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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시리즈 그루밍 클래스. 워터로션을 바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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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
비누도 안 쓰는 남자, 임종업 기자의 그루밍 클래스 체험기
“100세 시대입니다
일부러 늙어 보일 필요 없잖아요
조금만 관리하면 되는데…”
“남자가 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면 그게 바로 ‘얼굴 관리’라고 믿어온 나에게 ‘스킨케어’는 낯선 말이다. 화장하는 남자들을 지칭한다는 ‘그루밍족’이란 말은 더더욱 그렇다.
남성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에서 열리는 ‘그루밍 클래스’. 남성들의 스킨케어 노하우 강의와 신제품을 포함한 인기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란다. 남성화장품이라니 내가 가보라는 취재 지시다. 에라, 화장품 한번 찍어 바른다고 성이 달라지겠나, 한번 가보지 뭐.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빌딩 19층에 마련된 교육실. 쭈뼛쭈뼛 고개를 들이밀었다. 처음 미용실에 갔을 때처럼 쑥스럽다. 그때는 이발관이 여자 면도사를 두고 칸막이 영업을 하면서 바가지를 씌웠기에 미용실 출입이 나름 당당했는데, 이거야 원.
둥근 테이블마다 화장품 세트가 놓였다. 흰 가운을 입은 강사가 화장솜에 뭔가를 듬뿍 묻히고 모델의 얼굴을 닦기에 앞서 묻는다.
“세수는 뭘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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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클래스에서 전문가가 화장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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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맹물로 씻어요.” 비누를 끊은 지 15년은 넘은 것 같다.
황당한 답변에 당황한 강사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비누라는 말이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폼클렌징이라는 말도 나왔다. 필요한 답을 얻은 강사는 그제야 제품 설명과 함께 세안 방법을 설명했다.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마도 마찬가지. 코는 반대로 아래서 위로 닦아주세요.”
화장품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내용물을 손등에 덜어놓고, 넷째 손가락 끝에 묻혀 얼굴에 바르고…. 좌불안석이어도 하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했다. 한시간 남짓 얼굴관리 지도를 하고 난 강사는 또 물었다.
“느낌이 어때요?”
“잘 모르겠는데요.” 느낌이 둔하든 장단을 못 맞추든 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아무래도 내가 올 자리가 아닌가 벼.
“아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100세 시대입니다. 일부러 늙어 보일 필요는 없잖아요. 조금만 관리하면 되는데….”
정말 세상이 바뀐 건가, 아니면 내가 뒤떨어진 건가. 마포 한구석에 나 몰라라 처박혀 있다 보니 어느새 딱한 처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선배! 기사 되겠어요?” 중간점검을 하는 팀장의 목소리에 미심쩍은 기색이 뚜렷했다.
이참에 화장품을 마스터해봐? 콜마 배병훈 부장한테 에스오에스를 쳤다. 요즘 화장품 회사들은 생산 과정을 대부분 아웃소싱하고 마케팅과 유통에 치중하는 추세. 콜마는 설계능력과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화장품 회사에 완제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팔기 위주인 화장품 회사 직원보다 공정할 것 같다.
“화장품 원료는 99% 똑같아요. 하나에 대략 30가지 원료가 들어갑니다. 대략 세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되지요.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계면활성제, 각종 영양성분이 담긴 첨가물, 그리고 유통과 보존을 위한 항산화제가 그것입니다. 화장품은 약품과 달리 주성분 개념이 없어요. 모든 것의 조합이 질감을 좌우하거든요. 나이와 성별에 맞게 끈적임을 조절하는 게 노하우입니다.”
그럼 남성용, 여성용 구별은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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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테스트 결과를 보여주는 단말기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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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피부는 막이 두껍고, 세포가 커 모공이 큰 편이죠. 그리고 피지 분비가 많아 끈적거리는 것을 싫어하죠. 그래서 저분자 원료를 많이 씀으로써 잘 스며들게 하고 기름을 적게 써 끈적임이나 번들거림이 적도록 합니다. 피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모공 수축제와 피지 흡착성분을 더 넣지요.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의 피부 상태를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은 어떻게 다른가.
“물과 기름의 비율에 따라 묽은 것과 되직한 것의 차이죠. 영양분이나 기능성 첨가물이 어떤 것은 물에 잘 녹고 어떤 것은 기름에 잘 녹거든요. 그래서 스킨, 로션, 크림 단계별로 성분이 달라요. 에센스는 나중에 추가된 건데, 안티에이징 등 기능성 성분을 주로 넣어요. 로션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 쓰죠. 크림은 자외선 차단, 또는 색조 보정 기능을 합니다.”
모두 발라야 하는 건가.
“스킨, 로션 정도만 바르면 돼요. 전에는 스킨이 면도 뒤에 난 상처를 소독하는 기능이 강해 알코올이 많았는데, 요즘은 수분공급과 향수 대체재로 씁니다. 스킨 다음에 로션을 바르면 기름막이 형성돼 수분이 날아가지 않습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가을·겨울·봄철에 유념할 필요가 있어요.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한테는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간 선크림을 권합니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상식은 됐다. 그런데 그루밍족은 아니어도 화장품을 갖춰놓고 아침저녁으로 발라야 하는가. 갑자기 갑갑해졌다.
가장 좋은 화장품은 피지
안 나오거나 과도한 게 문제
피지관리가 피부관리의 핵심
“세수만 잘해도 돼요. 그러면 피지 관리가 되거든요. 피지는 본래 피부를 보호해주는 분비물인데, 산화가 잘되는 게 흠이지요. 그게 시큼한 냄새가 되고, 때로는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됩니다. 하루에 세번, 식후에 이 닦듯이 세안을 해주면 됩니다. 비누를 쓰면 방어막이 무너진다고들 하는데 괜찮아요. 20분 정도 지나면 원상 복구 되거든요. 가장 좋은 화장품은 피지입니다. 안 나오거나 과도한 게 문제죠.”
그럼, 내 피부 상태는 어떤가. 강남의 한 백화점 남성화장품 매장에 부탁해 피부 테스트를 받아보았다. 결과는 피부결 B, 유분 C, 각질 A, 수분 A, 탄력도 A.
“어머! 피부 관리 받으세요?” 매장 직원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분이 C인 것은 오후시간이라 그렇게 나온 것일 뿐, 피부 상태가 나이에 맞는 아주 정상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을 쓴다면 무엇을 권하겠는가 묻자 스킨과 로션을 내밀었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는데, 화장품을 발라? 말아?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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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ip가을에도 닥치고 자외선 차단!
가을이 되면 피부에 수분이 부족해 각질층이 두꺼워진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피지 분비량까지 줄어들어 피부 건조가 심해진다. 특히 남성은 표면이 두껍고 각질이 많으며 피부의 수분함량이 여성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을철 관리를 해주면 좋다.
1.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 각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한다. 2. 충분한 보습으로 주름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을 더한다. 3. 자외선 차단제로 마무리하여 피부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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