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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 하늘에 나타난 오로라. 캐논 EOS 5D MⅢ, 16㎜, f3.5, ISO 1600, 노출 1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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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춤추는 신의 영혼이라니. 신을 본 적도 없는데, 신의 영혼을 본다고? 그것도 떼춤 추는 영혼들을. 하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영하 30도 추위 속,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방한복으로 완전무장하고 찾아간, 북위 62도의 오로라빌리지. 캐나다 북부의 소도시 옐로나이프 북쪽,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로라 관측 체험마을이다. 차에서 내려 머리를 드는 순간, 그것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빛 별빛들만 초롱초롱할 줄 알았던 밤하늘은 온통 초록 형광빛 세상이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신의 영혼’이, 그것도 무리지어 눈부신 춤을 너울너울 추고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서서히 하늘 끝에서 한 줄기 빛의 형상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온 밤하늘을 뒤덮으며 사람 세상을 뒤흔들었다. 별빛도 달빛도 제빛을 잃을 정도로 눈부신 거대한 발광체. 한자리에 머무는 법 없이, 일정한 형체도 없이 끊임없이 일렁이며 황홀한 춤을 선보였다.
그랬다. 신의 영혼 빛깔은 알고 보니 밝은 초록색이었고, 영혼의 크기는 알고 보니 수십킬로 또는 수백킬로쯤 돼 보였다. 그 형상은 신들 각자 마음대로였다. 얇은 초록 커튼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돌돌 말리며 핑크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기다란 빛 몇 줄기가 번져와 몸집을 점점 키우며 거대한 얼굴 형상으로 바뀌기도 했다. 신의 영혼이 모습을 바꿀 때면, 깊이 모를 하늘의 틈 사이로 얼핏 보랏빛 속살이 드러나곤 했다.
밝은 초록색 커튼 드리우다핑크빛 황홀한 춤사위
눈벌판 곳곳 탄성 ‘와’ 사람들은 어둠 속 눈벌판 곳곳에 넋을 잃고 멈춰선 채 우주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압도됐다. 새로운 춤사위가 펼쳐질 때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며 혀가 시린 줄도 모르고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스고~이!” 오로라 관광객은 거의 전부가 일본인이었다. 오로라가 사그라지자 사람들은 장작 난로를 피운 ‘티피’(전통식 천막) 안으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흥분의 여운을 즐겼다. 가이드는 “다섯 등급 중 4등급 이상의 멋진 오로라였다”고 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가마티니(26)가 얼어붙다시피 한 입을 겨우 벌려 말했다. “올겨울이 가장 예쁜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왔는데, 역시 환상적이다. 비록 최고 5등급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다.” 오로라(극광·노던라이트)는 태양 표면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끌려 대기권 입자들과 부딪히며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본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새벽의 여신’(아우로라) 이름이다. 1621년 프랑스의 한 과학자가 여신의 이름을 따 붙였다고 한다. 오로라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위도 60~80도에 속한 옐로나이프는 사방 1000㎞ 안에 산맥이 존재하지 않는 평원지대로, 오로라 관측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북위 62도 캐나다 옐로나이프
사방 1000㎞ 평원지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오로라 관찰에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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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빌리지에 설치된 전통 천막 티피. 장작난로에 몸을 녹이며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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