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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1 20:49 수정 : 2012.11.02 11:45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낭독 전문가 배우 최낙천·채국희, 성우 최지환씨에게 듣는 낭독의 기술

또박또박 읽기 중요하지만
너무 자주 띄어 읽으면
권위적으로 들릴 수 있어

낭독 전문가인 탤런트 최낙천씨.
소리내어 책을 읽어본 적 있는가? 대개는 아이가 어릴 적에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 전후는 모두 묵독이다. 그것도 속독.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책들을 소화하기에 소리내어 읽기는 부적절하다. 속도가 느리고 무엇보다 읽어서 공유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쌓은 성이 높아질수록 독서는 점점 자폐적인 행위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사회는 개미탑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모양새는 아닐는지.

낭독은 소리가 미치는 범위에서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로 음성화한, 하나의 텍스트를 공유한다. 읽기가 끝나면 내용에 공명한 사람들은 같은 감정으로 흩어진다. 일시적인 공감대는 깨짐으로써 질기고 오래가는 공동체를 만든다. 겨울철 사랑방에서 <조웅전>, <박씨전> 따위를 읽고 들었던, 옛 우리네 농촌의 모습이었다. <교육방송>의 ‘책읽는 라디오’는 어쩌면 옛 공동체를 지향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낭독을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낭독자는 텍스트가 활자로 찍힌 책을 보고 있지만 청독자는 오로지 소리로 전달된 신호로써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소리신호가 부실하면 듣는 사람한테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낭독은 무의미하여 피차 시간 낭비일 따름이다.

본디 문자란 살아 있는 말을 시각부호로 바꾼 것. 개별적 특성을 제거하고 일반, 보통의 것으로 최소화해 육포처럼 만든 것이다. 낭독은 이렇게 박제된 문자를 적절하게 띄어 읽으며 강세 넣기, 의성·의태어 살리기 등으로써 원 상태로 되살려낸다. 다시 말해 깨어나기 이전의 상태인 문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가장 높은 경지의 낭독은 ‘말하듯 읽기’라고 한다. 설득 대상자를 염두에 두고 의미와 감정을 제대로 살려 내용을 간곡하게 전달하려는 태도를 말하는 듯하다. 탤런트 최낙천, 성우 최지환, 배우 채국희씨 등을 만나 말하듯이 하는 낭독이란 어떤 것인지를 들어보았다.

낭독도 일종의 연기
대사에서 감정 실어야
귀에 쏙쏙 들어와

‘단편소설 관’ 낭독자 배우 채국희씨.
분명한 발음 어느 대통령이 ‘관광도시’를 특정 단어를 연상시키는 ‘간강도시’로 발음해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음성부호의 가치는 분명하고 정확한 발음에 있다. 우리말에서 ㅎ과 ㅘ, ㅚ, ㅟ, ㅙ, ㅞ 등 복모음의 발음이 퇴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명확히 해주는 게 좋다. 장단음도 마찬가지. 눈(眼)과 눈:(雪), 발(足)과 발:(簾), 밤(夜)과 밤:(栗), 벌(罰)과 벌:(蜂) 등.

띄어읽기 활자화한 문장은 한글맞춤법에 의해 같은 간격으로 띄어져 있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띄어진 간격이 가진 의미적인 또는 심리적인 거리는 각각 다르다. 예컨대, ‘또다른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를 보면 ‘또다른/아침이//밝아오고/있다’ 정도로 띄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침이’와 ‘밝아오고’ 사이가 가장 길고, ‘또다른’과 ‘아침이’ 사이와 ‘밝아오고’와 ‘있다’ 사이가 그다음이다. 띄어읽기는 이렇게 단어와 단어 사이의 의미적 거리값을 부여하여 문장을 살아 있는 소리신호로 바꾸는 행위다. 띄어읽기만 제대로 하면 낭독의 70%는 성공했다고 한다. 주부와 술부는 반드시 띄어 읽는다. 한 문장 안에서 띄어읽기 가운데 가장 길다. ‘또다른 아침이//밝아오고 있다’에서 전반부가 주부, 후반부가 술부다.

의미를 분명히 해줘야 할 부분에서는 꼭 띄어 읽는다. ‘이 새끼 손가락 참 예쁘네’에서 ‘이//새끼손가락 참 예쁘네’와 ‘이 새끼//손가락 참 예쁘네’의 뜻은 전혀 다르다. 부사 다음에는 반드시 띄어 읽는다. 일찍, 이미, 이제, 방금, 오늘, 항상, 비로소, 드디어 등 때부사, 과연, 진실로, 마땅히, 모름지기, 물론, 단연코 등 화식부사, 왜, 어찌, 설마, 아마, 설령, 가령, 제발, 부디 등 의혹(가설)부사, 곧, 그러나, 또, 그리고 등 접속부사, ~면, ~니, ~데, ~서, ~로 등 부사절이 그 예다. 일시, 장소도 띄어 읽어 의미를 분명히 한다.

‘소설마당 판’ 낭독자 성우 최지환씨의 대본.
또박또박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자주 띄어 읽으면 의미의 전달은 고사하고 듣는이를 짜증나게 한다. 흔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권위주의자한테서 그런 현상이 있어 토막내어 읽으면 그런 사람 취급을 받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도 의미의 연관 정도에 따라 띄어읽기를 달리한다. 즉 단락과 단락 사이는 길게 띄어 읽는다. 대화체에서는 화자 사이를 거리를 두어 두 사람의 말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강세 넣기 원칙적으로 주부와 술부의 첫머리에 강세를 넣는다. ‘또다른 아침이’에서 ‘또’에 강세를 준 다음 점점 약화시켜 ‘이’에서 최소화함으로써 ‘또다른 아침이’가 같은 의미다발임을 명확히 한다. ‘밝아오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로 띄어읽기 다음에 강세를 넣으면 무방하다. 의태어나 형용사는 양날의 칼. 강세 또는 억양의 변화를 주어 잘 읽으면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 예컨대 ‘땅딸막’ ‘포동포동’ ‘무척’ ‘커다란’ 등에서는 땅딸막~, 포·동·포·동, 무~척, 커~다란 식으로 읽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빈도가 잦으면 듣는 이를 오글거리게 하고 스스로 품격이 떨어진다.

완급 조절하기 격한 감정을 위해서는 빨리,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는 차분하고 느리게 읽는다. 기본적으로 느린 말씨는 씩씩함과 재미가 떨어진다. 질풍노도처럼 달리다가 말의 땀을 식히면서 주변 산천을 구경하듯이 천천히 걷기를 반복하면 10시간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종결형 어미는 도레미의 톤으로 끝내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 라시도로 끝내 문장과 문장의 이어짐 효과를 낸다.

낭독은 연기 낭독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낭독도 일종의 연기라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배우들의 연기를 위한 대본인 것처럼 시, 소설, 수필 역시 현재의 갈래(장르)로 진화돼 자리잡기 전에는 연기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장르에는 대사가 포함되기 마련인데, 대사에서는 목소리에 모션을 반영해야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살릴 수 있다. 또 소설은 낭독자가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자라면, 시는 직접 화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시는 행간의 내용이 많아 띄어읽기, 강세, 리듬 등 모든 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cover story tip

마이크 공포증 탈출하기

충분한 준비 서두는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좋다. 내용을 순서대로 요약하고 그 메모를 탁자 위에 놓아 내용을 잊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을 없애버린다.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내용을 되뇌면서 숙지한다.

컨디션 조절하기 명상이나 복식호흡을 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진다. 방송 현장에서는 심호흡으로 몸을 푼다. 편안한 자세로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정신집중을 한다. 정신집중을 계속하려면 호흡을 세면서 반복한다. 손, 목, 허리, 다리 등을 움직이거나 속으로 하하하 웃으며 긴장을 푼다.

생각 바꾸기 대개 공포증은 일시적이어서 방송이 진행되면 서서히 풀린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하되 과욕을 버려라. 잘 아는 내용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말하겠다는 자세로 임한다. 실수하면 어쩌나 겁을 먹지 마라. 청중은 트집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 잘하길 기대하는 우호적인 사람들이라고 믿어라.

다양한 경험 하기 경험만이 두려움을 없애주고 자신감을 준다. 학교, 교회, 사회단체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앞에 서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다. 아마추어인데 한두번 실수하면 어떠랴. 단순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이상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방송에 앞서 소주 한두잔을 마신다. 적당한 알코올은 용기를 준다. 물론 최후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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