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2 17:29
수정 : 2012.12.13 14:56
[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10월에 생일을 맞은 친구와 나는 이번 생일은 평범한 생일파티 말고 특별한 뭔가를 해보자고 합의를 했다. 고만고만한 선물을 주고받는 대신 몇 달 전부터 여행 경비를 모아 베트남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났다. 여행 기간 중 필수로 네댓군데를 들러야 하는 쇼핑 일정은 고역이었다. 건강식품들은 패키지 여행에 익숙한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런 여행자들의 표정을 감지한 가게 사장은 피부 각질 제거제를 내놓았다. 친구와 나는 내심 부담스러웠다. 여성은 친구와 나 둘밖에 없었다. 나머지 일행은 서울에 있는 어느 헬스클럽에서 단체로 오신 어르신들뿐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의 제품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어르신들이 손을 들고 나가 체험을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가게에서 나갈 때 헬스클럽에서 오신 그분들의 손에는 피부 각질 제거제와 미백크림이 들려 있었다.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며 집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건강식품만 좋아하시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버지께 아껴두었던 일회용 팩을 꺼내 붙여 드렸다. 아마 그 남자의 생애 첫 화장일 테다.
김희정/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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