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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8 18:36 수정 : 2012.11.30 10:30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철도마니아를 흥분시킨 사건들

올해 5월 철도마니아들을 흥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경부고속철인 케이티엑스 산천호가 강릉역으로 이동한다는 정보가 입수된 것이다. 철도 운행표에서 낯선 화물을 발견한 마니아들의 추리와 추적을 거쳐 강릉역에서 열리는 강릉~원주 복선철도 기공식에 맞춰 산천호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기공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썰렁한 강릉역에 그림이 되는 배경이 필요해 창원에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천호는 정식 운행하기 전일뿐더러 고속철도용으로 제작돼 구불구불 태백산맥을 넘는 태백선(제천~강릉)에는 다닐 수 없는 열차였다. 디젤기관차에 끌려가는 산천호는 영락없는 화물이었다. 전후 사정과 무관하게 철도마니아들한테는 전무후무한 사건. 강원도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자벌레처럼 움직이는 산천호의 모습은 잘못 인쇄된 우표처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마니아들이 130여명이라고도 하고 200여명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차를 빌려 산천호가 지나는 길목을 지켰다가 셔터를 누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이색적인 자동차 경주가 벌어졌다. 이들이 찍은 사진들은 인터넷 카페에 자랑스럽게 떠돌고 있다.

11월 개통된 경전선 마산~진주 구간 복선도 큰 사건이었다. 함안, 군북, 원북, 평촌, 반성, 갈촌, 남문산, 진주수목원역 등이 옮겨가거나 역의 기능을 잃었다. 마니아들은 선로가 옮겨가기 전에 그곳을 통과하는 열차를 타고 고별의식을 치렀다. 이와 함께 복선화 작업이 진행중인 경전선의 나머지 구간을 답사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속 30㎞의 속도로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운행하는 완행열차의 모습이 몇해 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2007년 공항철도 개통에 맞춰 열차를 운송하던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경인선을 따라 인천항으로 옮겨진 열차가 궤도가 아닌 바지선에 실려 바다를 건넌 것.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트레일러에 실리고, 영종도 부두에 이르러 다시 크레인을 이용해 궤도에 올려졌다. 이러한 모습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코레일 내부의 마니아 유기윤, 황성덕씨에 의해 동영상으로 촬영됐다. 지금도 이 장면은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위 사진)

이밖에 올해 7월에 문화역284(옛 서울역)에서 철도문화체험전이 처음으로 열렸다. 코레일에서 장소를 마련하고 마니아들이 수집, 제작, 촬영한 작품들이 전시돼 유례없는 성황을 이루었다.

임종업 기자

사진 제공 정진성, 유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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