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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추도의 물메기 덕장. 제가 뛰놀던 바다를 바라보며 물고기들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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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물메기탕·생대구탕·졸복국 등 지금부터 제철인 통영 별미 먹거리들
통영이 경치 아름답고 보기 드문 예향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맛고을’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빼어난 남해안 여행지 경남 통영의 볼거리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것이, 풍성한 해산물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음식과 독특한 음식문화다. 통영 여행길은 사철 맛있지만, 겨울이야말로 최상의 맛을 발산하는 철이다. 바야흐로 겨울이다. 맛있는 통영의 겨울을 미리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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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탕,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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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스트레스에 지친 속을 부드럽게 위무해주는 졸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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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절정인 대구
회로도 즐길 수 있어 천국의 맛 지옥의 맛 복국 “복어는 천계(天界)의 옥찬(玉饌)이 아니면 마계(魔界)의 기미(奇味)다.” <미미구진>(美味求眞)이란 책에서 인용했다는 정문기 선생의 <어류박물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독이 있는 물고기는 대체로 맛이 좋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맹독의 복어를 탐하는 이유는 그 맛이 워낙 뛰어난 까닭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위험한 물고기를 탐식한다. 소동파는 “복어의 신비한 맛은 생명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찬양했다. 복어는 이즈음부터가 제철이고 통영은 이 땅에서 복국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고장이다. 요즘 통영 복국집들의 주재료는 졸복이다. 옛날에는 까치복, 밀복, 참복 등 큰 복을 주로 썼다. 그중에서도 점밀복, 흰밀복, 흑밀복 등 밀복 종류를 많이 썼다. 하지만 요즘엔 큰 복들이 잘 잡히지 않으면서, 많이 나오는 졸복들을 쓴다. 크기는 작아도 졸복의 맛이 밀복류보다 개운하다. 겨울이면 생졸복을 쓰는 통영 복국은 그 맛이 투명하면서도 깊다. “복어를 먹으면 신통하게도 체내의 불화(不和)가 사라지고 엄동설한의 추위도 잊어버리게 한다.” 이 또한 <미미구진>에 나오는 이야기다. 큰스님도 카사노바도 즐기던 특별한 맛 굴 조선 명종 때 스님 진묵 대사는 거침없이 한세상을 살다 간 도인이다. 스님이 전북 김제 망해사에 계실 때 곡식이 떨어지면 해산물들을 채취해서 허기를 채우곤 했다. 하루는 배가 고파 바위에 붙은 굴을 따서 드시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왜 중이 육식을 하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스님은 “이것은 굴이 아니라 석화”라고 우겼다. 굴이 바위에 붙은 모습은 영락없이 돌에 핀 꽃과 같다. 석화의 유래다. 카사노바와 나폴레옹도 굴을 즐겼다. 나폴레옹은 침략전쟁터에서 카사노바는 사랑의 전쟁터에서. 하지만 굴도 먹어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 했고, 일본에서는 ‘벚꽃 지면 굴을 먹지 말라’ 했다. 서양에서는 ‘r’자가 들어 있는 달에만 굴을 먹으라 했다. ‘r’자가 없는 달인 5~8월은 굴을 먹지 않는 것이 상식. 산란기인 이때는 굴에 독성이 있고 바다에도 세균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이 나라 굴의 70%가 통영 바다에서 나온다. 찬바람이 불면서 굴은 다시 맛이 들기 시작한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통영은 온통 굴 천지가 된다. 굴은 살이 지나치게 탱탱하거나 실하게 여물어도 좋지 않다. 그런 굴은 삶으면 푸석해진다. 굴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11~12월. 이때 속살이 맞춤하게 찬다. 어떤 해산물이든 바다에서 막 건져 올렸을 때가 가장 맛있다. 이즈음 통영 굴은 바다의 우유라는 수식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통영 굴 한 접시를 먹는 것은 바다의 영양을 통째로 들이마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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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동의 연탄불 곰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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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더 개운한 졸복국
엄동설한 추위도 싹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맛 연탄불 곰장어 구이 입안에서 녹는 듯이 부드러운 곰장어 구이를 맛본 적이 있는가. 무전동 옛 통영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골목에 가면 이런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골목엔 아직도 연탄불로 활곰장어를 구워주는 목로들이 여러 군데 있다. 특히 소금구이 맛이 뛰어나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맛이다. 손질을 한 곰장어는 민물에 씻지 않고 석쇠에 올려 즉석에서 연탄불로 구워준다. 노부부가 30년을 곰장어만 구워 파는 집도 있다. 할아버지가 곰장어를 잡아서 손질해주면 할머니는 연탄불에 굽는다. 할머니는 곰장어를 구우면서 부채질을 하고 자주 뒤집어주는데, 부채질을 하는 것은 나쁜 냄새를 날려 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전동 골목의 연탄불 곰장어 구이를 한번 맛본 사람은 평생 그 부드러운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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