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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1 17:37 수정 : 2012.11.22 14:09

[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아 서울로 올라온 후 15년여 동안 나는 줄곧 엄마 음식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것 같다. 매콤하고 쫄깃한 코다리찜, 죽순 많이 넣고 끓인 된장국 등 다른 곳에서는 흔히 먹어보기 힘든 엄마만의 음식에 대한 향수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된장박이 깻잎장아찌 지짐’이다. 된장에서 잘 삭은 깻잎을 꺼내 씻은 뒤 꼭 짠다. 그리고 낱장으로 뜯어서 기름을 두른 팬에 지진다. 깻잎은 기름에 지지면 맛과 향이 부드러워지고 깊어지는데, 이 된장박이는 맛은 물론이고 식감까지 쫄깃해진다. 한 장을 펴서 따끈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정말 너무 맛있다. 내 생애 최고의 음식으로 꼽을 정도이다.

40여년을 살아오면서 이 반찬을 어릴 때 말고는 먹어본 적이 없다. 이 반찬을 내놓는 식당이나 이 음식을 먹어봤다는 사람도 만나보질 못했다.

우리 집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 도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된장의 그 구수한 감칠맛을 잃어버렸고 엄마는 몇 해 더 장을 담그시다가 결국 사드셨다. 지금은 결혼한 자식들 주려고 메주를 사다 장을 담그시지만 이 된장박이 장아찌는 만들지 않으신다. 당신 솜씨가 예전만 못 하다고도 하시고, 우리가 어릴 때는 지금처럼 맛난 것이 없어서 그런 장아찌가 맛있었던 거라 하신다. 어쩌면 나에게는 제일 맛있게 기억되는 음식이 엄마에게는 궁색하게 살던 시절 짜디짠 반찬의 한가지일 뿐이라서일지도.

올해 나는 시골로 이사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나의 생애 첫 장 담그기’에 도전한다. 이제 세 살인 딸아이와 같이 집에서 된장과 간장, 말린 나물이며, 장아찌 등을 만들어 보려 한다. 딸애에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억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여름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면 깻잎을 따서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으리라. 그 깻잎이 삭으면 맛있게 지져서 딸아이 밥 위에 얹어주며, 엄마 어린 시절이랑 외할머니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그리고 따로 예쁘게 담아서 엄마를 찾아가련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말이다.

정기찬/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 이번회부터 상품이 로헤 5종 세트(냄비 3종, 프라이팬 2종·34만원 상당)로 바뀌었습니다.

독일 주방용품업체 슐테우퍼(SCHULTE-UFER)사의 로헤(ROHE)는 젊은층을 겨냥한 주방브랜드다. 슐테우퍼사는 1886년 독일에서 설립돼 현재 4대째 이어가고 있다.


응모 방법 ‘맛 선물’ 사연은 <한겨레> esc 블로그 게시판이나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5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문의 메일에 연락처와 성함을 남겨주세요.

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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