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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그릇은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권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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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요리
음식과 용기의 찰떡궁합은? 잡채·국수는 테두리 올라간 그릇에, 나물은 같은 계열 색의 접시에
“왜 고기를 진한 색의 접시에 담아요?” 한식당 ‘품’을 찾은 손님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인 노영희씨에게 물었다. ‘품’은 그가 솜씨를 발휘하는 공간이다. “우리 고기요리를 먹기 좋게 자르면 붉은색이 언뜻언뜻 보여요. 서양요리는 소스를 뿌려 감추지만 우리는 아니죠.” 자칫 첫눈에 들어오는 색이 먹기도 전에 식감을 해칠 수 있다. 음식은 저 생긴 꼴에 따라 짝꿍인 접시가 있다. 용케 만나면 그날 맛은 최고지만 반대는 참담하다. 우리에게 친근한 음식들의 짝꿍들을 찾아 나서보자.
음식과 그릇 색 유사하면 안정적반대색이면 강렬하고 생동감 파스타의 짝은? 그다지 깊지 않은 볼의 형태가 적당하다. 음식을 담기에도 편하다. 칼과 포크로 먹는 음식은 접시가 제짝이다. 납작한 접시는 면이 옆으로 하염없이 퍼져 빈약해 보인다. 볼은 옆으로 면이 늘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이라면 파스타의 색과 대조적인 색의 접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최근 영국의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파스타를 같은 색의 접시에 담아 먹은 이보다 대조적인 색의 접시에 담아 먹은 이가 적게 먹었다는 실험 결과를 보도했다. 큰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 작은 그릇에 먹는 것보다 약 22% 덜 먹게 된다는 것도 함께 알렸다. 일반적으로 유사한 색의 배열은 안정적이고 차분하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반대 색상의 배열은 강렬한 느낌과 생동감을 준다. 잡채의 짝은? 테두리가 살짝 올라간 형태의 그릇이 좋다. 이런 형태의 그릇은 쓸모가 많다. 비빔국수 등에도 잘 어울린다. 팔방미인이다. 소복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음식은 적당한 볼륨감이 있어야 맛있어 보인다. 담기도 편하고 담았을 때도 보기 좋다. 김치의 짝은? 요즘 김치를 접시에 담는 이들이 있다. 김치는 국물을 조금씩 끼얹어서 내야 맛깔스럽게 보인다. 접시는 국물이 흘러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다. 붉은색은 식욕을 돋워주는 색 중 하나다. 잘 익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두운 빨간색은 자주색과 비슷해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접시의 색을 선택한다. 식욕을 가장 돋우는 색은 주황색이다. 어두운 녹색은 쓴맛을 연상시키고, 노랑은 신맛과 달콤한 맛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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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화려한 디저트도 흰색에 납작한 접시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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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은 우리 질그릇 같은 질감의 그릇이 제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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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접시 오케이
떡볶이·순대 등 길거리 음식은
흰 접시 안돼 화채·팥빙수 같은 차가운 음식의 짝은? 유리그릇이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손님을 초대했을 때 여름날이라고 해서 준비한 모든 음식을 유리그릇에 담는 것은 자칫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 처음 내는 음식이나 마지막 나오는 음식을 유리그릇으로 사용해 강조점을 주는 게 좋다. 파란색은 흔히 식욕을 꺾는 색이라고 알려졌지만 여름에는 음식을 더 차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요즘 방짜유기에 팥빙수를 담아 내는 레스토랑도 있다. 탁월한 보온효과만큼 보랭효과도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물의 짝은? 우리 질그릇 같은 질감이 어울린다. 바닥이 그리 깊지 않고 그릇의 가장자리가 조금 올라온 접시가 잘 맞는다. 나물요리는 탁한 색이 많다. 같은 계열 색의 접시에 담는 것이 안전하다. 떡갈비의 짝은? 바닥이 너무 깊은 그릇은 피한다. 국물이 있는 음식이 아니기에 평평한 접시가 적당. 떡볶이·순대·라면 등 길거리 음식들의 짝은? 라면은 볼에 담거나 높이가 있는 그릇이 좋다. 면이 덜 퍼져 보인다. 떡볶이도 포장마차에서 흔히 나오는 납작한 접시보다 조금 더 오목한 접시에 담으면 긴장감이 생겨 맛나 보인다. 길거리 음식은 흰색 접시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작은 부스러기도 눈에 잘 띄어 청결을 의심받는다. ‘품’에서는 음식을 큰 그릇에 담아 여백의 미를 살린다. 노영희씨는 “음식이 귀하게 보인다”고 전한다.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마다 다른 접시를 써 재미도 준다. 눈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중세에는 사람의 몸과 동물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식탁 주변에 꽃을 뿌렸다고 한다. 작은 정성이 밥상의 표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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