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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8:54 수정 : 2012.10.20 16:43

천년의 역사를 가진 가죽염색공장, 태너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모로코 여행때 꼭 가봐야 할 매혹의 도시 3곳

천년 역사 품은 페스
세계 최대의 미로 구시가지 속
가죽 전통염색하는 태너리 유명

모로코는 20세기 초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침입을 받았고 1912년에는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다. 프랑스와 에스파냐로부터 지배를 받던 모로코는 1956년에야 비로소 왕국으로 독립했다. 요즘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정세에 비해 모로코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다. 모로코를 여행하다 보면 국민들이 국왕을 무척 존경하고 따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모로코 지도를 보면 모로코는 대서양을 따라 길게 뻗어 있고 지브롤터 해협을 거쳐 지중해까지 긴 해안선이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알제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서쪽에는 대서양, 남쪽에는 서사하라, 북쪽으로는 지중해와 스페인이 이웃하고 있다.

모로코에는 여행자들이 무척 좋아하고 꼭 들르는 도시들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도 모로코 중앙 북부에 자리한 페스는 전통시장 수크와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전통방식으로 가죽을 염색해온 태너리로 너무나 유명한 곳이다. 메디나라고 부르는 구시가지는 세계 최대의 미로라고 알려져 있다. 가죽제품뿐만 아니라 찻주전자, 사피에서 온 도자기, 양탄자, 전통신발 바부슈 등 모로코의 주요 특산품이 모두 모여 있는 메디나의 수크는 그 자체가 여행자들의 눈을 만족시켜주는 구경거리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태너리는 미로 같은 수크의 한쪽에 숨은 듯이 자리잡고 있어서 지도를 보고서도 찾기가 힘든 곳이다. 태너리를 찾아가다 보면 어린아이들이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미로를 요리조리 다니다가 마침내 태너리 입구에 데려다주고는 손바닥을 내민다. 팁을 달라는 얘기다. 수고의 표시로 동전을 몇 개 건넸다. 태너리를 보기 위해서 여행자들은 태너리를 둘러싼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 테라스에 올라가서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올라가 보면 가죽제품 가게들이 마치 태너리를 감싸듯 빙 둘러싸고 있다. 작은 웅덩이들이 바둑판처럼 촘촘히 수백 개가 모여 있는 태너리는 그 자체로 모로코인들의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폐쇄적인 가내수공업 형태로 그 역사를 이어온 탓에 외부인의 접근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웅덩이마다 색색의 염료를 풀고 양이나 소가죽들을 옛 방식 그대로 모두 인간의 힘으로만 작업하고 있다. 풍겨나는 악취 때문에 도시 바깥으로 옮기려는 시도도 있지만, 태너리는 그 자체로 페스의 매력이자 역사임은 부인할 수 없다.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 광장 야시장의 생선튀김 가게.
페스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라케시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모로코식 거리공연인 할카(halqa)의 메인 무대인 제마 엘프나 광장이다. 오렌지주스를 파는 노점상 수레가 일렬로 늘어서서 목마른 여행자를 손짓해 부른다. 헤나 장인들은 광장 곳곳에 파라솔을 펼치고 자리를 잡고 앉아 여성 여행자들을 매의 눈으로 탐색한다. 늦은 오후가 되면 온갖 악사와 원숭이, 코브라 공연자들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묘기를 부린다. 이 광장은 모로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유네스코는 전통 공연이 펼쳐지는 이곳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광장 주변 골목을 배회하다가 나는 하맘(모로코식 대중목욕탕, 사우나)의 보일러공을 만났다. 예전 모습 그대로 황토 화덕에서 나무들로 불을 지펴 하맘에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그는 나를 보더니 하맘 아궁이가 있는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긴 나무로 된 기타처럼 생긴 전통 악기를 꺼내더니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바로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는 그나우와 음악이었다. 컴컴한 하맘 아궁이 앞에서 불을 지피면서도 그는 노래를 하고 현실의 고단함을 그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악사·원숭이·코브라
거리공연 즐비한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 광장
야시장 음식 노점도 압권

무엇보다 마라케시에서 단연 볼거리는 늦은 오후부터 어디선가 나타난 수백대의 노점상 철제 수레들이 제마 엘프나 광장의 지정된 구역으로 몰려들어 음식 가판대를 촘촘히 설치하고 온갖 음식을 요리하느라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수백대의 야시장 수레들로부터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한 편의 서사시다. 대서양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을 튀기는 노점상은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강한 생활력이 넘친다. 부지런한 민트티 노점상은 향긋한 민트 잎들과 큼지막한 각설탕을 유리잔에 가득 담아 일렬로 정렬해 놓았다.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민트티는 여행자들도 한번쯤은 마셔보는 모로코 전통차인데, 달달하면서도 민트 향이 진하게 여운을 남긴다. 이 광장 야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모로코인의 삶의 흥겨움과 강렬한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한껏 취한다.

신비로운 파란 색채의 마을, 셰프샤우엔.
셰프샤우엔은 모로코 북서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도시이다. 1471년에 건설된 셰프샤우엔의 이름은 ‘저 뿔을 보라’는 의미인데, 마을을 둘러싼 염소의 두 뿔처럼 생긴 리프산맥으로 인해 탄생한 이름이다. 지금도 광장 중앙에는 15세기에 건설된 카스바가 건재하고 있으며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마을 전체가 다양한 색조의 파란색으로 칠해져서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한때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역사로 인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사실 셰프샤우엔은 1920년 스페인이 이곳을 점령하기까지는 외국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스페인 점령 후에야 비로소 세상을 향해 그 신비로운 문을 열게 된 곳이다. 비탈진 골목마다 현지인들의 일상과 여행자들의 흥분이 뒤엉켜 공존한다. 또한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문명이 어우러진다.

미로 같은 푸른 골목길을 걷다 보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구 장인 가게와 소박한 헤나 염료 가게, 모로코 전통 빵집, 양탄자 가게, 그리고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숙소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골목길 한쪽에서는 천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아라베스크 문양을 그리는 가구 장인을 만났다. 때마침 결혼을 하는 신부가 혼수로 가져간다는 옷장을 제작한단다. 아라베스크 무늬를 옷장 윗면에 수를 놓고 장인들이 색채를 더한다. 원색이 살아서 꿈틀대는 모로코 가구는 강인한 생명의 힘이 느껴진다. 대를 이어 가게를 이어가는 소박하지만 강인한 삶이 이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작은 광장 소박한 찻집에 앉아 민트티를 홀짝거리던 셰프샤우엔의 오후가 새삼 그리운 것은 분명 그 속에 느리게 흐르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 게다.

페스·마라케시·셰프샤우엔=글·사진 백상현 여행작가

cover story tip

기차여행 편하네

수니파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모로코는 온건한 분위기여서 여행하기에도 안전한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로코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을 이용해 유럽 주요 도시를 거쳐서 가야 한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모로코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편이 많다. 스페인 남부 알헤시라스, 말라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항구에서 모로코 북부로 운항하는 페리선들이 있다.

모로코의 국내 교통편은 다양한데, 대서양 해안 도시들과 주요 도시들을 잇는 기차 노선이 잘되어 있다. 모로코의 기차 시스템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고라고 한다. 내륙에서는 주요 도시들을 이어주는 국영버스(CTM)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버스가 자주 없는 구간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그랑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6명이 합승하는 그랑 택시는 행선지가 같은 승객 6명이 모이면 출발한다. 시내에서는 프티 택시나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하면 된다. 택시는 바가지요금을 조심해야 하는데 타기 전에 미리 요금을 물어보거나 흥정을 하는 편이 좋다. 철도 www.oncf.ma /CTM www.ct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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