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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그 셰비 사막을 건너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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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북아프리카 여행의 하이라이트 사하라사막을 가다
유럽이 끝나고 아프리카가 시작되는 땅,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단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둔 이웃인 스페인 남부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이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 모로코는 사실 가깝고도 먼 나라다. 대륙의 최북단에 있어서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유럽적인 향기가 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아프리카의 고유한 색채와 이슬람 문명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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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구 기슭 오아시스의 고요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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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텐트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백상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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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사막 트레킹
낙타 타고 베르베르 텐트 숙박 다음날 늦잠을 자고 난 다음 어제 신청해둔 낙타 트레킹을 준비했다. 늦은 오후에 파란색 전통 베르베르 복장을 한 청년 모하메드가 내게 악수를 청한다. 1박2일 사막 트레킹을 이끌어줄 낙타몰이꾼이다. 낙타를 타고 끝도 없는 크고 작은 사구들 사이로 깊숙이 들어간다. 낙타 등에 오르자 예상보다 상당히 높아서 아찔하다. 경사진 모래언덕을 넘을 때면 낙타 등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아 안장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사구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해질녘에 제일 커다란 사구 기슭에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숨을 헐떡이는 낙타를 오아시스 나무 담장에 매어놓고 낙타몰이꾼 모하메드가 베르베르 텐트를 가리키며 짐을 풀라고 알려준다. 짐을 풀고 나오자마자 일몰을 보기 위해 오아시스 뒤편 완만한 사구에 올랐다. 아래에서 보기에는 완만하고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은 사구 오르기는 채 반도 오르지 못해 모래 비탈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모래알갱이들이 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밑에서 볼 때는 쉬운 높이라 생각했는데,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고 바람은 거세지고 해는 지려 하고, 어깨에 둘러멘 카메라와 가방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니 내려가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보기에는 야트막한 사구
오르기는 만만치 않아
정상에서의 일출·일몰 장관 다시 정상을 바라보며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다. 발이 푹푹 고운 모래언덕에 빠져든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구토증이 날 무렵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꼭대기에 올랐을 때 그 고요하고 부드러운 사구의 능선과 드넓은 사하라사막의 수많은 작은 사구들이 발아래 펼쳐진 풍경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거짓말같이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 사구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평온함과 적막감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텐트로 돌아오자 모하메드가 저녁상을 차려놓았다. 주전자에 금방 끓인 뜨거운 민트티를 한잔 가득 부어주고, 잠시 주방으로 쓰는 텐트에 다녀온다. 그의 손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고 특유의 향이 퍼져 나오는 타진냄비가 들려 있다. 어른 한 사람 키 정도 남짓의 공간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는 언제 꺼질지 모른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며 모하메드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낙타몰이꾼은 여행자들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모하메드는 원래 화석 채집을 하러 알제리 국경 근처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어린 동생들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그는 열심히 낙타도 몰고 화석도 찾아다닌단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무수한 별빛만이 총총 빛난다. 셀 수 없는 별들과 함께하는 사막의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깊은 사막 높은 사구 기슭 소박한 베르베르 텐트는 오성급 호텔은 명함도 못 내미는, 수만개의 별들이 빛나는 잠자리다. 옆 텐트에서 베르베르인들이 오늘 찾아온 여행자들을 위해 불러주는 흥겨운 노랫소리도 어느새 잦아들었다. 사막의 밤은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절대 고요. 적막. 내 숨소리만 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금 뒤척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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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대접하는 베르베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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