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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4 18:41 수정 : 2012.10.25 15:33

지난 20일 V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매거진esc] 커버스토리
홍대만의 정신과 매력 살린 잔다리 페스타 현장 탐방기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있을 줄 몰랐어요. 여기도 ‘강남스타일’만 나오는 거리가 아닌가 했는데.”(웃음) 캐나다에서 온 줄리엣 무어(28)씨는 말했다. 그는 두달 전 결혼해 세계여행 중에 한국을 들렀다. “여행 막바지인데, 이런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진짜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거리예요”라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들을 지난 19~20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와 공연장 곳곳에서 펼쳐진 제1회 잔다리 페스타에서 만났다. 잔다리는 홍익대 앞 서교동의 옛 이름(서세교)에서 따왔다. 지난 계절을 불태웠던 여러 음악 페스티벌과 비슷한, 그저 그런 또하나의 축제가 열리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 기간 만난 기획자, 음악가, 관객들은 저마다 다르고, 새로운 꿈을 품고 잔다리 페스타에 모였다. 온갖 대형 커피전문점과 대형 의류상점으로 뒤덮인, 서울의 여느 번화가와 다를 바 없는 홍대 앞 거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시도였다. 이 페스티벌은 타운 페스티벌을 표방했다. 타운 페스티벌은 특정 도시, 지역, 마을 등의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다. 그만큼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인프라, 페스티벌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9~20일 홍익대 인근에서 펼쳐진 잔다리 페스타. 상상마당 앞의 제2부스에서 시디와 기념 티셔츠 등을 팔고 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13년 만에 조우한
잔다리 페스타

19일 클럽 디지비디(DGBD) 앞에는 관객들이 줄을 길게 이어섰다. 이곳을 찾은 주찬영(38)씨는 설레는 표정이었다. “홍대 공연장을 찾은 지 9년 만이에요. 제 20대를 오롯이 바쳤던 곳이죠.” 그가 205개 팀의 공연 가운데 이곳을 찾은 이유는 특별하다. “13년 만이라던데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같은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게요. 홍대 인디신의 역사에서 두 팀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주씨의 손에 이끌려 온 다른 일행들은 홍대 공연장 방문이 처음이다. 일행 가운데 한명인 이명주(33)씨는 “요즘 티브이에 등장했던 노브레인 말고는 아는 팀이 없어요. 흥분된 축제 분위기를 보니 왜 이제야 찾아왔나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추억과 향수만 넘치는 축제는 아니다. 이유미(28)씨는 “요즘 어떤 음악 페스티벌을 가도 무대에 서는 밴드나 가수들은 비슷비슷해요. 이곳에서는 그게 아니거든요. 전에 몰랐던 새로운 밴드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 밴드를 발견하면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아요”란다. 록부터 블루스, 재즈까지 온갖 음악 장르의 향연 속에 보물찾기를 하느라 귀를 쫑긋 세운 관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인디밴드 이스턴사이드킥이 지난 20일 카페 머그 포 래빗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홍대 앞 거리가 변했다고들 한다. 변한 것은 맞다. 한산하면서도, 저녁이면 예술을 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복잡하고 번잡한 술집 많은 거리가 됐다. 그렇다고 그 안의 정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잔다리 페스타 공동 기획자인 공윤영씨는 “홍대 앞이 인디문화로 영화를 누렸던 때는 딱히 없어요. 하지만 이만큼 흥미로운 곳이 없어요. 공연장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이 펼쳐지죠. 매주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홍대 앞이 지닌 긍정적인 면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대 앞이라는 지역 안에 꾸려진 인프라와 그곳에 머무는 예술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끊임없이 샘솟는 문화 콘텐츠를. “그리고 그 안에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해 제대로 즐긴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공씨는 덧붙였다.

상수역 뒷골목에 있는 공연장 겸 카페인 무대륙. 잔다리 페스타 공연이 이곳을 포함한 20여개 공연장과 거리 곳곳에서 열렸다.
공연장 밀도 전국 최고
매일매일이 페스티벌
빛바래지 않는 인디음악 성지

20일 마지막 공연까지 마친 뒤 음악가들은 공식 뒤풀이 장소로 모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1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음악가들과 관계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술잔을 부딪혔다. 지하 공연장에서는 폐막 기념 공연까지 펼쳐졌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박다함씨는 “그저 짜여진 페스티벌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음악가들이 공들여 참여한다는 게 좋았어요. 각자가 그들만의 포스터를 만들어서 선보이기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크라잉넛의 소속사인 드럭레코드의 김웅 대표가 지켜보고, 참여한 페스타의 의미 또한 남다르다. “이렇게 홍대 앞 음악가들과 단체들이 하나로 모였던 적은 없었어요. 이제 시작이겠죠. 정말 한 해, 한 해 잘 만들어가다 보면 홍대 앞 인디문화를 점차 더 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봐요”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과거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현재의 에너지와 새로움이 부딪히는 홍대 앞. 홍대 앞은 언제나 빛나는 곳이었다. 음악가, 화가 등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것들을 좇아 흘러든 젊은이들이 부딪혀 만드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앞으로도 홍대 앞, 국내 인디문화의 성지가 빛날 이유는 충분하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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