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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2 18:14 수정 : 2012.08.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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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제게 미술관은 여행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는 가야겠고, 런던에 왔으니 내셔널 갤러리는 한번 찍어줘야 하고, 뉴욕에 왔으니 뉴욕현대미술관은 들러봐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유명 미술관마다 전시작품 수가 웬만해야 말이지요. 그래도 온 김에 책에서나 보던 작가들을 섭렵해야겠다는 욕심에 전시실에서 전시실로 ‘진군’하다 보면 다리는 부러질 것처럼 아파 오고 수백년 미술 역사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립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것도 다 괜한 허영심’이라는 마음속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여행을 가더라도 미술관에 가는 걸 피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언젠가 런던에서 잠시 짬이 나 내셔널 갤러리에 갔습니다. 아무리 미술관이 싫어도 공짜라는 최고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니까요. 잠시 이방 저방을 서성이다 영국 작가 터너의 작품들을 보면서 헉! 했습니다. 책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낀 화가였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 방 전체로 쏟아지는 듯한 빛나는 색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이라고 자랑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자주 나오는 이야기지만 얼마나 많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섭렵했는지는 미술관 기행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랑할 거리가 늘어날수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감동은 반감되는 듯합니다. 어디를 가든 딱 한 작품씩만 기억에 담아 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소장하게 되면 내 마음속 갤러리도 내셔널 갤러리나 루브르박물관이 부럽지 않은 미술관이 될 테니까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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