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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정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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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초보자들에게 도움 될 만한 드로잉 작품과 작가들
일기를 열심히 쓰다 보면 뛰어난 작가의 소설을 뒤지게 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와 감성이 맞는 음악가를 찾게 된다. 드로잉도 마찬가지다. 연필을 부여잡고 일상을 그리다 보면 뛰어난 드로잉작가의 작품이 보고 싶어진다. 유화 등을 그린 대가의 작품에도 드로잉의 흔적은 숨어 있다. 드로잉은 그림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찾아보는 재미는 실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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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가지를 친 버드나무’(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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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작품도
훌륭한 드로잉 교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가지를 친 버드나무’(1884년)는 삐쭉삐쭉 뻗은 가지와 땅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세밀함에 기가 찬다. 에곤 실레(1890~1918)의 뒤틀리고 비틀어진 선도 꼼꼼히 챙겨 볼 만하다. 우리 그림에는 눈여겨볼 만한 드로잉이 없을까? 미술교육자이자 드로잉작가인 김충원씨는 김홍도(1745~?), 신윤복(1758~?) 등의 그림을 보라고 일러준다. 김씨는 “드로잉의 진정한 대가들”이라고 말한다. 현대로 넘어오면 이중섭(1916~1956)이 있다. 그의 자화상은 대표적인 드로잉작품이다. 김충원씨가 좋아하는 예술가 중에는 파울 클레(1879~1940)가 있다. “독창적인 상형문자와 자유로운 드로잉”은 클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파울 클레의 ‘흰색과 붉은색으로 구성된 돔’(1941년)은 직선이 만나 사각형을 만들고 곡선이 이어져 원을 만들었다. 드로잉이 얼마나 훌륭한 추상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91살의 나이로 숨을 거둔 미국의 극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1917~2009)의 작품도 마치 사진을 보는 듯 정확한 묘사로 유명하다. 그는 모델 헬가 테스토르프를 15년간 그렸다. 아내 모르게 그린 이 그림들은 온갖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 헬가 연작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늙어가는 인간의 기록이다. 기록의 도구로 사진기가 아니라 스케치북과 연필을 드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작가의 감정이 녹아들어간 기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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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혁 작가의 ‘연인’(lovers·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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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1915년).(도서출판 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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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은 오기사의 조언
“집요하게 관찰하시라” 한국의 임자혁(36) 작가는 지난 5월 ‘임자혁, 원더월드’를 선보였다. 드로잉작품들이었다. 임 작가는 “즉발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드로잉한다. 작품 ‘연인’(lovers)은 평소 발을 꼬고 있는 모습에서 소재를 찾았다. 마치 포개 있는 발이 늘 같이 다니는 연인과 같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자기만의 느낌을 찾는 데 귀재다. 평소 드로잉북이나 사진으로 ‘발견한 일상’을 기록한다. 작업실에 돌아와 그 기록물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최종 작품을 완성한다. 대상의 느낌도 글로 남긴다. 글은 최종 작품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임 작가는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 일상의 위트가 넘치는 이유다. 미술사에 발자국이 남은 이들의 그림만이 드로잉 초보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간판, 미디어, 책표지 등 다양한 시각 이미지에 드로잉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오은정씨는 서점의 외국서적 판매 코너를 여행하라고 조언한다. “인테리어, 건축, 요리 등 많은 책들에 뜻밖에 갈피마다 크고 작은 드로잉이 있어요.” 건축가의 설계도의 치밀한 선도 눈여겨볼 만한 드로잉이라고 일러준다. 건축가이자 여행작가이기도 한 오기사(본명 오영욱·36)는 바르셀로나, 프라하, 마라케시 등의 도시를 드로잉했다. “일단 그리고 싶은 공간에 앉은 다음” 종이에 밑그림 없이 “하이테크펜으로 한번에” 그린다. 그는 한 책에서 “건축 답사를 많이 다니면서 집요하게 관찰하게 되었다”는데, “그게 스케치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가늘고 긴 그의 선으로 이어지는 건축물은 내가 여행한 그곳과 달라 보인다. 휘고 구불거린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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