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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박노학씨가 아이들에게 꼼꼼하게 숲 식물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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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늘어나는 숲해설 프로그램…숲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경륜과 유머감각도 있어야
날씨에 따른 기복이 있기는 해도 올해처럼 유난한 무더위 속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도 숲해설을 듣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내가 숲해설 자원봉사를 하는 홍릉숲은 물론이고 전국의 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이 다 마찬가지다. 특히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휴양림의 경우 아이들과 함께 숲해설을 들어야 할 일을 한 것 같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숲해설 관심 높아지면서해설가 양성과정도 증가
아직은 안정된 수입 기대 어려워 마치 전쟁이라도 하듯이 기어코 정상을 밟아야만 하던 등산문화도 걷기여행으로 옮아가면서 올레길, 둘레길, 자락길 등의 이름으로 걷기여행 코스들이 전국에 만들어지기에 이르렀고, 학교도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주말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주민을 위한 무료 숲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자자체를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가 되기에 이르렀다. 5년 전 내가 숲해설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게 뭐 하는 건데?”라거나 “그런 걸 왜 하는데?”라며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이젠 부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숲해설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도 많아졌고 숲해설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급격하게 늘어나 산림청 인증을 받은 기관과 단체가 20곳이 넘는다. 숲해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인기가 늘어나면서 숲해설가를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퇴직자들과 취업에 보탬이 되는 이른바 ‘스펙’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취업준비자들도 생겨나고, 해설가 양성과정을 수입원으로 생각해 교육기간을 단축하고 양성 인원을 늘리는 부작용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숲해설이라는 분야가 인생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노년층의 사회공헌을 겸한 일자리 영역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기업이나 단체 등을 위한 맞춤형 유료해설 프로그램이 일반화되지 않은 만큼 일반인을 위한 무료 숲해설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숲해설을 자원봉사 정도로 여기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더 이상 지속되어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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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찾은 이들은 숲해설가 구반회씨의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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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만나기는 힘들어
아는 나무 이름 몇개나 될까 숲해설가는 만능이어야 한다. 숲을 구성하는 토대가 되는 수많은 나무와 풀, 거기에 서식하는 새와 곤충, 이들 생물의 생존과 생장의 조건이 되는 토양과 기후에 이르기까지 숲 생태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숲해설가가 그 많은 걸 다 공부하긴 어렵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옳지 않은 설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숲해설가의 어깨를 짓누르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 숲해설을 들으러 오는 이들의 자연에 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다르다. 그들이 숲해설가에게 거는 기대와 숲해설을 들으려는 목적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숲해설을 앞두고 있으면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따라온다. 이젠 “공짜로 가이드해준대~”라거나 “여러 이야기 말고 산에서 캘 수 있는 몸에 좋은 거 좀 알려주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지만 스마트폰 들고 해설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바로바로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차례 숲해설을 듣거나, 공부를 해 숲과 생태에 관한 지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해설가는 지식도 풍부해야 하지만 유머감각도 있어야 하고, 삶에서 체득한 경륜과 경험도 필요로 한다. 아직 그럴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나는 해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에게 왜 숲에 왔는지, 알고 있는 식물이 얼마나 있는지를 솔직히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해설을 할 내용과 방법을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는 숲생태계의 여러 구성인자 가운데 평생을 같은 자리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야 하는 식물에 대한 관심으로 숲을 공부했으니 식물을 중심으로, 내가 느끼는 신비와 경외감을 설명하고 안내하겠다고 선을 긋는다. 나는 아직 숲해설 무대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 해설가이지만 언제나 느끼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숲해설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유·초등학생을 동반한 부모는 많지만 중·고등학생이나 이들을 동반한 부모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서에 실린 식물 가운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50종을 선정한 뒤 몇 종이나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중학교 1학년의 경우 평균 14.4개를 알고 있는 반면, 고등학교 1·2학년의 경우 겨우 3~4개에 불과했다. “학창시절 식물이름 100가지만 말할 수 있으면 훌륭한 정서교육이 된 것”이라고 한 미국 생태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숲해설 현장에서 우리 중·고등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글·사진 최영선 홍릉숲 자원봉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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