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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7:53 수정 : 2012.10.17 17:53

독일 작가 프랑크 헤르포르트의 ‘피크닉’

[매거진 esc] 사진
충무로 일대 상가·거리·음식점 등에서 사진 전시 여는 ‘2012 충무로사진축제’ 지상전시

‘강가회집’에는 여행사진가 이해선씨의 작품을 전시한다. 사진 박미향 기자 제공
“가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손님들이 너무 좋아해요.” ‘강가회집’ 주인 김연순씨의 말이다. “빈 벽을 다 채웠어요. 보기에 너무 좋아요.” ‘고기마을’ 주인 조정자씨의 말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이 가족인 줄 알아요.” ‘비어캐빈’ 충무로점 주인 정상영씨의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가지다. 서울 중구 충무로 일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자신의 업장에 사진을 걸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진을 건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5일에 시작한 ‘2012 충무로사진축제’가 시작하면서부터다. 올해 처음 열린 충무로사진축제는 충무로 2, 3, 4가에 걸쳐 있는 상가와 거리, 극동빌딩, 빈 건물, 음식점 등에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원로 사진가 김한용이 60년대 찍은 국내 최초의 코카콜라 광고사진.
축제는 ‘자연_존재의 거울’, ‘충무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사진공모전과 특별전, 사진워크숍, 벼룩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점 전시는 ‘충무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50여개 충무로 거북상조회 회원들의 식당에 사진가들의 작품을 걸었다. 건물과 건물의 옥상을 걸개사진으로 이은 ‘걸개사진전’, 빈 건물 30여곳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스페이스 시(C)’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이일우 총감독은 “사실 도시를 향유하는 이들은 그곳에서 일하고 밥 먹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생활공간에 사진을 두자”는 취지로 축제를 기획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는 공장이나 상가, 건물 지하 등에서도 전시를 합니다. 특별한 장소에서만 하지 않아요. 생활공간에 사진이 스며든 거죠.”

10여년 전만 해도 충무로 일대는 필름현상소, 카메라장비업체, 갤러리, 액자업체, 인쇄소 등 사진과 관련된 업체들이 빼곡했다. 그야말로 사진 일번가였다. 지금은 중구청 집계로 약 266개만 남았다.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가 급속하게 보급되자 충무로의 풍경은 바뀌기 시작했다. 사진동호회 회원들은 이제 슬라이드필름을 현상하거나 필름을 살 필요가 없었다. 찍은 사진을 집에서 포토샵 프로그램을 돌려 컴퓨터 모니터에 올리면 된다. 카메라도 온라인에서 구입한다. 2시간이나 걸리는 슬라이드 필름 현상 시간을 고등어구이집이나 막걸리집에서 때우지 않는다.

옐레나 바실레프의 ‘내 이름은 다른 이와 같은 옐레나 바실레프입니다’(My name is Jelena Vasiljev like anybody else).
이씨는 “사진의 메카인 충무로가 사라지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중부 거북상조회원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손필수 회장은 “명동과 길 하나 두고 있는데, 우리 지역은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번 축제에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풀벌레 우는 가을, 충무로사진축제는 콩떡에 박힌 달콤한 콩을 찾아 먹는 것처럼 뒤져보는 재미가 있다. 극동빌딩 1, 2층 로비에 전시된 프랑크 헤르포르트, 옐레나 바실레프, 로베르트 포이트, 황숙정, 이소영, 장명근 등 국내외 유명 작가 15명의 작품을 휘 둘러보고 길을 건너면 ‘김한용사진연구소’가 있다. 마치 박물관을 보는 것처럼 고즈넉한 건물이다. 특별전 ‘김한용의 한국 광고사진의 역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 정윤희·장미희 등의 젊은 날과 우리나라 최초 코카콜라 광고사진 등 60년대부터 80년 초까지의 광고사진을 볼 수 있다. 올해 89살인 사진가 김한용씨는 사진계 원로다.

장성삼 중구청 관광공보과장은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문화축제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4일까지 열린다. (02)2269-2613.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사진제공 ‘2012 충무로사진축제’ 사무국


4. 아마추어 사진가 백지현씨 작품. 5. 배우 정윤희가 모델인 김한용의 광고사진. 6. 사진가 정기수의 ‘중력’. 7. 여행사진가 이해선 작품. 인도 히말라야. 8. 레티티아 몰레나르의 ‘2층의 햇빛’(Second story su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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