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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를 타고 떠난 주천강자연휴양림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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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대형 SUV 벗어나 소형차로 떠나본 캠핑 블로거 정광호씨의 체험기 “아빠? 오늘은 어디로 캠핑 가요?” 캠핑을 하게 해줘서 아빠가 좋다는 예쁜 딸의 들뜬 목소리에 “주천강자연휴양림”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낯선 소형차의 시동을 건다. 2002년 캠핑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레저용 대형차종인 아르브이(RV)나 스포츠실용차(SUV)만 이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소형차인 현대 i30를 이용하여 캠핑을 떠난다. 처음 운행하게 된 i30 1.6 VGT는 6단 기어에 디젤을 연료로 하는 5인승 승용차인데 공인연비가 20㎞/ℓ인 해치백 스타일이다. 가솔린보다 조금 저렴한 디젤을 주식으로 하고 연비가 좋은 착한 녀석인 것 같아 첫인상은 맘에 들었다. 막상 출발을 앞두고 짐을 싸려니 녹록지 않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평소 덩치 큰 에스유브이에 루프박스까지 얹고 다녔던지라 큰 고민 없이 짐을 싸곤 했는데 이번 캠핑에는 상대적으로 좁은 수납공간에 필요한 용품을 채워넣어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 캠퍼들 표현으로 ‘테트리스 신공’을 발휘할 때가 온 거다. 한치의 빈틈도 남기지 않고 필요한 용품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기 위해, 신중하게 궁리를 하고 넣었던 용품을 다시 빼내기도 하면서 40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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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이웃 캠퍼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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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에 짐쌓기
테트리스 신공에 40분 걸려 바비큐 장비, 스틸 쿨러, 대형 물통, 발포매트, 사이드 테이블 등이 이 과정을 통해서 이번 캠핑의 동참 포기 선언을 하게 됐다. 특별한 짐싸기 기술을 동원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기본기’에 충실해 짐을 쌓았다. 납작하고 평평한 특대형 매트를 맨 아래 깔고 그 위에 테트리스 블록을 쌓듯 차곡차곡 장비를 쌓았다. 조리도구들과 의자 등이 다음 차례로 올라갔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텐트와 타프 치기이니 돔텐트와 타프는 가장 먼저 꺼낼 수 있게 맨 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해서 차 안으로 들어간 용품을 모두 적어보자면 텐트와 그라운드시트, 해바라기 매트, 하계용 침낭 3개를 비롯해 자충베개 3개, 로테이블 2개, 미니테이블 1개, 릴렉스체어 2개, 바비큐체어 4개, 화로대, 트윈스토브, 구이바다, 소프트쿨러, 냄비세트, 식기세트, 마이크로캡슐, 수저통, 양념통, 소형 물통, 설거지 가방, 전기랜턴, 미니랜턴, 헤드랜턴, 이소가스 3통, 부탄가스 2통, 랜턴 걸이대, 전기 릴선, 건조대, 다용도 가방 등이었다. 열거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용품이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처음 엄두가 나지 않던 규모에 비해서는 구석구석 들어갈 자리가 많았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욱여넣어 보려던 부피가 가장 큰 타프셸을 내리고 미니타프를 차에 태웠다. 드디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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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에 충실하면 소형차의 트렁크 공간으로도 캠핑장비를 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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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의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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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안하는 것 있어
겨울 캠핑도 소형차로 도전해봐? 주말에 차를 가지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교통정체를 피하기 위해서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캠핑장비를 정리하고 소형차에 옮겨 싣는 과정으로 인해 출발이 늦었다. 서울에서 약 160㎞ 떨어진 캠핑장까지 3시간30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래도 일부 구간 서행과 정체의 고통보다는 캠핑이 주는 즐거움이 백만배는 크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캠핑장에 도착하고 나서 우연히 블로그 이웃들을 만났다. 그 많은 시간과 장소 가운데서 바로 이 시간 이곳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나는 큰 선물을 받는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서 늦어진 점심시간은 이웃들의 정이 듬뿍 담긴 따뜻한 음식으로 그 맛이 곱절이 됐다. 부른 배를 소화시킬 겸 차에서 짐을 내려 나만의 사이트를 구성한다. 필자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매번 다른 나만의 집을 짓는 기쁨을 누린다. 끝으로 폴대에 태극기를 게양한다. 필자는 어느 해부터 매번 캠핑을 나가면 태극기를 게양한다.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이제는 캠핑장에서 필자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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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도 줄이고 싱싱한 재료를 살 수 있어서 식재료는 현지에서 주로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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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함께한 소형차와 캠핑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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