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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9 17:34 수정 : 2012.08.29 17:34

[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우리 집에는 황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건강한 두 딸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큰딸과 전문대를 졸업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을 준비하는 작은딸이 있는데, 젊디젊은 것들이 방에 틀어박혀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토익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지고 입맛이 쓰지만 지들은 더하면 더하지 싶어 울화통을 꾹꾹 누르곤 한다.

며칠 전 딸들과 함께 식어버린 밥에 김치콩나물국을 데워 막 점심을 먹으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오는 집 전화는 기획부동산의 김미영 실장이나 통신사의 홍보전화라서 받을지 말지 망설이다 결국 받았는데 뜻밖에도 상대는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여고동창이었다. 수첩을 정리하다 전화번호가 있어서 했다며 무지 반가워했다. 나도 뛸 듯이 반가워하면서 궁금했던 동창들 소식과 서로의 가족들 안부를 물어보다가 마음 졸이며 피하고 싶었던 자녀들의 취업 여부로 화제가 옮겨가고 말았다.

아들만 둘을 둔 친구의 큰아들은 삼×전자에 다니고 작은아들은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여친은 한의사라고 한다.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우리 딸들 미모가 뛰어나다는 얘기라도 해야 하나 하다가 평소에도 겸손과 교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는 나답게 품위를 잃지 않으며 어찌어찌 마무리하고 통화를 끝냈다. 밥을 먹으며 통화내용을 엿듣던 큰딸은 기가 팍 죽은 채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식탁을 떠나고 눈치 없는 작은딸은 그 오빠들 강남스타일이냐고 물으며 우적우적 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 밥맛이 달아나서 점심을 굶은 나는 배도 마음도 고픈데다 갱년기의 화증까지 겹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채 교양이고 뭐고 결국 딸년들에게 한바탕 화풀이를 하고야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새끼들 기를 살려줄 저녁식사로 초계탕을 만들고 있는데 둘 다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간다. 그 정도 미모에 스펙까지 뛰어난 자식이라면 내 차지가 될 리가 없지 생각하며 한입 가득 입에 넣은 초계탕의 맛은 모든 시름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상큼하고 황홀한 맛이었다.

박영순/대전광역시 서구 월평3동

fissler tip

바쁜 맞벌이 주부가 3~4인분의 양을 조리할 경우 냄비보다 압력솥이 낫다. 진공에서 고온, 고압으로 조리하기에 시간을 70% 이상 단축. 압력솥에서 설렁탕 만들기는 간단하다. 사골이 푹 담길 정도로 물을 넣는다. 단계별 압력조절이 가능한 압력솥의 경우, 압력계기를 가장 높은 단으로 조절하고 센 불에서 끓여준다. 약 2시간 후 약불로 줄이고 15~20분 후 불을 끈다. 한 번 더 거치면 진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응모 방법
‘맛 선물’ 사연은 <한겨레> esc 블로그 게시판이나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5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연락처와 성함을 남겨주세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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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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