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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사직동의 유서깊은 활터 황학정에서 궁사들이 145m 거리의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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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국궁 제대로 알고 배우기…‘궁도’ 표현은 일제 잔재
전국 활터 360곳…월 3만원 정도면 배울 수 있어 “중국의 대표적 전통 무기는 창이고, 일본은 칼, 우리는 활이죠.” “우리 활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사거리가 먼 활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당장 활터에 와 시위를 당겨봐요.” 활터를 찾으면 흔히 들을 수 있는 국궁 자랑이다. 국궁이 어떤 운동이기에 이토록 이구동성의 칭송이 이어질까. 온몸 건강에 좋은 최고의 레포츠 “칭송할 만하지.” 12대째 대를 이어 우리 전통 활 각궁을 만들고 있는 권무석(70) 궁장(서울시 무형문화재 23호)이 “30여년 전 활을 쏘던 어르신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70~80대 어르신들한테서 활을 쏘면 정력이 좋아지네, 위장병을 다스리네, 당뇨를 모르네, 지팡이를 모르네 하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어. 그래서 까놓고 그 근거를 대보시오 했더니, 노인 열 분 중 여덟이 활 덕분에 요즘도 밤이면 할머니 곁으로 간다는 거야. 나머지 두 분은 ‘그러고 싶은데 갈 데가 없소(할머니와 사별해서)’ 합디다. 모두 자세 꼿꼿하고 정신도 꼿꼿했던 분들이지.” 어찌됐든, 권 궁장의 말을 요약하면 활쏘기는 건강에 매우 좋은 육체운동이자 정신운동이다. “활쏘기는 ‘정중동’의 운동입니다. 겉으론 정적인 운동 같지만, 들여다보면 매우 격렬한 근육운동과 긴장의 연속이지요.” 하체 근육을 긴장시켜 자세를 잡고, 배를 등에 바짝 붙이며, 정신을 과녁에 집중시켜, 두 손과 팔을 빨래 짜듯이 비틀고 밀어 시위를 당긴 뒤 일시에 놓으며 긴장을 푸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다리 근육과 엉덩이·항문이 조여지고, 가슴이 펴지며 깊은 호흡을 하게 돼, 온몸 건강에 좋고 정신 집중에 좋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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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대개 카본 소재의 화살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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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형문화재 권무석 궁장이 각궁에 줄을 얹고(걸고) 열을 가해 활을 안정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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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근육운동과 긴장의 연속”
육체 건강뿐 아니라 집중력 도움 국궁·양궁, 국궁·궁도 흔히 갖는 궁금증. 양궁과 국궁이 동일 조건에서 경기를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기 자체가 어렵다. 양궁은 경기를 위해 활과 경기 방식을 거듭 개량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온 스포츠인 반면, 국궁은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그 멋을 즐겨온 심신수련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활과 화살에서부터 쏘는 방식이나 자세, 과녁과의 거리, 점수 매기기 등이 뚜렷이 다르므로 애초 동일 조건으로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다. 양궁은 조준기를 사용하지만 국궁은 활 자체나 활을 쥔 주먹을 가늠자로 쓴다. 국궁은 145m 거리에 가로 2m, 세로 2m67 크기의 과녁을 향해 쏘고, 양궁은 최대 90m 거리에 지름 122㎝의 동심원 과녁을 쏜다. 국궁은 화살을 과녁 어디에 맞혀도 명중(관중)으로 본다. 또 양궁 화살은 과녁에 꽂히지만, 국궁 화살은 끝이 뭉툭해 나무판에 맞고 튕겨나온다. 국궁과 궁도는 어떻게 다를까. 현재 우리나라 활쏘기 단체는 3곳. 대한궁도협회와 생활체육궁도연합회, 대한국궁문화협회 등이다. 궁도와 국궁이 함께 쓰인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검도·유도처럼 우리 궁술을 ‘궁도’로 바꾸고 궁술대회 이름도 ‘궁도대회’로 바꿨다고 한다. 단체이름과 대회에선 지금도 ‘궁도’를 쓴다. 국궁 명칭을 쓴 건 양궁이 들어오면서다. 최근엔 대한국궁문화협회 주최로 궁술의 일제 잔재 청산 결의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협회 권익모(55) 총재는 “일제가 도입한 궁도 명칭과 활쏘기 자세, 과녁 등을 바로잡거나 새로 제정해 국궁 대중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학정 신동술(64) 사두(우두머리)는 “협회와 일부 원로층 외엔 대부분 회원들이 국궁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국궁으로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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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활인 각궁. 둥근 것들은 줄을 풀어 뒤로 접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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