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9.12 23:40 수정 : 2012.09.12 23:40

[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나보다도 남편이 더욱 그리워할 그것은 수제비. 임신하고 처음 맞는 여름, 친정에 갔더니 어머니는 입맛 없는 딸을 위해 호박이며 감자 같은 채소를 넣어 수제비를 끓여 주셨다. 친정이지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주방을 드나들며 어머니에게 “엄마의 수제비가 맛있으니 많이 달라”고 부탁했다. 양 많은 나의 수제비는 일찌감치 상 위에 자리를 잡았다. 오가며 상을 차리는 사이, 상에 올려둔 내 몫의 수제비가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살펴보니 남편의 수제비 양이 많아진 것을 알아차렸다. 내 수제비와 자신의 수제비 그릇을 바꾼 사람이 다름 아닌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는 뾰로통해졌다. 소식만 하던 사람이 나의 양 많은 수제비를 가져갔으니 필시 임신한 아내를 골탕먹이려는 것이란 짐작에 툴툴거렸다. 친정 식구들까지 면구스럽게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도 수제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40여년 전 어린 시절, 밖에서 뛰어놀다가 집에 들어가 보니 누나들이 수제비를 해먹고 남편의 몫은 남겨놓질 않아 울고불고했단다. 울기라도 하면 혹시나 수제비를 해줄까 싶었는데 아니었단다. 더운 여름날 새로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끓이는 것이 힘들었던 어린 누나들은 그저 모른 척했다고 한다. 그길로 남편은 유달산 높은 곳에 가서 죽기로 했단다. 누나들이 수제비를 안 해준 것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주리라! 굳은 마음을 먹고 유달산에 가서 땅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는데 어느새 본능적으로 몸의 중심을 잡아가며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죽겠다고 몸을 날려서는 살겠다고 넘어지고 구르며 지상에 안착한 남편에게 이미 수제비 생각은 온데간데없었다. 얼굴과 온몸에 눈물, 콧물 자국과 흙먼지가 범벅이 되어 들어간 집에선 누나들이 무심하게 티브이만 보고 있더란다.

그때 그 시절 유달산 꼭대기에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꼬마에게 수제비를 선물하고 싶은 여름날의 막바지이다.

신숙영/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퇴계원리

fissler tip

바쁜 맞벌이 주부가 3~4인분의 양을 조리할 경우 냄비보다 압력솥이 낫다. 진공에서 고온, 고압으로 조리하기에 시간을 70% 이상 단축. 압력솥에서 설렁탕 만들기는 간단하다. 사골이 푹 담길 정도로 물을 넣는다. 단계별 압력조절이 가능한 압력솥의 경우, 압력계기를 가장 높은 단으로 조절하고 센 불에서 끓여준다. 약 2시간 후 약불로 줄이고 15~20분 후 불을 끈다. 한 번 더 거치면 진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응모 방법
‘맛 선물’ 사연은 <한겨레> esc 블로그 게시판이나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5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연락처와 성함을 남겨주세요.

상품
70만원 상당의 휘슬러코리아 피암마 2종 세트.(스튜포트 20㎝, 소스팬 16㎝)

문의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