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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9 18:06 수정 : 2013.01.09 18:06

알래스카허스키들이 끄는 개썰매가 저무는 해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오로라 감동 버금가는 설원 레저

북미 최대 수심(615m)에, 캐나다에서 둘째로 넓다는(3만여㎢·남한의 3분의 1 크기)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 북쪽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소도시, 옐로나이프. 인구 2만의 이 도시에 모여드는 연간 1만5000여 오로라 관광객들은, 밤에는 하늘을 우러르고 낮엔 눈벌판을 떠돈다. 개썰매로 겨울 숲길을 달리거나 호수에 구멍 뚫고 얼음낚시를 하기 위해서다. 우러르고 떠돌다 보면 눈썹에 달라붙는 얼음도 코털에 얼어붙는 입김도 친근해진다. 영하 30도 안팎의 추위 속에 방한복으로 무장한 채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즐기게 되는 겨울놀이들이다.

쌍을 이뤄 출발 대기중인 알래스카허스키.
차 안에 앉아 즐기는 호수 얼음낚시 도시 개척자들이 처음 정착했다는 옐로나이프 옛시가지의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숫가 선착장. 경비행기 조종사 겸 어부인 맥도널드(66)가 추위에 단련된, 붉고 커다란 코를 어루만지며 동네 친구 그레이그(66)를 소개했다. “이 호수에서 나랑 40년간 낚시를 함께 해온 베테랑 낚시꾼이다.” 그레이그는 우리 일행이 예약한 낚싯배, 아니 낚시차의 주인이었다.

그레이그의 낚시차는 바퀴 대신 궤도를 단, 얼음낚시 전용 6인승 설상차였다. 저 묵직한 차 무게를 얼음이 견딜 수 있을까. “걱정 마라. 15㎝ 두께면 사람이 다니고, 30㎝ 얼면 차가 다닐 수 있다. 지금은 50㎝ 이상 얼었으니까.” 겨울이면 시에서 매일 얼음 두께를 점검해, 1m 두께로 얼음이 얼면 공식 빙상도로를 개설하고, 빙상비행장도 만든다고 했다.

추위 피해 차 안에서 즐기는
호수 위 얼음낚시
50㎝ 두께 얼음 뚫고 손맛

낚시차를 타고 호수 위 얼음도로를 달리는 동안 호수 위로는 여름엔 수상가옥이었을, 빙상가옥이 줄줄이 이어졌다. “여름엔 집 밖 난간에서 낚시를 하고, 겨울엔 방 안에서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를 한다”는 집들이다. 우리가 하려는 얼음낚시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차 안 바닥에 둥근 구멍이 다섯개나 뚫려 있었다.

20분 남짓 달려 도착한 빙상 설원. 그레이그가 차를 세우자, 맥도널드가 차 바닥 구멍의 뚜껑을 열고, 둥근 도구를 넣어 눈 위에 도장을 찍었다. 차를 이동시키고 표시된 다섯 곳에 지름 20㎝쯤 되는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차를 후진시켜 정확히 구멍에 맞췄다. 얼음 두께는 50~60㎝나 됐다. 수심 6m에 수온은 영상 2도.

따뜻한 차 안에 앉아 짤막한 낚싯대를 펴며 맥도널드가 말했다. “자, 우리가 잡을 물고기는 길이 1~1.5m쯤 되는 잭피시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 2명과 함께 하는 1m를 넘는 물고기 얼음낚시! 은근한 걱정이 들었다. ‘그 큰 물고기들을 이 비좁은 차 안 어디에 쌓아두지?’

미끼는 한뼘 크기의 물고기. 잭피시(노던 파이크)는 공격성이 강한 대형 어종으로,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는 잡식성 민물고기다. 물 위에 앉은 새도, 헤엄치는 포유류도, 동족 물고기도 보이는 대로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무시무시한 포식자를 잡는 건 그러나 너무 쉬워 보였다. 낚시를 드리우자, 그레이그가 수중카메라를 넣어 이리저리 살폈다. 모니터를 통해 미끼를 놀리는 모습과 주변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가오는 물고기 모습과 무는 순간, 채올리는 순간을 직접 관찰해가며 잡는 방식이다. 일행 중 하나가 말했다. “누워서 떡 먹기는 이것보다 어려울 거야.” 그러나 기다리는 잭피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번째 이동해 새로 얼음구멍을 뚫고, 미끼를 갈아끼우며 포식자를 기다리길 한 시간. 그레이그가 나직하게 외쳤다. “왔다. 잭피시다!” 모니터 안에 커다란 물고기가 나타나 미끼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녀석은 느릿느릿 움직이며 좀처럼 미끼를 물지 않았다. 미끼인 작은 물고기를 코앞에 들이밀고 위아래로 움직이자 마침내 녀석이 덥석 물며 낚싯대가 휘었다. 그레이그는 바로 채올리지 않고 “충분히 삼키도록” 잠시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끌어낸 잭피시 길이는 50~60㎝ 되는 중간 크기. 날카로운 이빨이 포식성을 가늠케 했다. 사진을 찍고 나자 그레이그는, “껍질을 벗긴 뒤 빵가루를 입혀 튀겨 먹으면 아주 맛있다”는 이 물고기를 다시 얼음구멍에 집어넣었다. 잡는 느낌만 즐기고 놓아주는 스포츠피싱이다. 입맛을 다시는 일행에게 그는 “어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 물고기를 잡아 갈 수 있다”고 했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호수는 주민들의 겨울 산책로이자, 이웃 마을로 가는 지름길 코스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나와 개들을 산책시키거나, 개썰매를 몰고 호수를 지나 건넛마을로 가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계로 얼음구멍을 뚫고 얼음낚시를 한다.
개썰매 타고 침엽수림 숲길 여행 여름밤 오로라가 나타나 수면 위를 눈부시게 수놓는다는 오로라빌리지의 ‘오로라 호수’는 겨울이면 완전히 얼어붙어 각종 레저 체험장으로 바뀐다. 한낮 레저활동 중 단연 인기있는 종목이 알래스카허스키들이 끄는 개썰매 타기다. 이 지역에 대대로 살아온 선주민들이 눈길·얼음길 이동수단으로 써온 전통 대중교통이다. ‘질주 본능’을 못 참는 8~10마리의 힘 좋은 개들이 색다른 속도 체험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2~4명이 ‘머셔’라 불리는 운전자와 함께 타고 호수와 눈 덮인 주변 숲길을 한바퀴 돌아오는 방식이다.

시베리아·알래스카 허스키가
끄는 개썰매 숲길 여행
북극마을서 즐기는 이색 레저

호수 한쪽에 알래스카허스키와 시베리아허스키 100여마리를 키우는 사육장이 있다. 사육장의 개들은 썰매를 보자 하늘을 바라보며 우는 늑대 모양으로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육사는 “썰매를 끌고 싶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로 썰매가 떠나고 나자 사육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란다.

낚시 경력 40년의 그레이그가 낚은 잭피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육사는 평소 잘 훈련받은 영리한 개 한 쌍을 골라 맨 앞에 배치한다. 이 개들만이 운전자의 목소리와 신호를 알아들어 달리거나 멈추고,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이 선택받은 영리한 개들 뒤로 ‘덜 영리한’ 개들이 차례로 배치되는데, 가이드가 맨 마지막으로 배치된 개 한쌍을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리켰다. “영리하진 않지만 힘이 아주 센 개들이랍니다.”

일단 출발하면 눈 덮인 숲길과 언덕길, 굽잇길을 시속 20~30㎞의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린다. 개들은 달리다가 틈틈이 눈을 집어먹으며 갈증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영하 20도에서 가장 활동적이라는 개들과 달리, 썰매를 탄 이들은 매서운 바람에 눈물을 흘려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탈것에 반해 몇번씩 타는 이들도 있다. 처음 타본다는 일본인 여성은 “짜릿한 스릴이 느껴졌다”며 “춥지만 썰매를 타고 숲속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썰매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직접 개썰매를 조종하며 타는, ‘개썰매 몰아보기 체험’에 도전한다. 개들의 성질과 신호 방법 등 간단한 교육을 받고, 개들과 호흡을 맞춘 뒤 직접 썰매를 몰아볼 수 있다.

오로라빌리지 티피 텐트에 기대놓은 설피(스노슈).
설피 신고 산책하며 선주민 생활 배우기 설피(스노슈)를 신고 숲길을 산책하며, 자연공부도 하고 선주민의 옛 생활방식을 알아보는 체험도 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겨울철 이동수단의 하나로 쓰이던 설피와 비슷한 눈신발이다. 선주민 가이드의 안내로 야생동물 발자국, 먹을 수 있는 식물 등을 알아보고, 선주민들의 전통과 생활방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오로라빌리지에선 스노모빌 타기와 눈썰매 타기, 마시멜로 구워 먹기 등도 즐길 수 있다.

옐로나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연교차 70도의 극한 매력

옐로나이프는 어떤 도시?

옐로나이프 공항 짐 찾는 곳. 물개를 쫓는 곰 모습이 이채롭다.
옐로나이프는 캐나다 북부 노스웨스트 준주(주에 버금가는 행정구역)의 주도다. 1930년대 금은광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형성된 도시다. 18세기 첫 개척자들이 이 지역에 도착했을 때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숫가의 선주민들이 구리로 된 칼을 쓰는 것을 보고 옐로나이프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광이 쇠퇴한 뒤엔 다이아몬드 광산이 개발돼 다이아몬드 채광과 가공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 2만명 중 절반 이상이 선주민과 선주민·백인 혼혈들이다. 선주민이란 대대로 이 지역에 살아오던 북미 인디언인 데네족과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이트족에 속하는 부족을 가리킨다.

도시의 첫인상은 촬영장 세트 비슷한 조립식 도시 느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얼어붙은 땅을 파고 건물을 지을 수 없어, 대부분의 주택과 건물을 자재를 가져다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기 때문이다. 호숫가의 옛시가지 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느낌은 더하다.

오로라 관광객들이 시내 투어 때 자주 찾는 곳은, 북위 60도를 넘어선 북쪽 마을에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한 볼거리들이다. 단출하게 19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노스웨스트 준주 의회 건물(누구나 들어가 둘러볼 수 있다)과 현재 기온을 전광판으로 표시하는 와이케이센터, 관광자료와 함께 이름·날짜를 새긴 ‘북위 60도를 넘은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관광안내소 등이다. 캠핑용품과 일용잡화를 파는, 가장 오래된 상점(1936년 개점)인 위버앤디보어와 가장 오래된 식당 와일드캣카페도 많이 찾는다.

꼭 들러볼 만한 곳이 혹한 속에서 살아온 옐로나이프 선주민들의 삶과 문화, 이주민들의 개척 역사 등의 자료를 전시한 박물관(프린스 오브 웨일스 노던헤리티지센터 박물관)이다. 선주민들이 사용했던 생활도구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이 지역 얼음층을 뚫어 채집한, 기원전 3300년 전부터 2008년까지 시대별 단면을 드러내는 얼음층 관련 자료들이 인상적이다.

1~2월 이곳 기온은 영하 40도 안팎까지 내려간다. 한여름 낮엔 영상 30도까지 오르니, 연교차가 70도를 넘는다. 이 지역 차량들은 엔진에 히터 설치가 필수라고 한다.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면 엔진오일이 얼어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차장이나 주택, 도로변 가게들은 반드시 외부에 전원장치를 설치한다. 히터는 각 가정의 수도관에도 달려 있다. 수돗물이 얼면 녹이기 위해서다.

이 도시 곳곳에서 흔히 만나는 새가 있다. 한국에선 낯선, 눈빛처럼 흰 뇌조다. 들꿩과 뇌조류의, 추운 지역에 사는 새다. 꼬리 부분을 제외하곤 새하얀 깃털로 덮여 있다. 눈 위에 앉은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얬다. 특이한 건 발가락들도 온통 긴 흰 털로 덮여 있다는 것. 더 특이한 건 여름이면 털빛이 갈색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사람이 다가가도 잘 날아가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달아난다. 이 새가 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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