 삶의 여유 또한 복원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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