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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4 17:25 수정 : 2012.11.14 17:25

경남 합천군 오도산의 북쪽 밤하늘. 해발 1120m의 오도산은 산 정상에 통신기지국이 있다.

[매거진 esc] 여행
별자리 관찰에 최적인 가을…이야기와 함께 즐기는 별자리 여행 안내서

가을, 연중 별을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돌아왔다. 습하고 구름에 가렸던 여름철과 너무 추워 밖에 나갈 마음이 사라지는 겨울밤 사이, 초저녁에 아쉽게 서쪽 지평선으로 내려가는 은하수의 끝자락에서부터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자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을, 겨울철 별자리까지 두루 볼 수 있는 밤하늘이 당신을 기다린다.

해가 진 직후의 서쪽 하늘에는 봄철 별자리인 왕관자리와 여름철 별자리인 궁수자리가 지평선에 걸려 넘어가고 있다. 궁수자리에서부터 뻗어나온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질러 머리 위로 흐른다. 은하수 속에는 견우와 직녀별이 있고 그 너머로 백조자리가 날개를 펼쳐 여름철 별자리를 찾는 기준이 되는 여름철 대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이들 밝은 별자리들은 서울 하늘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은하수를 보려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깜깜한 산골짜기나 시골까지 가야 한다. 동양에서는 은가루를 뿌린 강이라고 해서 은하수라고 불렀고, 서양에서는 우유를 뿌려놓은 것 같다고 밀키웨이(Milky Way)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희미한 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약 400년 전에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어 밤하늘을 관측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나아가 그것이 우리 은하의 단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대전시민천문대의 밤하늘. 장시간 촬영으로 별의 궤적이 잘 나타났다.
밤하늘 위에 펼쳐지는
페르세우스 일가의
치열한 영토분쟁

은하수를 따라 시선을 옮겨 보면 머리 꼭대기에는 가을철 별자리들이 페르세우스자리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페르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그가 구해내서 아내가 된 안드로메다 공주의 별자리도 옆에 있고, 장인과 장모인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도 같이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그가 타고 다녔다는 천마 페가수스, 그리고 그가 무찔렀던 괴물 고래까지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페르세우스자리의 붉게 빛나는 별은 그의 방패에 매달린 ‘메두사’의 머리라고 한다. 용의 몸에 청동의 비늘을 하고 뱀으로 된 머리카락을 달고 있는 메두사는 보는 이들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페르세우스가 방패를 거울 삼아 메두사를 물리친 이야기는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이야기다.

페르세우스 일가가 이렇게 가을밤을 다 차지하다 보니 밤하늘에도 영토분쟁이 일어났는데, 안드로메다와 페가수스이다. 안드로메다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 페가수스의 배꼽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결과야 당연히 가축(?)이 아니라 아내의 승리로 끝났지만, 안드로메다 공주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에는 말의 배꼽이라는 뜻의 ‘알페라츠’라는 생뚱맞은 이름이 그대로 남게 되었다.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서구 문명의 특성상 밤하늘 별자리도 경계를 명확히 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서구 열강들이 땅따먹기 하면서 직선으로 죽죽 그은 아프리카의 국경선처럼 밤하늘 별자리들의 경계선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별자리를 보는 데 경계선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밝은 별들을 이어 가면 된다.

성운·성단·은하도
곳곳에 숨어 있어
가까운 천문대에서 즐겨봐

가을철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밤하늘에서 흔치 않은 15살 관람가 등급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들이 요즘은 아이들 만화로도 나오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내 자식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그런 하드코어에 가깝다. 너무나 잔혹하고 선정적이며 엽기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신들의 왕이라는 제우스만 봐도 그렇다. 동네방네 교미(?)하고 다니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이다. 페르세우스도 제우스가 뿌린 자식이고-황금의 비로 변해서 ‘뿌려서’ 만들었다나-, 또다른 영웅인 헤라클레스도 마찬가지다. 하긴 제우스가 그러고 다니지 않았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올림포스의 신들은 성적 취향도 다양해서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사람과 동물을 두루 섭렵한다. 아무리 신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3. 오리온대성운. 나사 누리집 4. 영월 별마로천문대의 보조관측실. 낮에는 태양의 흑점을 볼 수 있다. 5. 해가 진 직후의 밤하늘. 충남 천안시 광덕산.
수많은 민족마다 그들 나름의 별자리와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하고많은 이야기 중에 그리스 로마의 것이 국제 공인 별자리가 되었는지 오호통재다. 만약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세계로 뻗어나가 유럽을 ‘발견’했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국제공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구인들은 좀더 서정적인 밤하늘 이야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밤하늘에는 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운, 성단, 은하와 같은 대상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쌍안경 정도로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대상들이 모두 가을철 밤하늘에 모여 있다. 페르세우스자리의 밝은 별들의 흐름을 따라가면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가장 밝고 멋진 산개성단인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맨눈으로도 예닐곱개의 별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 서양에서는 칠자매별이라고 불렀다. 쌍안경으로 보면 그 모습에 탄성을 지를 것이다.

travel tip

두툼한 매트 꼭 챙기세요

전국 각지에 많은 천문대들이 운영되고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유료이거나 예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해보도록 한다.

대전시민천문대 star.metro.daejeon.kr

김해천문대 www.astro.gsiseol.or.kr

영월 별마로천문대 www.yao.or.kr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www.gogostar.kr

무주반디랜드 천문과학관 www.bandiland.com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www.ryubangtaek.or.kr

가을철은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밤에 별을 보기 위해서는 겨울 옷차림이 필요하다.

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세는 눕는 것이다. 냉기를 막아줄 수 있는 두툼한 매트가 있으면 좋다.

안드로메다자리에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 중 가장 멀리 있다는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지금 보이는 저 빛은 250만년 전, 즉 우리 조상들이 원숭이들과 간신히 구별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을 적에 출발한 것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그 영겁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보면 희뿌연 덩어리를 볼 수 있는데, 사진으로 찍으면 무려 보름달 2배 크기 면적에 나선팔이 휘감긴 모습이 드러난다. 이 은하는 매시간 지구와 달 거리만큼씩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수십억년 뒤에 우리 은하와 충돌할 텐데 다행히도(?) 그 전에 태양계의 수명이 다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페르세우스 이중성단과 오리온자리의 오리온성운도 화려한 대상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찾느냐고? 망원경을 비싼 것을 사야 하냐고?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근처 천문대를 찾아보자. 전문가가 수억원대의 대형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보석들에게 안내해줄 것이다.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도 가끔 나오는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자리잡아 별을 느끼기에 이상적인 곳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멀리 찾아가는 것이 어렵다면 대전의 대전시민천문대나 부산의 김해시민천문대 등이 유명하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도에도 천문대가 많다. 연구 목적이 아니라면 해와 달, 행성 등 밤하늘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상들은 도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천문대는 공해가 심하기로 유명한 미국 엘에이의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그리피스천문대다.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이 촬영된 곳으로 그의 동상이 있다.

글·사진 권오철 별사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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