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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1 20:50 수정 : 2012.10.31 20:50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책읽는 라디오’에 푹 빠진 애청자 2명 인터뷰

‘책 읽는 라디오’는 주부들한테 인기다. 책과 멀어지기 쉬운 그들에게 ‘청독’은 새로운 독서체험인 것이다.

김순자(56·강원도 강릉시)씨는 요즘 교육방송의 책 읽는 라디오에 흠뻑 빠져 있다. 오전에는 회사에서 전날 못 들은 프로그램을 ‘다시 듣기’로 듣고, 오후 퇴근해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생방송을 듣는다. 라디오 네 개를 집안 곳곳에 두어 설거지를 할 때도, 방 청소를 할 때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다. 텃밭에 나갈 때도 라디오를 갖고 나가 모퉁이에 놓고 소리를 최대한 높인다.

나이가 들면서 책과 멀어진 김씨에게 교육방송은 그를 위한 맞춤방송이란 느낌이다. 시력이 떨어져 책을 보면 글줄이 헷갈려 집중이 되지 않고, 기억도 전 같지 않아 읽고 나면 금세 줄거리를 잊어버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책 읽기를 아예 포기했던 터다. 책 읽는 라디오는 성우와 배우들이 책을 읽어주어 조용히 집중만 하면 독서와 다를 바 없다. 줄이 헷갈려 읽은 문장을 다시 읽는 일도 없다. 게다가 꼭지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줄거리를 요약해줘 기억력이 나쁜 그에게 안성맞춤이다.

“책을 끝까지 읽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방송을 통해 독서에 대한 허기를 채울 수 있어 오랜만에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맛보고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 일거리가 끊임없는 주부한테 집안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는 좋은 동반자라고 말했다.

“누군가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 같아 더 친숙하게 느껴져요. 특히 황석영 등 작가들이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는 연재소설은 특혜 같아요.”

변수선(37·서울 종로구 무악동)씨한테 책 읽는 라디오가 청독이란 색다른 경지를 열어주었다.

“책은 이해가 안 가면 다시 돌아가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풀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라디오는 순간을 놓치면 다시 들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주 집중해서 듣게 돼요. 적극적인 독서행위랄까요.”

내용을 아는 작품은 다시 확인하는 즐거움이, 처음 듣는 작품은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화자의 심리를 묘사할 때 문자만으로 된 것과 목소리로 표현된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청독을 하게 되면 목소리가 귀를 압도해 여운이 더 짙게 남아요.”

그는 요즘 소리내어 책 읽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 전과는 달리 밋밋하던 소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방송된 책을 서점에 가서 구입해 다시 읽으며 생생함을 곱씹는 일도 생기더라고 했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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