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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0 11:20 수정 : 2012.09.20 11:20

<엘로퀀스> 매거진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문화잡지 기자는 내가 대학 졸업 뒤 얻은 첫번째 크레디트다. 그 당시 일했던 티티엘 매거진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잡지지만 직접적인 기업 홍보는 단 한줄도 들어가지 않았던,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매력적인 문화잡지였다. 티티엘 매거진은 기자와 디자이너의 역할이 분절되어 있던 다른 잡지들과는 달리, 초반부터 기자와 디자이너가 한팀이 되어 배당된 기사에 대한 자체 회의를 전개했었다. 내가 디자인에 관한 관심과 매력을 갖게 된 것도 그 당시 협업에서 맛본 확장성 덕택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때의 확장성과 협업의 즐거움을 상기시킨 잡지를 발견했다. <엘로퀀스>(사진)라는 조금 난해한 이름의 이 잡지는 전세계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그들과 그들의 작업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해준다. ‘전세계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터스 매거진’이라는 슬로건답게 콘텐츠 대부분을 영한 병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들 역시 러시아, 미국, 스웨덴, 프랑스, 한국 등 그 출신도 제각각이다. 뉴욕,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도쿄, 방콕 등지에 현지 에디터를 두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을 발견하고, 만나고, 그 에너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잡지가 만들어진 지 어느덧 1년째. 하지만 <엘로퀀스> 매거진이 서점에 들어간 것은 불과 몇 달 전부터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유동이 가장 활발한 도심의 갤러리, 대안공간, 디자인센터, 카페, 아트북 스토어 등으로 배포, 판매망을 특화시켰기 때문이다.

<엘로퀀스> 매거진의 행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2012년 2월, 팀 전원이 타이로 날아가 진행했던 ‘방콕 프로젝트’다. <엘로퀀스>가 지향하는 ‘플랫폼 매거진’이라는 취지가 행위 자체로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편집부, 디자인부, 사진부 등 전원이 새로운 도시로 가서 그곳의 크리에이터들과 소통하며 잡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만들어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이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엘로퀀스> 매거진은 인터랙티브한 특성 때문에 ‘프로젝트 매거진’으로도 불린다. 건축, 음악, 음식, 여행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지원·후원하고 있는 것. 건축 프로젝트 ‘포장마차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음식 프로젝트 ‘호화대반점’, 큐레이팅 프로젝트 ‘비주얼 랩’, 매거진 론칭 프로젝트 ‘매그 투 매그’(MAG TO MAG) 등 그 영역도 전방위적이다. 이 프로젝트를 플랫폼 삼아 또다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의 변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조만간 <엘로퀀스> 팀들은 또 편집부실을 텅 비운 채 지구 어딘가로 날아가 그곳의 크리에이터들과 교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눈 가치와 그 교감의 순간들을 지면으로만 만나긴 왠지 아쉽지만, 일단은 그들의 행보에 무작정 응원을 보낸다. 이런 교감의 순간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놀라운 확장성으로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므로.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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