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7.04 18:20 수정 : 2012.07.04 18:20

나쿠루 호수의 홍학떼.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케냐 사파리 빅4 암보셀리·나이바샤·나쿠루·마사이마라 국립공원…습지생태 관찰할 수 있는 보트사파리도 압권

하마 지척에서 볼 수 있는
나쿠루 보트사파리
가마우지 떼도 장관

사파리는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을 자연에서 확인하는 과정이다. 원래 야생동물 사냥을 뜻하지만 이제는 사륜구동 차를 타고 동물한테 접근해 자연상태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현지에서는 동물 만나기가 운이라는 의미에서 게임드라이브라고 부른다.

케냐 게임드라이브의 특징은 다양한 동물군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근원은 케냐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동아프리카지구대)가 만든 생태계. 3천만년 전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갈라지면서 생긴 이 계곡은 시리아에서 시작해 홍해를 지나 모잠비크에 이르는 9600㎞의 거대한 규모.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산, 케냐의 케냐산이 지각변동에 의해 생겨난 산이며 30~60㎞ 너비의 거대한 계곡에는 엘멘테이타, 보고리아, 나쿠루, 나이바샤 등 7개의 호수가 구슬처럼 꿰어져 있다. 고지대 초원 사바나는 영양가 높은 목초가 자라며 미네랄이 풍부한 호수는 짠물에서 민물에 이르는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코뿔소.
암보셀리 국립공원 나이로비 남동쪽 240㎞ 지점에 있는 392㎢ 넓이의 국립공원. 세시간 반 이동하면 우산처럼 생긴 아카시아나무가 보이고 마사이족이 치는 소떼 사이에 야생 얼룩말이 끼어 있다.

퍽퍽한 길이 먼지가 무척 심하다. 우기가 되면 진구렁으로 변한다.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복류해 솟구쳐 만들어진 것이 암보셀리 습지. 우기가 되면 거대한 호수로 변하는데, 건기에는 습지로 졸아들어 동물들이 한군데로 모인다. 50여종의 포유동물과 500여종의 새가 산다. 누, 얼룩말, 코끼리, 마사이기린, 버펄로, 가젤영양 등 초식동물은 눈에 잘 띄지만 사자, 치타 등 육식동물은 보이지 않는다. 사파리 행렬을 끊어먹을 정도로 코끼리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시야에 걸리는 게 없어 지평선에서 뜨고 지는 해가 넋을 뺀다. 날씨가 청량하면 흰 눈을 인 킬리만자로 산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원을 보고 나면 비로소 로드킬이 보인다. 포장도로는 사바나를 향해 던져진 창과 같은 것. 달리는 쇳덩이에 부딪쳐 죽은 임팔라, 가젤, 하이에나 등 작은 짐승들의 시체가 눈에 띈다. 독수리가 부지런히 먹어치운다는데도 그렇다.

대이동을 공중 관찰할 수 있는 열기구.
나이바샤 국립공원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의 해발 1890m 고지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민물호수. 마사이어 ‘나이포샤’, 즉 ‘거친 물’에서 유래한다. 호수 바닥은 홍적세 호수의 퇴적층과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말레와강과 길길강이 흘러든다. 눈에 보이는 출구가 없으나 물이 맑은 것으로 미루어 지하 어딘가에 출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 식민지 때는 영국과 남아프리카를 오가는 수상비행정 착륙장으로 이용됐다. 현재 수면 면적은 139㎢쯤. 주변 늪지대 64㎢에는 커다란 화훼단지가 조성돼 있다. 평균 수심 6m. 다수의 하마가 살고 있으며 400종 이상의 새가 서식한다.

보트 사파리가 압권. 8명이 탈 수 있는 모터보트를 타면 눈·코·귀만 내놓은 하마들한테 데려다 준다. 뺨에 닿는 물보라가 시원하다. 하마가 심드렁할 무렵 사공들은 물수리가 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휘파람을 휙 불면서 모조물고기를 공중으로 던지면 물수리가 물 위를 스치며 모조물고기가 떨어진 곳을 정확히 할퀸다. 가마우지 떼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모습도 장관이다. 보트 사파리에서 초승달섬(크레센트 아일랜드)은 반드시 들르는 곳. 누, 기린, 얼룩말, 워터벅(물영양) 등 초식동물들이 크지 않은 섬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게 인상적이다. 호수 바닥이 드러났을 때 뭍에서 건너왔다가 눌러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육식동물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라 사람들은 보트에서 내려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어두워지면 0번을 눌러라.” 나이바샤 소파 로지의 경구다. 밤에 숙소 바깥을 나오지 말라는 거고 불가피하면 0번 다이얼을 눌러 경비를 부르라는 것. 운이 좋으면 마사이족 출신의 건장한 경비와 함께 야행성 하마가 풀을 뜯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호수의 고기 사냥꾼인 물수리.
7~10월 동물 대이동
누·얼룩말·가젤·기린 등
200만마리 대열이 눈앞에

나쿠루 국립공원 나이바샤에서 2시간 거리의 또다른 국립공원. 람사르습지조약으로 보호받고 있는 찝찔한 수질의 나쿠루 호수를 중심으로 한 188㎢ 넓이의 거대 생태계다. 가장 깊은 곳이 6m. 나머지는 정강이까지 오는 얕은 호수여서 걸어서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검은코뿔소 25마리, 흰코뿔소 70마리가량이 서식한다고 한다. 1977년부터 케냐 서부에서 옮겨와 풀어놓은 로스차일드기린이 우아하게 아카시아 잎을 뜯는다. 사자, 치타, 표범이 있는데 잘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유명한 것은 홍학의 군무. 가장 많을 때는 수백만마리가 수면을 뒤덮는다고 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의 장관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실망할지 모른다. 일행이 그곳에 갔을 때 홍학은 겨우 대여섯 마리밖에 없었다. 올해 비가 많이 온 탓에 찝찔하던 호숫물이 맹물이 되면서 짠물 조류를 좋아하는 홍학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피시이글(아프리카물수리), 골리앗왜가리, 망치머리황새, 얼룩물총새, 검독수리, 펠리컨은 흔하게 보인다.

호수를 조망하기로는 바분클리프(원숭이바위)가 가장 좋다. 뭍과 물이 만나며 아름답게 굴곡진 습지, 그 위에 점점이 흩어진 버펄로 떼가 평화롭다.

하마 등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보트 사파리.
마사이마라 국립보존구역 케냐에서 가장 큰 사파리 국립공원. 1500㎢ 넓이로 서울의 2배 크기다. 나쿠루에서 6시간 정도 걸린다. 이웃 나라인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국경선으로 갈라져 있지만 사실상 하나로 연결된 세계 최대의 자연생태계다. 사바나 초원엔 군데군데 짙은 녹색 숲이 오아시스처럼 형성돼 있고 우산을 닮은 아카시아나무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으며 하늘의 구름은 검은 얼룩이 되어 땅 위를 쓸고 다닌다.

가장 볼만한 것은 7~10월에 이뤄지는 동물들의 대이동. 누 130만, 얼룩말 20만, 톰슨가젤 3만6천, 일런드(소과의 영양) 1만2천마리에다 임팔라, 버펄로, 그랜트가젤, 기린, 혹멧돼지, 워터벅, 코끼리 등이 가세해 모두 200만마리의 초식동물들이 풀을 따라 이동한다. 초목의 다른 부위를 먹어 서로 경쟁하지 않는 대신, 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아주 깔끔해진다고 한다. 사자, 하이에나, 표범, 치타 등도 초식동물을 도시락 삼아 대열에 끼어들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악어가 우글대는 마라강과 탈레크강을 건널 때는 처연한 사투를 벌인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동 거리는 3500㎞. 시계 방향으로 맴도는 게 특징이다. 우역이 퇴치되어 누의 마릿수가 급증하면서 풀이 모자라 1960년대부터 새롭게 시작된 집단행태라는 게 정설이다.

케냐=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사진제공 대한항공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