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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8 19:01 수정 : 2012.08.08 19:01

늦은 밤이 될수록 슬램 열기는 더해간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슬램과 모싱의 종류와 역사…탈없이 즐기려면 배려도 필수

음악 맞춰 주먹질하는 모싱
서클핏·월 오브 데스·보디서핑
종류도 기법도 다양

마음 가는 대로 음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슬램존에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다. 록페스티벌에서 슬램(몸을 서로 부딪치며 음악을 즐기는 것)을 하는 것을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놀이문화는 어디서 왔는지 말이다. 어떤 종류가 있는지, 요령껏 하는 방법은 없는지 따위 등 물음표가 이어졌다. 이 궁금증을 아마 반의 반 정도 해결하는 수준이겠지만, 답답해할 필요 없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느낌이 중요하니까.

슬램은 미국에서 생겨나 유럽 등으로 퍼져나가며 록 문화의 일환으로 정착했다. 정확한 유래는 알기 어렵지만, 1970년대 미국에서 블랙 플래그와 점스(The Germs) 등 이름만 들어도 왠지 강한 밴드들이 등장했다. 1976년에 결성돼 펑크록의 하위 장르인 하드코어 펑크록을 한 밴드인 블랙 플래그와 1970년대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동한 점스 등의 음악과 공연은 강렬하기 그지없었고, 이들의 음악을 접한 펑크록 마니아들의 삶에 슬램이 등장했던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록 마니아들에게 음악은 그저 듣는 것만은 아니었다.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새로 등장한 록의 장르에 열광한 사람들은 슬램뿐 아니라 패션과 자동차, 인테리어 등 삶의 모든 방면에 이 문화를 녹여냈다.

슬램을 즐기는 방식도 여럿이다. 동그랗게 만든 슬램존에서 서로 몸을 부딪칠 수도 있지만, 튕겨져 나오는 사람을 밀어주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록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슬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싱(Moshing)이라는 것도 있다. 모싱핏을 만들고 음악에 따라 발길질이나 주먹질하는 것을 일컫는다. 어린이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상대방을 냅다 때리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모싱을 하는 음악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슬램보다는 좀더 강렬한 음악이 나올 때 주로 등장한다. 장난, 놀이로 때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 고통이 싫다면 모싱핏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서클핏을 하다가 원 밖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관객들. 이정연 기자

cover story tip

슬램을 부르는 록 음악은?

펑크록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록 음악의 한 장르이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다. 펑크록 음악을 좇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펑크족’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펑크족들은 그들만의 패션, 헤어스타일 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비슷한 시기 영국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도 새로운 펑크록 하위 장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펑크록 밴드와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밴드로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이 있다.

헤비메탈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영국과 미국에서 성행했던 록 하위 장르이다. 본래는 ‘헤비메탈 로큰롤’이라고 한다. 펑크록이 등장하면서 주춤했지만 1980년대 초부터 다시 인기를 얻었다. 장르 이름 그대로 무거운 사운드가 특징이고, 일반 대중들이 처음 접하면 ‘시끄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록 음악 장르이다. 강력한 헤비메탈 음악에 관객들은 모싱을 하면서 음악을 즐기곤 한다.

스카펑크 자메이카에서 비롯한 스카 리듬과 펑크록 음악이 접목되어 형성된 록 음악 장르이다. 1970년대 말 펑크록 열풍에 밥 말리 등의 등장으로 자메이카 레게 및 스카 음악이 주목을 받으면서 스카펑크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스카펑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을 스캥킹이라고 한다.

서클핏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장 크기마다 다르지만, 관객들이 동그랗게 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빠르게 시작해 천천히 달리다 원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색다른 ‘공동체 문화’를 접하는 것 같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스카 펑크록과 같은 흥겨운 록음악에 맞춰서 ‘스캥킹’(Skanking)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스카 펑크록뿐 아니라 스카, 레게, 펑키한 재즈 음악에 맞춰서도 응용 가능하다. 기본 기타 리듬이 워낙 신나는 음악 장르들인데,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방방 뛰는 식이다. 국내에는 스캥킹 마니아들도 꽤나 많은 편인데, 이들끼리 모여서 스캥킹 파티를 열기도 한다. 공연장 관객석에서 가운데 지점을 기준 삼아 두 편으로 나눴다가 음악이 절정인 순간 서로를 향해 달려나가 부딪치며 슬램을 하는 월 오브 데스(Wall of death), 관람자를 머리 위로 들어 옮기는 보디서핑(Body suffing) 등이 있다.

슬램을 비롯한 록페스티벌 놀이문화를 즐기기 위해선 몇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물과 체력은 기본이다. 쓰러지거나 다쳐서 슬램존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 배려이다. 이와 함께 몇가지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이것만 지켜도 서로 안전하고 재미있게 록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

신발은 구두나 슬리퍼는 피하는 게 좋다. 구두는 스스로도 불편하겠지만, 슬램존 안에서는 남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 슬리퍼는 벗겨지기 쉽다. 슬램이 끝나면 슬램존에 남아 있는 잔해들은 수건, 휴대폰, 열쇠, 모자 등 다양한데, 이 가운데 슬리퍼가 가장 자주 등장한다. 물론 잔해들을 관객들이 주워 들어올려 “신발, 신발!” 하고 외치면서 주인을 찾아주지만 항상 되찾기에 성공하리란 법 없으니, 미리 예방하는 게 낫겠다. 끈 있는 운동화를 신을 때도 끈은 두번 이상 꽉 조여 매주는 게 좋다.

유튜브에 등록된 ‘모싱 가이드와 콘서트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슬램 및 모싱 안내 동영상.
운동화·물 꼭 챙기고
체력 안배하면서 즐겨야

국외에서는 여성들이 슬램이나 모싱을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과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여성들도 함께 신나게 즐긴다.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는 얘기다. 록음악 마니아인 김준씨는 “슬램 등의 문화는 소수 록 마니아들이 즐기는 것인데도 국내에서 문화와 에티켓이 잘 정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슬램존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면 다른 누군가가 ‘빛의 속도’로 일으켜주는 광경을 여러번 목격했다. 또 모싱을 할 때도 부상 방지를 위해서 ‘팔꿈치를 들어올리지 않는다’ 등의 에티켓은 잘 지켜졌다.

이 모든 이야기는 국내 관람 및 놀이문화를 설명한 이야기다. 국외 록페스티벌에서는 이런 배려와 에티켓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이들의 증언이다. 또 국내에서도 국외 록 공연장에서 즐기던 방식 그대로 노는 관객들이 종종 있다. 팔꿈치를 들고 모싱 등을 하는 관객들도 있다는 얘기다. 그들 나름의 록음악을 느끼는 방식이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공연장에서 놀이보다는 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한번 살펴보자.

슬램과 모싱을 취재하기 위해 2주 연속 록페스티벌 현장을 헤맨 뒤 온몸 곳곳에 퍼렇고 누런 멍이 들었다. 도대체 종아리 근육 쪽에는 왜 멍이 들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록페스티벌을 온몸으로 즐기며 더위와 싸우는 관객들을 보면서 마음속 멍이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었다는 게 더 중요하다. 록페스티벌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동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록페는 계속된다 쭈욱~

펜타포트·슈퍼소닉 등 10월까지 줄줄이 열리는 록페스티벌 총정리

라디오헤드가 왔다 갔지만, 록페스티벌의 서막은 이제 올랐을 뿐이다. 올해, 예년보다 더욱 풍성해진 록페스티벌에 록 마니아들은 즐겁지만, 점점 줄어드는 잔고에 긴장 타게 되는 나날이다. 게다가 한더위를 지나 가을까지 록페스티벌이 이어진다. ‘아마도 내년이면 겨울 빼고는 내내 록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당장 10일부터 12일까지 7번째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사진)이 열린다. 경인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에는 스노 패트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와 같은 국외 유명 밴드와 국내 밴드 백두산 등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국내 밴드들의 경연, 오디션 프로그램인 <탑밴드2>의 8강전 무대가 페스티벌 첫날 펼쳐진다. 이와 함께 신대철, 송홍섭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슈퍼세션을 펼치고, 게이트플라워즈, 칵스, 데이브레이크 등이 공연을 한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어서 록 마니아들이 많이 찾기도 한다. 올해는 늦은 시간까지 공항철도를 연장 운행한다. 막차는 검암역에서 밤 1시에 출발한다.

14일과 15일은 슈퍼!소닉페스티벌이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올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페스티벌로, 일본의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연계해 열려 화려한 헤드라이너를 자랑한다. 스매싱 펌프킨스와 뉴오더, 고티에 등이 등장한다. 서울 도심에서, 실내이긴 하지만 록 마니아들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9월에도 쉬지 않고 록페스티벌은 이어진다. 대한민국라이브뮤직페스티벌이 9월1일과 2일 서울 한강난지공원 안 젊음의 광장에서 열린다. 국내 음악인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31개팀이 이틀에 걸쳐 록 정신을 쉼없이 쏟아낼 예정이다. 여느 록페스티벌에 견줘 입장료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1일권은 3만3000원, 2일권은 5만5000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록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

이어 9월22일과 23일 대한민국라이브뮤직페스티벌이 열린 같은 장소에서 렛츠락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은미 밴드와 글렌체크, 브로콜리 너마저 등 다양한 개성의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린다. 지금 예매하면 1일권은 4만4000원, 2일권은 6만6000원이다. 현장에서 표를 살 경우 1일권 5만5000원이다.

10월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록페스티벌인 쌈지사운드페스티벌(쌈사페)이 열린다. 올해로 14번째이다. 쌈사페의 매력은 숨은 고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밴드도 여럿이다. 넬, 피아, 국카스텐과 할로우 잰, 바이바이배드맨 등이 숨은 고수에 선정된 밴드들이다. 14탄은 쌈사페 시즌 2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친환경을 강조한 페스티벌로 이름을 쌈지오가닉사운드페스티벌로 바꿔 달았고, 지난해에는 ‘농부로부터’, 올해는 ‘맛있게 먹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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