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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9 17:56 수정 : 2013.01.10 11:13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 하늘에 나타난 오로라. 캐논 EOS 5D MⅢ, 16㎜, f3.5, ISO 1600, 노출 15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춤추는 신의 영혼이라니. 신을 본 적도 없는데, 신의 영혼을 본다고? 그것도 떼춤 추는 영혼들을. 하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영하 30도 추위 속,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방한복으로 완전무장하고 찾아간, 북위 62도의 오로라빌리지. 캐나다 북부의 소도시 옐로나이프 북쪽,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로라 관측 체험마을이다. 차에서 내려 머리를 드는 순간, 그것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빛 별빛들만 초롱초롱할 줄 알았던 밤하늘은 온통 초록 형광빛 세상이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신의 영혼’이, 그것도 무리지어 눈부신 춤을 너울너울 추고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서서히 하늘 끝에서 한 줄기 빛의 형상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온 밤하늘을 뒤덮으며 사람 세상을 뒤흔들었다. 별빛도 달빛도 제빛을 잃을 정도로 눈부신 거대한 발광체. 한자리에 머무는 법 없이, 일정한 형체도 없이 끊임없이 일렁이며 황홀한 춤을 선보였다.

그랬다. 신의 영혼 빛깔은 알고 보니 밝은 초록색이었고, 영혼의 크기는 알고 보니 수십킬로 또는 수백킬로쯤 돼 보였다. 그 형상은 신들 각자 마음대로였다. 얇은 초록 커튼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돌돌 말리며 핑크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기다란 빛 몇 줄기가 번져와 몸집을 점점 키우며 거대한 얼굴 형상으로 바뀌기도 했다. 신의 영혼이 모습을 바꿀 때면, 깊이 모를 하늘의 틈 사이로 얼핏 보랏빛 속살이 드러나곤 했다.

밝은 초록색 커튼 드리우다
핑크빛 황홀한 춤사위
눈벌판 곳곳 탄성 ‘와’

사람들은 어둠 속 눈벌판 곳곳에 넋을 잃고 멈춰선 채 우주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압도됐다. 새로운 춤사위가 펼쳐질 때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며 혀가 시린 줄도 모르고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스고~이!” 오로라 관광객은 거의 전부가 일본인이었다.

오로라가 사그라지자 사람들은 장작 난로를 피운 ‘티피’(전통식 천막) 안으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흥분의 여운을 즐겼다. 가이드는 “다섯 등급 중 4등급 이상의 멋진 오로라였다”고 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가마티니(26)가 얼어붙다시피 한 입을 겨우 벌려 말했다. “올겨울이 가장 예쁜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왔는데, 역시 환상적이다. 비록 최고 5등급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다.”

오로라(극광·노던라이트)는 태양 표면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끌려 대기권 입자들과 부딪히며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본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새벽의 여신’(아우로라) 이름이다. 1621년 프랑스의 한 과학자가 여신의 이름을 따 붙였다고 한다. 오로라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위도 60~80도에 속한 옐로나이프는 사방 1000㎞ 안에 산맥이 존재하지 않는 평원지대로, 오로라 관측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북위 62도 캐나다 옐로나이프
사방 1000㎞ 평원지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오로라 관찰에 최적

오로라빌리지에 설치된 전통 천막 티피. 장작난로에 몸을 녹이며 쉴 수 있다.
옐로나이프에서 머문 나흘 중 이틀 밤이나 화려한 빛의 선율을 감상했다. 오로라빌리지에 머문 밤 10시~새벽 1시 사이 각각 3시간 동안에만, 다양한 모습을 여러 차례 만났다. 오로라는 맑은 날이라고 해도 줄곧 하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별빛 초롱한 하늘 한켠이 갑자기 초록빛으로 물든다면 마음의 준비(물론 카메라 준비도)를 하는 게 좋다. 언제 어떤 형상으로 바뀌며 다가올지 예측불허다. 특히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해두고 초점·감도 등을 미리 설정해 놓는 게 좋다. 오로라가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엔 곧 또다른 오로라가 시작되기도 하고, 몇 시간씩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한다. 혹한을 견디고 기다리며 즐기는 심야축제다.

이틀간 함께한 오로라 감상객 150여명 중 130여명이 일본인이었다.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 신혼여행을 온 부부도 있었다. 가이드는 ‘오로라를 본 뒤 아이를 가지면 천재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선 1990년대 말 오로라를 배경으로 한 방송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오로라 여행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1만명에 가까운 일본인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옐로나이프를 찾는다. 이곳 전체 오로라 관광객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오로라 체험 프로그램 운영진도, 가이드들도, 왕복 차량 운전사도 모두 일본인 일색. 일본 여행을 온 느낌이 들 정도다.

3년 전부터 오로라빌리지 안내를 맡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가이드 박수진(27)씨는 “한국의 오로라 관광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했다. 2010년엔 50명 정도였으나, 2011년엔 120여명으로 늘었고, 이번 겨울 들어서만(지난 11월 중순~12월 중순) 한달간 약 3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날 취재진 외에 오로라빌리지를 찾은 유일한 한국인은 부산에서 온 조기철(34·회사원·해운대구 재송동)씨다. 조씨는 “사진으로만 보던 걸 직접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며 “여자친구와 꼭 다시 보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오로라가 화려해지는 시기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2013년은 11년 주기로 활발해지는 태양 흑점 폭발 순환기에 들어선 때여서 오로라 감상의 최적기라는 게 오로라빌리지 쪽 설명이다. 옐로나이프의 겨울철 오로라 감상 시기는 11월말부터 이듬해 4월초까지. 특히 맑은 날이 절반 이상 되는 1~2월이 적기다.

오로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누가 “오로라 멋있는 거 맞아?” 하고 물으면,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줄까 고민했다. 결론. “그건 신의 영역이었어.”

옐로나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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