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28 18:21
수정 : 2012.11.30 10:31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우리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게임을 치르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 컸다. 모든 경기를 치르고 난 뒤 우리는 전체 6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사회인야구 자유로 4부 리그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자격이 있는 위치였다.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처음 팀을 창단하고, 몇 달 뒤 막내 격인 내가 팀에 합류했을 때 우리 팀은 공식 경기는커녕 연습조차도 버거웠다. 월드컵공원에서 우스꽝스러운 캐치볼을 하고 있으면 공원 관리인이 다가와서 위험하니 이곳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니, 주위에 있던 어르신과 어린아이들에게 무척 위험했을 것이다. 우린 위험한 사내들이었다.
경기가 시작했다. 사회인야구에서 나오기 힘든 투수전이 이어졌다. 상대팀은 꾸준히 주자를 내보냈고,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어찌어찌 막았다. 우리의 공격은 맥없이 끝났다. 삼진을 당하거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규경기에서도 같은 투수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빠른 직구에 적당한 변화구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저 공을 건드릴 수조차 없다니….
첫 공식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안산에서 경기는 펼쳐졌고, 우리는 무려 27점을 내주고, 1점을 뽑지 못했다. 안타를 단 3개 쳤는데(그중 하나는 나라고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전부 단타였다. 그때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우리 중에 알고 있는 선수는 없었다. 볼넷을 내주거나 실책을 하거나 안타를 맞았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기하며 우리를 보고 있었는데, 그들이 웃는 게 그냥 웃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빨리 경기가 끝나기만 바랐다.
결국 점수를 내주었다. 쫓아가지 못할 점수는 아니었다. 경기가 더 길어졌으면 했다. 나는 안타를 전혀 치지 못했고, 당연히 팀에 기여한 게 없었다. 마지막 회 첫 타자로 나선 나는, 무조건 살아 나가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눈에 공이 들어왔고, 힘껏 휘둘렀다. 때릴 수 있는 공이었다. 욕심도 들었다. 역전하고 싶었다. 타구는 투수 앞으로 갔다. 투수 앞 땅볼. 1루에서 포스아웃당한 나는 순간적으로 헬멧을 집어던졌다. 그 헬멧을 발로 걷어차려는 순간.
“효인아 들어와.”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3년차가 되었는데, 그래서 이런 오기가 생긴 걸까. 앞으로 3년이 더 지나면 나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위험한 동물이었고, 그렇게 올해 야구가 모두 끝나버렸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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