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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8:28 수정 : 2012.10.17 18:28

[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대학 때 살던 고시원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항상 흰 형광등을 켜고 살아야 했다. 그래도 조금 어두운 느낌이 있었고, 그곳에서 나의 첫 화장은 시작되었다. 분명히 거울을 보고 톤 조절을 해가며 비비크림을 발랐지만 밝은 바깥세상으로만 나오면 친구들이 화장이 진하니, 비비크림을 떡칠했느니 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나는 비비크림의 호수를 높여봤지만 그래도 마찬가지! 그러던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나는 어떤 아주머니의 말을 듣게 되었다. “아이고, 눈이 점점 어두어지니께네 자꾸자꾸 파운데이숀을 바른다~ 안 보이니 자꾸 바르네~ 떡칠로 한다, 떡칠로!”

그때 나는 알았다. 경극배우와 같은 화장을 자꾸 하게 되는 원인을. 그것은 바로 내 방의 어두운 조명 때문이었던 것이다. 화장 잘하겠다고 살던 집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방에서 화장을 할 때, 조금 덜 된 것 같은 순간에 손을 뗀다. 이젠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만 있다면 완벽하게 톤 조절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역시 젊어서의 고생은 두고두고 값지게 쓰이는 법이다.

안아름/부산 금정구 금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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