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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터우 관광구에서 낙타를 타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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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중국 고대문명과 이슬람 문화, 황허와 사막이 어우러진 인촨 여행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 여행자들은 먼 곳으로 떠나기를 꿈꾼다. 사막은 그 가운데서도 더욱 설레게 한다. 무수한 생명이 그곳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황량함 또는 공포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가 사막 어딘가에서 추락해 아직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런 사막이 아주 먼 곳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가장 가까워도 몽골까지는 가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비행기 3시간, 차 3시간을 타고 가면 이색적인 사막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로 떠나면 된다.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성도인 인촨은 사막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중국의 고대 문명과 이슬람 문화, 황허(황하)와 사막, 실크로드의 흔적까지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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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죽으로 만든 뗏목으로 황허를 가르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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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터우 관광구
모래썰매·황허 래프팅 중국인에게는 10대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중국 인촨 일대 여행지. 특히 텅거리 사막이 시작하는 지점의 사포터우 관광구와 사후(沙湖)까지 모래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사막 여행의 특별함은 그 장관을 그저 바라보는 데 있지 않다. 모래의 금빛 물결은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때로는 깨닫게 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이라는 책은 소개한다. 어떤 원주민 문화에서는 성년식으로 젊은이 혼자 사막을 헤매고 다니게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다른 여행객 틈바구니에서 그런 생각 할 여유가 생길까 싶다. 하지만 뜨거운 사막의 모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10분만의 시간을 갖더라도 자연 속의 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텅거리 사막은 지나친 개발붐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그곳을 횡단하는 도로와 철도가 있지만 관광객보다는 화물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다. 그나마 북적대는 사막의 초입 사포터우 관광구에는 다양한 사막 속 놀거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탈것들이 즐비하다. 낙타, 세그웨이(바퀴 두개로 가는 간단한 탈것), 사막에서 거친 운전을 경험할 수 있는 지프차 체험에, 청룡열차 같은 재미를 주는 오프로드 체험까지. 사포터우 관광구에는 바로 옆에 강과 산이 있다. 사막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분위기가 아니다. 모래썰매를 타고 사막이 있는 곳에서 강 옆으로 내려간다. 마치 눈썰매를 타는 기분이지만, 모래는 처음이니 더욱 긴장감이 느껴졌다. 썰매를 타고 내려가면 있는 강은 다름 아닌 황허이다. 누런 물빛이 그 이름을 증명한다. 강가로 가면 양가죽에 바람을 넣어 9개 정도를 엮어 뗏목으로 만든 배가 등장한다. 황허 래프팅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구간은 10분 안팎으로 짧지만,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될 정도로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스릴 넘치는 것은 덤이다. 인촨 시내에서 더욱 가까운 모래와 호수가 있는 여행지도 있다. 사후이다. 모래 호수를 뜻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텅거리 사막 등에서 불어온 모래가 호숫가에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넓은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촨(은천), 한문으로는 ‘은빛 물’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 역시 인촨 주변 72개 호수에 은빛으로 반사되는 물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모래 둔덕과 호수, 갈대와 사람들이 어울려 있다. 실제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후의 일몰은 중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꼽는 ‘일몰’ 풍경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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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타는 모래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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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 이슬람문화 등
이국적 볼거리 가득 인촨 일대는 배산임수 지형을 갖추고 있다. ‘임수’는 앞서 언급한 황허, ‘배산’은? 허란산으로 들어가는 길 초입 곳곳에 검정 무더기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석탄’이다. 허란산의 풍모는 바위산으로 기이한 편이다.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진, 흔히 봐오던 산이 아니다. 그 바위산 주변과 그 안에는 다양한 광물 자원의 보고이다. 벼루를 만드는 데 쓰이는 허란석도 유명하다. 지금은 채굴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허란석으로 만든 벼루들이 팔린다. 허란산에는 ‘암각화 지대’가 있다. 깊숙한 계곡으로 들어가면 그 일대 판판한 바위 위에 암각화(바위를 깎아낸 것)와 암염화(바위에 색을 입힌 것)가 즐비하다. 6000여점이나 몰려 있다. 주로 1만~3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은 동물이나 얼굴 상 등이 많았다. 이곳을 안내한 가이드는 “아마 고대인들이 일기 또는 여가의 목적으로 암각화를 새긴 게 아니냐 하는 학설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허란산에서 30분 정도를 차로 달리면, 또다른 문명이 우리를 반긴다. 고대 제국 서하다. 1000여년 전 중국 서남부 쓰촨에서 살던 유목민 탕구트족이 만든 고대 왕조로 알려져 있다. 당시 득세했던 티베트인, 즉 토번족의 등쌀에 인촨 인근까지 밀려온 민족이다. 본래는 유목생활을 했으나, 허란산이 있는 인촨 인근에 정착했다. 탕구트족은 이원호 왕을 추대했고, 이들은 송나라가 있었음에도 당당히 제국을 세웠다. 독특한 것은 한문을 갖고 그들 나름대로 서하어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자까지 창제한 이원호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서하 제국은 흥했다. 그러나 그 역사는 짧았다. 1227년 몽골 제국에 처참히 멸망당했다. 허란산맥 아래 자리잡은 서하왕릉의 모습은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을씨년스럽지만, 왠지 깊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장안과 서역을 오가며 실크로드의 요충지가 되었던 서하 제국은 중국 역사에 거의 흔적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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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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