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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19 23:32 수정 : 2012.09.19 23:32

품질관리사가 커피의 질을 시음하고 있다.

[매거진 esc] 요리

한국서 인기몰이중 캡슐커피 대표 브랜드 스위스 아방슈 네스프레소 공장 탐방기

질좋은 원두 공급을 위해
7개국 커피농가 지원하는
에콜라보레이션 정책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한국의 청소년이라면 ‘영세중립국’에 까만 동그라미 100개쯤 그리면서 외운다. 그 덕에 스위스는 좌도 우도 아닌, 저울로 치자면 ‘0’의 어디쯤 서 있는 나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잘 녹은 치즈에 빵조각을 푹 담가 먹는 퐁뒤가 유명하고, 색다른 커피 소비문화를 만든 캡슐커피 제조사인 네스프레소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네스프레소 아방슈 공장 전경.
최근 몇 년 사이 혼수 품목에 오를 정도로 ‘커피 캡슐 머신’이 인기다. 커피 추출 기계에 작고 앙증맞은 커피 캡슐을 꽂아 넣고 버튼만 누르면 몇 분 만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내려진다. 커피전문점에서 마실 수 있었던 그윽한 향의 에스프레소를 안방에서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캡슐커피 제조사인 네스프레소의 스위스 아방슈 공장을 찾았다. 오르베 공장과 함께 세계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캡슐커피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네스프레소 본사가 있는 로잔에서 아방슈 공장으로 향하는 도로는 반듯하다. 차창 밖에는 엽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차로 50여분 달리자 공장이 나타난다. 로잔에서 약 71㎞ 거리다.

총면적 7만3000㎡의 잿빛 건물은 잘 차려입은 신사처럼 단정하다. 바로 옆 언덕에서는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공장 1층 진열대에 있는 다양한 색깔의 커피캡슐이 손님을 맞는다. 캡슐의 색이 진할수록 쓴맛이 강한 커피가루가, 연할수록 신맛과 과일향이 나는 가루가 담겨있다. 맛의 차이는 원두의 배전(roasting) 정도의 차이다. 배전을 강하게 할수록 볶은 원두의 색은 짙어진다.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세계에서 질 좋은 원두를 찾아다닙니다. 최상급 10% 원두 중에 상위 10~20%만 골라 사용합니다.” 공장 안내원의 말이다. 원두는 커피 맛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커피 생산자와 협력은 필수다. 네스프레소는 친환경적인 협업이라는 의미의 에콜라보레이션(ecolaboration) 정책을 만들어 2003년부터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인도 등 7개국 약 8000명의 커피 생산자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같은 질의 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노력이다.

품질관리사만 한공장에 100여명
산화 방지 노하우가
신선한 맛 유지의 비법

원두의 질을 검사하는 네스프레소 연구원.
공장 안내원의 설명이 끝나자 품질관리사인 로렌트 코스테가 나와 원형의 테이블이 있는 하얀 방으로 안내한다. 테이블 좌석마다 원두 가루가 우리네 다기와 닮은 주전자에 담겨 있다. 분쇄(grinding)된 커피의 질을 시음하는 공간이다. 품질관리사는 생산지에서 올라온 샘플을 이 방에서 시음한다. 아방슈 공장에만 100여명 있다. 하루 3번, 18~19가지 커피를 마신다. 이런 시음 과정은 한 주에 3~4번씩 이어진다.

연기가 나는 뜨거운 물이 까만 커피가루에 닿자 품질관리사는 “우선 뚜껑을 들어 코에 대고 향을 먼저 맡아 보라”고 말한다. 코털을 비집고 은근한 브라질 커피의 향이 자리를 잡는다. “자, 이제 이 은숟가락으로 훅 떠 마셔 보세요.” 안이 깊은 은숟가락으로 그가 마시는 법을 보여준다. 단박에 훅 소리를 내고 마셔버린다. “소리 내서 마시세요. 코 점막에 향이 넘어오는 것도 느껴보세요.” 입안에는 브라질 커피의 구수한 맛과 향이 가득하다. 품질관리사는 신맛, 쓴맛 등 10가지 넘는 항목에 시음 결과를 꼼꼼히 적어 넣는다. 이런 식의 시음은 생산지, 항구의 보관창고에서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네스프레소 한정판 캡슐커피 크레알토.
처음 만났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의 공장 안내원이 다시 나타났다. 한쪽 벽이 온통 유리창인 복도로 이끈다. 창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은 캡슐커피가 생산되는 현장이다. 쿵쿵, 자동화된 기계가 질서정연하게 캡슐을 생산한다. 마지막 단계는 최종 제품의 품질테스트다. 물속에 넣거나 압력을 가해 불량품을 고른다. 캡슐 2개를 맞붙여 크기나 모양이 균등한지도 따진다.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 맛의 비밀은 캡슐에 있다. 일반 커피전문점과 집에서 개인이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과 가장 큰 차이점은 약 5g의 커피가루가 들어가는 캡슐이다. 커피의 영혼을 작은 공간에 가둔다.

기계에 캡슐을 넣으면 칼날이 캡슐의 위를 뚫고 자동 조절된 83~89도의 물이 19바 정도의 압력으로 흘러내린다. 원두는 배전하고 3~7일 뒤가 가장 맛있고 2주가 지나면 산화된다. 제대로 맛을 낼 수 없다는 소리다. 공기에 노출될수록 산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유통기간이 1년인 커피 캡슐의 비밀이 궁금하다.

아방슈 공장의 마르틴 부크만 공장장이 비밀을 풀어놓는다. “커피의 가장 큰 적은 산소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한다. 커피에는 기름이 있고 그 기름에는 아로마가 들어 있다. 이 기름이 산소를 만나면 산화가 진행된다. “산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결국 부패가 시작되는 것이기에 커피 맛이 나빠지죠. 커피를 볶고 난 후부터 바로 산화가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캡슐 안에 산소 대신 질소를 채워넣는 게 첫번째 비밀이다. 두번째 비밀은 “산소를 100% 막아주는 알루미늄”을 캡슐의 소재로 쓰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수거해 재활용한다. 에콜라보레이션 정책의 일환이다.

공장장은 와인에 비유해 커피문화에 대해 마지막 말을 남긴다. “수백년 전 레드와인은 그저 붉은색 알코올이었죠. 지금은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담고 있어요. 커피도 그런 문화를 시작한 겁니다. 커피 맛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어떤 맛을 찾아야 하는지 등을 찾아가고 있죠.”

아방슈(스위스)=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oking tip

네스프레소가 제안하는 커피 활용법

피스타치오 딜라이트 피스타치오 맛의 우유를 만들고 그 안에 커피를 넣는 음료다. 피스타치오를 굽고 간다. 우유와 섞는다. 피스타치오 맛 우유를 체에 걸러서 50㎖만 남긴다. 이 우유를 긴 잔에 붓고 에스프레소 적당량을 추가해 넣는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의 이색 커피가 완성된다.

리에주아 초콜릿의 달콤함과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디저트 ‘리에주아’. 설탕 시럽을 넣은 에스프레소를 차갑게 보관해 두었다가 초콜릿 아이스크림 위에 붓는다. 그 위에 휘핑크림과 초콜릿 파우더를 뿌리면 완성이다. 10분 정도 걸린다. 네스프레소의 디카페인 캡슐을 이용하면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이들도 즐길 수 있다. 네스프레소의 디카페인 캡슐은 물에 잘 녹는 카페인의 성질을 이용해 배전하기 전 생두를 물에 여러 번 씻어 카페인을 제거했다.

애플 진저 카푸치노 잔에 애플 진저 티백을 넣고 그 위에 추출한 커피를 붓는다. 4분가량 둔 뒤 티백을 꺼내고 메이플시럽을 첨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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