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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8:44 수정 : 2012.10.17 18:46

이대리 제공

[매거진 esc] 이대리의 직장생태보고서
의견교환·생산성 제고라는 취지가 무색한 회의 구태를 고발함

아웃도어 용품과 캠핑의 유행 때문일까? 오늘 한 회의도 산으로 가버렸다.

기업 회의의 목적은 의견 교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그에 비례해 커지게 마련. 고로 회의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윤택해지는 것이다. 절로 어깨춤을 유발하는 삼단논법이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늘 내 편이 아니고, 내가 산 로또만 당첨 번호를 피해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 아니던가?

좌장이 주의 환기를 위해 던지는 “주말에 뭐 했니?”라는 말에 회의 참석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한마디씩의 추임새를 넣는다. 꼬리를 무는 질문은 사생활 침해의 선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10분만 회의하자”며 모여들었지만 어느덧 20분이 지난다. 조직원들은 이런 경험의 누적을 통해 ‘회의 매너리즘’을 겪는다. 또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올해 넘기면 생물학적으로 애 갖기가 힘들어지니 꼭 솔로 탈출 하라”는 오지랖 넓은 마무리 덕담(?)은 숨죽이고 있던 서른다섯 골드미스 오 대리를 확인 사살한다.

가장 질 나쁜 회의 형태는 ‘질타를 위한 회의’가 아닐까? 이런 형태의 회의는 영업조직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저성과자에 대한 창피 주기가 주된 테마다. 모멸감을 견디다 못해 내뱉은 “목표 필달 하겠습니다”는 다짐은 일종의 회의종료 신호다. 반대급부로 고성과자는 영웅으로 포장되어 한동안 또 하나의 권력이 되기도 한다.

‘내레이터형’ 회의 진행은 극세사 이불과 수면양말의 조합보다 더 많은 잠을 유발한다. 검색포털 애플리케이션만 구동하는 태블릿피시는 왜 구입했는지 모르겠지만, 늘 두꺼운 A4지 인쇄물을 선호하는 박 부장은 회의 때마다 준비한 것을 주절주절 읽어내린다. 꿈속에 침투해 생각을 심는 ‘인셉션’ 기술인가? 경쟁사가 반색할 생산성 테러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비교적 한가한 부서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형태의 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다. 이슈가 없다는 부장의 초조함은 연말 인사에서 책상을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존재감 천명을 위해 전격적으로 회의체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회의는 수정을 거듭하게 하는 자료를 탄생시키는데, 한 조직의 단기 목표가 ‘레이아웃과 색상 배치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된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3S(Simple, Speedy, Short) 운동’, 해외 사례 벤치마킹, 외부 강사 초빙을 통한 실천 방법 공유 등 많은 회의 문화 개선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도 수많은 악습이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도착점을 잊게 만드는 방해 요소의 등장에 누구도 제재를 가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클라우드 문서에 ‘회의 리뷰’라는 파일을 만들어 놓고 누구든 익명으로 지난 회의에 대해 장단점을 지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매번 산으로만 가다가 놀라운 성과 창출을 통해 ‘글램핑’을 하게 될 수도 있다.

H기업 이대리

더욱 많은 ‘이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사무실 옆 대나무 숲>이라는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을 열었습니다. 격 없는 의견 교환을 통해 좀더 즐거운 기업문화 만들기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블로그: http://bambootreebyoffice.blogspot.kr

트위터: @bamboo_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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