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1.14 18:18 수정 : 2012.11.14 18:18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출간 석달 만에 3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북도 9만부 가까이 매출기록을 세웠다네요. 술자리의 성적 농담을 질색하는 한 여자 후배가 “친구들끼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유해서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를 포함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보다 꽤 많을 것 같습니다.

독서는 지적 양식을 채우는 일이라는 상식 또는 선입견 탓에 대중소설, 특히나 로맨스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음지’의 장르에 가까웠지요. 이른바 ‘대여점’ 장르라는 비아냥 어린 별명도 생겨났고요. 하지만 <그레이…>가 국외의 폭발적인 반응 덕인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면서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독서 세태를 개탄할 사람도 있겠지만 별문제 아니라고 봅니다. 문학적 가치와는 별개로 책은 현실에서 누릴 수 없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합법적 도구이자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활자화된 야한 성적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만나는 성적 농담들,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만 유발하는 성희롱 발언들입니다.

<이대리의 직장생태보고서>가 고발한 것처럼 모든 기업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일상에는 원치 않는 성적 농담들이 범람합니다. 특히나 감 떨어지는 직장 상사가 후배 앞에서 자신의 유머감각이랍시고 유치한 성적 농담을 떠들어댈 때는 내 반응을 독하게 전해줄 대변인이라도 있으면 싶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나는 센스 있는 상사라고요? 확신한다면 이미 부하직원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을 확률 100%입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