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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6 17:07 수정 : 2012.09.26 17:12

스위스 중부의 루체른 호수. 백조떼와 함께 스탠딩 서핑, 요트, 카약 등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매거진 esc] 여행
스위스 ‘물의 해’ 맞아 찾아간 루체른·뇌샤텔 호수와 주변 볼거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된 루체른 엔틀레부흐
청정 물소 치즈맛 환상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얼음산 높고 골 깊으니 물이 흔하고 깨끗하다. 스위스는 120여개의 빙하, 1484개의 아름다운 호수로 이뤄진 ‘물의 나라’이기도 하다. 호수뿐 아니라 라인강·도나우강·론강·포강 등 큰 강들이 알프스에서 발원해 유럽 각 지역을 적시며 북해·흑해·지중해·아드리아해로 흘러든다. 강변과 호숫가마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마을이 깃들여 있고, 설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지난달 말, 29개국 141명의 여행전문기자들과 함께한 ‘스위스 물의 해 세계 미디어 트립’에 참가해, 루체른·뇌샤텔 호수와 주변 볼거리를 둘러봤다.

루체른 호수와 생물권보전지역 엔틀레부흐

스위스 중부 루체른 호수는 스위스에서 네번째로 큰 호수. 라인강에 물을 공급하는 상류 물줄기 중 하나이자 루체른 호수의 초입이 되는 로이스강 가에 인구 6만명의 도시 루체른이 자리잡고 있다. 루체른은 8세기부터 발달한 고도로, 골목마다 옛 건물들이 즐비해 옛도심 골목 탐방에 나서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경사진 골목들의 끝은 대개 물가로 이어진다. 강변에 늘어선 호텔들과 길옆 식당·카페들은 백조들 노니는 강 풍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 액자를 짜 눈앞에 들이민다. 이 그림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배경이, 지붕이 씌워진 나무다리 카펠교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됐다는(1333년) 나무다리(약 200m)다. 로이스강 양쪽을 대각선으로 잇는, 난간은 꽃으로 장식되고 천장은 그림·판화들로 장식된 카펠교를 천천히 걸어서 건너는 느낌이 각별하다.

루체른 호수 수면은 잔잔하고, 호수 가까이 솟은 필라투스산(2120m)·리기산(1798m)은 웅장하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에 <월광 소나타>란 이름이 붙은 건, 한 음악평론가가 이 곡 1악장이 “달빛 비친 루체른 호수의 잔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한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백조 무리와 더불어 차고 맑은 수면을 돋보이게 장식하는 소품들이 요트·카누·카약·서핑·스탠딩서핑 등을 즐기는 관광객들이다. 필라투스산·리기산 등의 위용을 감상하며 물길 탐방을 즐길 수 있다.

루체른의 깨끗한 물과 자연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가, 어떤 가공처리도 없이 자연상태로 생산한다는 치즈다. 루체른 중앙역에서 열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엔틀레부흐의 물소 농장을 찾았다. 다양한 동식물 생태환경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이자 이른바 ‘달력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우러진 산자락에 목장들이 있다.

루체른주 엔틀레부흐의 물소 농장.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치즈는 자연친화적 고급 유제품으로 이름높다. 특히 이곳의 물소 우유와 쇠고기는 일반 소보다 품질이 뛰어나고 맛은 좋으면서 콜레스테롤 함량은 적어 가격이 5배나 비싸다고 한다. 28마리의 물소를 키우는 농장 주인 브루노(51)는 “사료에서부터 우유 생산 전 과정이 자연상태 그대로”라며 “이 우유를 공급받은 공장에선 어떤 첨가물도 쓰지 않고 치즈를 생산한다”고 자랑했다.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에 물소 우유로 치즈를 생산하는 공장과 매장이 있어, 다양한 치즈 생산과정 및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스위스 서부 두강변의 고도 생위르산의 거리.
꽃송이 모양의 ‘테트 드 무안’ 치즈.

물소농장 들머리, 대로변에 커다란 페인트 글씨와 함께 하트가 그려진 펼침막이 눈에 띈다. “나딘, 18살♡이 된 걸 축하한다”는 내용. 펼침막을 내건 이가 궁금했다. 아빠일까, 애인일까. 자녀가 성인이 된 걸 축하하는 내용이란다.

치즈공장에서 5분 거리의 마르바흐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마르바흐에그 전망대로 오를 수 있다. 여름이면 인기 트레킹 코스의 한 구간, 겨울이면 스키장이 되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곳이다. 눈앞에 ‘슈라텐플뤼’라는 웅장한 리아스식 산악지형이 솟아 있고, 무수한 산줄기들 너머로는 흰 눈에 덮인 알프스의 영봉들이 또렷하다. 정상엔 야외식당이 있어 식사와 차를 즐기며 장쾌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뇌샤텔 호수와 빌(비엔) 호수 주변

스위스 서부 쥐라 지역, 프랑스 접경지역 가까운 곳에 스위스 안에서 가장 큰 호수인 뇌샤텔호가 있다. 사실 서남쪽의 레만호가 더 크고 유명하지만, 레만호는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호수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17세기 바로크 도시로 꼽히는 졸로투른을 거쳐 뇌샤텔 호숫가의 고도 뇌샤텔을 찾았다. 졸로투른과 뇌샤텔은 모두 와인으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졸로투른은 와인 소비가 많기로 유명한데, 술꾼들이 종종 “나 지금 술에 취했다”는 말을 “나 지금 졸로투른에 있다”고 표현할 정도라고 한다.

뇌샤텔호 북쪽 산비탈에 자리한 뇌샤텔은 12세기에 지어진 콜레지알 교회와 중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뇌샤텔 고성, 황색 건물들이 돋보이는 옛 골목들이 둘러볼 만하다. 도심의 옛 건물들은 대체로 노란색을 띠는데, 인근에서 노란색 돌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왕은 뇌샤텔을 가리켜 “(노란색) 버터와 같은 도시”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뇌샤텔은 로제와인과 함께 치즈 생산으로도 이름난 도시다. 특히 ‘치즈 깎는 기계’를 이용해 카네이션 꽃송이처럼 치즈를 얇게 깎아 먹는 ‘테트 드 무안’(수도승의 머리라는 뜻) 치즈는 유명하다. 수도승들이 해오던 제조방식으로,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고 만든다. 기계를 돌려 ‘수도승의 머리를 깎듯이’ 치즈를 얇게 벗겨내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달콤한 꽃잎들이 혀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 든다.

로제와인의 고장 뇌샤텔
12세기 중세 풍경
고스란히 간직한 고도

루체른주 마르바흐에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목초지.

케이블 열차를 이용해 도시 뒷산의 ‘파노라마 전망탑’에 오르면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뇌샤텔 호수와 그 너머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알프스산맥의 흰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뇌샤텔호 북쪽엔 또다른 호수 빌(비엔)호가 있다. 오메가와 스와치 본사가 있는, 시계산업의 본고장인 빌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숫가의 여러 마을들을 탐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이 ‘생피에르 섬’(본디 섬이었으나 지금은 반도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절대왕정을 비판하며 도피생활을 할 때(1765년) 이 섬에 들어와 6주간 머물고 갔다. 수도원에 머물며 루소는 서적과 악보 필사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지금은 호텔로 쓰이는 수도원 건물 2층에 그가 쓰던 방이 옛 모습 그대로 보전돼 있다. 전시된 필사본 책들이 낡아가는, 그의 방 창가에 기대 내다보니 그가 평생 바라보며 살고 싶어했다는, 빌 호수의 차고 맑고 푸른 물살이 손에 만져질 듯했다.

루체른·뇌샤텔(스위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 @hani.co.kr

travel tip 현지에서는 열차를

대한항공이 화·목·토요일 인천~취리히 직항노선을 운항한다. 12시간 소요. 전기는 220V, 3점식 콘센트를 쓰는 곳이 많다. 1스위스프랑은 약 1200원.

현지 이동은 열차가 편리하다. 스위스 패스를 구입하면 열차·버스는 물론 유람선·박물관도 이용할 수 있다. 스위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가면 현지 여행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세한 여행정보는 스위스정부관광청 한국어 누리집(www.myswitzerland.co.kr)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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