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26 17:27
수정 : 2012.09.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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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한국 암벽 역사 고스란히 쌓여 있는 인수봉의 대표 길 5
인수봉은 한국의 암벽길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80여개의 길마다 개척한 사람(팀)의 땀방울이 맺혀 있다. 페이스와 크랙 등 생김새와 난이도가 다양해 초보와 고수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역사와 길모양을 알고 나면 등반 뒤 성취감이 배가한다. 대표적인 길 몇 개를 소개한다.
고독의 길 1927년,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박사가 초등했다고 알려져 있다. 난이도 5.8로 인수봉에서는 가장 수월해 초보자가 가장 많이 오른다. 쉽다고 확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주말이면 매우 붐비므로 평일에 오르는 게 좋다. 첫 마디, 둘째 마디는 난이도 5.6의 15m, 30m 크랙으로 홀드가 양호하다. 동굴을 지나면 셋째 마디의 출발점. 다섯째 마디에서 귀바위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끝지점은 고독길에서 가장 시원한 장소로 발아래 풍경이 아름답다. 일곱째 마디에서 영자크랙이 나오는데, 남성이 주를 이뤘던 개척 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덟째 마디의 참기름바위는 수많은 발길에 닳고 닳아 대개 한두번은 미끄러진다.
인수B 인수봉의 맏형 길에 해당한다. 1935년 5월 한국인으로는 김정태, 엄흥섭 등이 초등했다. 첫 마디는 마지막에 찜찜한 멍텅구리 홀드가 나온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손발 재밍으로 올라야 한다. 둘째 마디는 근력이 약한 여성들이 울고 간다는 항아리 크랙. 난이도가 낮지만 닳고 닳아서 프렌드나 트라이캠을 치는 게 좋다. 넷째 마디는 몸이 반 정도 들어가는 15m 크랙을 지나 왼쪽으로 ‘용의 발자국’이라는 밴드가 나온다. 자칫 추락 위험이 있어 건너가기 전 퀵드로를 거는 게 안전하다.
취나드A 등산용품 회사인 파타고니아의 회장이자 클라이머인 이본 슈나드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1963년 9월에 개척한 길. 첫째와 둘째, 셋째 마디까지 50m를 이어서 등반한다. 비교적 쉽지만 모든 홀드들이 손에 익기 전에는 선등할 때 주의해야 한다. 넷째 마디는 5.10b의 40m ‘똥크랙’. 막노동하는 것처럼 힘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 20m의 수직 크랙은 고정확보물 없이 올라야 한다. 오버행 전까지는 무리가 없다. 오버행 왼쪽 위에 볼트가 하나 있다. 이곳에서 레이백을 이용하면 오버행을 돌파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장대한 크랙을 온몸으로 비비적거리며 올라야 한다.
비둘기길 구조대 못미처 오른쪽 야영장 가는 길로 들어서서 인수봉 방향으로 100m쯤 가면 비둘기 샘이다. 이 샘을 만든 산비둘기산우회가 1967년도에 개척한 길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이 만나는 안부가 출발점. 하강 코스를 거꾸로 오른다고 보면 된다. 하강하는 클라이머가 많을 때는 피하는 게 좋다. 하강자의 자일이 엉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난이도는 5.6~5.7. 셋째 마디는 17m의 인공등반 구간으로 퀵드로를 쓴다. 홀드가 좋은 크랙길인 넷째 마디는 레이백으로 오르면 된다. 넷째 마디를 완등하면 하강 포인트가 된다. 50여m를 더 올라가면 정상.
빌라길 인수의 명품 코스. 마디마다 다양한 생김새와 난이도가 골고루 섞여 있다. 기세등등한 초보자를 올려 혼을 빼놓는 길이다. 여섯 마디로 된 전체 거리는 165m. 첫 마디에서 크랙을 잡고 일어서기가 힘들다. 나머지는 페이스와 슬래브. 경사도 80도에 이르는 둘째 마디에 이르면 오버행에 붙은 느낌이다. 암벽화의 마찰력을 믿어야 일어설 수 있대서 ‘신력’으로 오른다는 마디다. 장딴지에 쥐가 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할 일. 셋째, 넷째 마디에 이르면 백운대 등산객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 다섯째 마디부터는 비교적 수월하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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