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13 00:24
수정 : 2012.09.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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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커버스토리를 쓴 정치부의 구본권 기자는 요세미티를 지금까지 세번 갔다고 합니다. 그에게 하프돔 등정은 자칭 ‘나만의 토테미즘’이고 성지순례인 셈입니다.
하프돔이 많은 산악인들에게 꿈의 등반지이긴 하겠지만, 열혈 등산가도 아니라는 구 기자가 왜 ‘이 고생’에 기꺼이 나섰는지 물었습니다. 이 모든 출발점에 마음속 그림 한장이 있더군요. 중학교 때 우연히 2면에 나온 앤설 애덤스의 작품집을 봤다고 합니다. 거기는 ‘달과 하프돔’을 비롯해 요세미티의 압도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했겠지요. 외국여행이 일반화되고 인터넷으로 세계 구석구석을 뒤질 수 있는 지금이야 지구상의 어떤 풍경도 이웃동네가 됐지만 학교와 집 근처로 세상의 반지름이 정해졌을 1970년대의 십대 소년에게 거대한 바위산과 ‘요세미티’라는 이름은 얼마나 아득하고 신비로웠을까요.
이렇게 요세미티는 그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업무차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됐을 때 하루 휴가를 내어 그곳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요세미티 성지순례가 이어지게 된 것이죠. 유년시절의 꿈처럼 품었던 풍경을 현실로 밟았을 때의 기분이란 좋은 대학이나 직장 합격 소식을 듣는 것 못지않게 벅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구글어스나 각종 지도 앱으로 세계 곳곳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뒤져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딱 한장의 풍경을 찍어 마음 한 귀퉁이 벽에 걸어놓으면 근사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곳의 차가운 공기, 빛나는 별을 직접 느껴보리라는 마음만으로도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작은 틈 하나가 생길 테니까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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