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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1 18:50 수정 : 2012.10.31 18:50

[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보석 같은 장소를 가까이 두고도 “여행 가고 싶어” 노래를 한다. 이를테면 남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남산을 제대로 산책해본 적이 없었다. 작정하고 가기엔 너무 가까웠고, 다른 일로 그 주변에 갔다가 잠시 들르기엔 언제나 너무 바빴다. 데이트를 하기에는 너무 늙수그레한 장소 같았고 친구들과 함께 오르려니 남우세스러웠다.

그러다 몇해 전 이즈음 열댓명의 가족이 남산에 간 적이 있다. 오랜만에 할머니, 부모님,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모인 대부대가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누군가 “남산이나 갈까?” 이야기를 꺼내자, 목적의식 뚜렷하지 않은 가족모임이 그렇듯 “그러죠, 뭐” 굴비 엮듯 미적지근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런데 웬걸,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모두 생전 처음 상경한 촌사람처럼 “너무 좋다” “너무 멋있다”를 연발했고, 시골사람 서울구경 코스인 케이블카에 올라 다시 감탄을 거듭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주변 데이트족들이 우리를 조금 우습다는 듯이 쳐다보는 듯했다. “흥, 저도 서울 살거든요” 응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후로 종종 남산 산책에 나섰다. 그러다가 멀리 이사간 뒤 다시 뜸해졌다. 이즈음 블로그 등에 올려놓은 남산 산책로 사진을 보면 ‘판타스틱’ 그 자체다. 게다가 산책로의 탈을 쓰고 기본 2시간은 걸어야 하는 ‘알고 보면 등산’형 길이 아니라 15~30분 정도면 충분한 길들이다. 갑자기 추워져 아쉽긴 하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붉고 노란 잎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이 가을을 담으러 남산에 갈 생각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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