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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2 21:06 수정 : 2013.01.02 21:06

[매거진 esc] 기획

“너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겠지마는, 우린 아니야, 니가 뭔데 우리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의 주인공 상근이 내뱉은 말입니다. 매서운 시선과 튼튼한 두 다리를 미래에 단단히 꽂은 이들은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2013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미래의 자양분이 됩니다. 대한민국 대표 사진가 7인이 2013년 새해를 맞아 한 장의 사진에 소망을 담았습니다. 외딴 러시아 마을도 있고, 우리네 바다도 있습니다. 주름진 중국인이 있는가 하면 따스한 눈빛이 촛불처럼 일렁거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새해 소망 곁에 오롯이 걸어둘 수 있는 희망찬 삽화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남한산성 행궁은 1907년 일제가 군대해산령을 내리고 성안의 무기고와 화약고를 파괴하면서 문화재가 훼손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2012년 5월, 10여년에 걸친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자태를 드러냈다. 작품 ‘탠덤 시퀸스’(Tandem Sequence)는 쓰라린 역사의 현장을 자랑스러운 항쟁과 투지의 장소로 바로잡는 복원 공사에 방음과 방진의 목적으로 쓰인 가림막을 촬영한 것이다. 실제와 가상(복원될 미래 모습)의 경계를 이미지화했다. 2012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013년에는 남한산성의 이미지처럼 모두 지혜를 모아 과거와 미래가 같이 어우러지고 발전하는 모습들이었으면 한다.

한성필



태양이 정수리 위로 오르는 한낮이 되면 세상은 흑백으로 변해 버린다. 자신의 색을 뒤로한다. 빛을 내주거나 받아들여 흑백 세상으로 순간 다시 태어난다. 2000일이 넘는 천막투쟁도, 빈 공장도, 송전탑의 비정규직 외침도, 철탑의 복직 함성도, 해고 딱지도 긁어 버리고, 동지가 저세상으로 가버린 검은 통로가 있는 노조 사무실의 그곳에서 그 순간 꿈을 꾼다. 검은 알에서 깨어 나와 어깻죽지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날개를 펴 올린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정수리 위로 오르는 한낮, 퍼덕이는 날개가 바꾸어줄 세상. 세상이 매일 희망으로 가득하길 꿈꾼다.

한금선



어느 누구나 고단한 삶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루는 것에 아픈 상처가 끼어들길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품어 앞날을 다듬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또한 필요한 일입니다. 아쉬움으로 막을 내린 지난해 맺음달이 닫히고 이제 계사년 해오름달이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결국 다 가졌으면서도 더 갖겠다며 침을 흘리는 이들의 욕심이 이뤄진 세상, 그러나 잔잔하지만 당당한 웃음으로 다시 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우리 놓인 삶은 스스로 어루만져 채움으로써 그들과 다른 결 고운 빛이 될 겁니다. 웃으렵니다. 웃음으로 다시 맞서보렵니다.

임종진



조금 먼 곳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중국의 운남(윈난)이란 곳입니다./ 먼 옛날,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차와 소금, 비단을 싣고 더욱 먼 곳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처럼 힘들고 험난한 길을 떠났을까, 생각해봅니다./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아닌가/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천년의 여행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나는 이제 새로 그 길을 나설까 합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저, 바람 따라 내 마음 맡기고 그들의 피눈물로 걸었던/ 그 길로 떠날까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애절하게 이 길 위에서 나를 여기까지 오도록 했을까라고 물어보고/ 그 답을 찾아서 말입니다./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변해가고 나도 따라 변해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나를 그 어디엔가, 저편 구름 산 너머, 기다리고 있는/ 삶의 진정한 의미는, 이미 지쳐버린 육신과 이미 빛바랜 나의 영혼으로/ 나는 알고 있는데/ 허영과 위선으로 위장된 나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과연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그래도,/ 가볼까 합니다./ 늦었다고 내버려 두기는 싫으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깊은 산중 마을/ 어느 이름 모를 늙은 농부의 손을 잡고, 따스한 차 한잔 마시며,/ 그는 어떤 세상을 위해 살아왔는지/ 이야기나 들어 보지 않을까요./ 주름진 손 한번 잡아보면서 나는 또 나의 길을 떠날 것입니다./ 아득히 저 먼 곳을 향해서.

김중만



4000개의 섬들이 서해 북단을 출발 남해를 돌아 부산 앞바다 오륙도에서 끝이 난다.

달맞이고개부터 동해가 시작되고 새날 새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배병우



2009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찍은 풍경이다. 나도 저들처럼 평온한 공기 속에서 신나게 웃고 싶다.

홍장현



붉은 깃발에 빗발이 날아든다. 시각이기 전에 청각으로 몸부림치는 저 깃발은 “혁명!”을 촉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조”의 눈물을 닦기 위해 흐느적대고 있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단치도 않은 요청을 몸에 새기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쌍용차에서만 스물세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에서, 현대차에서 연이어 부고가 날아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땅 곳곳 수만 볼트가 흐르는 철탑에 올라 “살고 싶다”, “함께 살자”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살리는 것이 민생이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에게 민생인가. 새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주옥같은 말씀들이 귓가에 맴돈다. 대단한 정의를 바라지 않는다. 산 것을 우리가 죽이지만 않아도 정의는 온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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