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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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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지역 소식과 문화를 다루는 지역잡지들…소소하지만 의미있는 풀뿌리 문화의 지표 지난 19일 저녁 8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팔부자거리에 위치한 금보여인숙. 반평 남짓한 쪽방에 ‘동네 사람들’이 스며들었다. ‘골목잡지’ <사이다> 발행인 최서영씨가 소집한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행사다. 사이다 직원 외에 사진작가, 한국화가, 자유기고가, 박물관 직원, 지역신문 기자 등 16명. 멀쩡한 집을 두고 웬 여인숙? 금보는 100년 이상 된 ㅁ자 한옥. 근처에 1961년까지 큰 우시장이, 이후 80년대 초까지 청과물시장이 있어 상인들로 북적이던 숙박업소다. 금보가 면한 팔부자거리는 국밥집, 국숫집 등 시장의 정취를 간직한 삶의 거리였다. 지금은 간선도로에 밀려 뒷길이 되고 금보는 한달 19만~25만원의 달세로 날삯노동자들이 고단한 몸을 뉘는 ‘저렴한’ 여인숙이 되었다. 수원 팔달구 동네잡지 <사이다>지역 예술가, 역사연구자 등과
소통하며 체험형 취재 떡과 족발과 음료가 들어오면서 입담 좋은 수원박물관 한동민 학예팀장이 정조 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팔부자거리의 역사를 훑어내렸다. 밤이 이슥해지자 이야기는 <사이다>의 나아갈 길로 물꼬를 틀었다. 끝까지 남은 직원 5명은 달세 숙박자들처럼 연탄 구들에 몸을 지졌다. 행사는 친목모임을 겸한 체험형 취재이자 ‘우리 수원 사람들 이렇게 살아요’라는 일종의 퍼포먼스. 북수동 체험탐구는 창간호 남수동, 여름호 장안동에 이은 시리즈 골목특집으로 가을호에 실린다. 앞으로 13개 동으로 이뤄진 행궁동 일대를 샅샅이 누빌 예정이다. <사이다>는 올해 4월에 창간된 지역잡지로 수원 팔달산 자락의 사람, 자연, 문화에 대한 소소한 얘기들을 싣고 있다. 5000부를 찍어 주로 지역 주민한테 무료 배포된다. 글과 사진, 삽화 등 내용은 주민 또는 심정적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채워진다. 골목골목 숨은 풀뿌리들의 삶을 들숨날숨 그대로 기록하는 대안 문화잡지가 속속 창간돼 지역문화의 마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느 지역잡지들이 기관장 인터뷰, 광고성 기사가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것과는 딴판으로 속속들이 정보와 재미로 채운 게 특징이다. 인천 지역에서는 10월에 월간 <옐로우>가 첫호를 냈다. 전국 대안잡지의 모습, 부평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기를 크게 실었다. 1948년 창간된 월간 향토지 <문학산>, 용현시장 중흥을 꿈꾸는 정육점 주인 정태식씨,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한복놀이단’, 제물포시장에서 펼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커뮤니티페어-아트폐허’ 등 인천의 지역문화와 그곳 사람들의 바닥 정서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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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수원시 북수동 금보여인숙(사진1)에서 골목잡지 <사이다>가 주최한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행사(사진2)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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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10년 동안 지속하면
현대판 풍속도가 완성됩니다” 지역 대안잡지들의 맏형은 <전라도닷컴>. 언론들이 수도권 위주의 기사를 생산하면서 한국은 마치 서울공화국처럼 비치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2002년 창간해 지금까지 127호에 걸쳐 “전라도 땅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속살을 그들의 언어인 전라도 사투리로 기록”하고 있다. 황풍년 편집장은 “문화의 다양성은 생태환경이 살아 있고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는 지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이 원산지인 <토마토>. 지금까지 66호를 내어 삼천교 다리에 그려진 곰돌이, 보문산에 있었다는 거대한 동굴 등 소소하지만 커다란 이슈를 발굴하고, ‘대전여지도’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기록하는 등 지역지킴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트리트 에이치(H)>는 홍대 앞 문화를 소개하는 월간지. 16쪽의 얇은 무가지이지만 인포그래픽(정보가 담긴 그림) 위주로 콤팩트하게 정리해 창간 이래 3년 동안 카페 300여곳을 취재하고, 동네 세탁소 주인, 언더그라운드 음악인, 미술가들을 소개해왔다. 부산에는 <보일라>가 있다. 주로 미술, 음악 분야 신인들의 작품과 인터뷰를 싣는다. 부산에서 발행되지만 소개되는 인물은 전국에 걸친다. 강선제 발행인이 편집장 겸 디자이너다. 대안잡지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수지 맞추기. 전라도닷컴은 상근 6명, 비상근 2명이 생계비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필자 100여명도 언제든 거저 글을 써줄 용의가 있다. 2007년에는 독자들이 후원의 밤 행사를 열어 모금을 하고, 2008년에는 화가들이 잡지 살리기 전시회를 해 수익금 전액을 보태기도 했다. 황 편집장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데도 지자체들이 시정홍보 기사를 써줘야 정기구독이나 광고비를 지출한다”며 그들의 전시성 문화의식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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